팔레스타인도 흔들렸다.
튀르키예 지진이 났을 때 말라카 가족은 팔레스타인에 있었다. 긴 겨울방학 동안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고 오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 지진이 난 것이다.
함께 글을 쓰는 작가님이 튀르키예 상황을 전해주시고 모두 함께 기도하는 동안 나는 다시 한번 지도를 확인했다. 팔레스타인도 여진의 영향이 있었는지는 뉴스에 나오지 않아 말라카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며칠 지나도 답변이 없어 요르단 친구에게 다시 연락을 해보니 말라카 가족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팔레스타인도 흔들렸다. 그런데 괜찮다고, 집에 물건들이 떨어질 만큼 흔들린 곳도 있지만 무사하다고 했다.
그들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말라카 엄마의 고향-처음 본 팔레스타인 풍경
팔레스타인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지만 여진의 영향도 있었고, 사실 분쟁지역 아닌가. 틈틈이 뉴스를 통해 바라본 사진들이 내가 아는 팔레스타인의 전부였다.
왜 아파트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늘 수업에서 말라카가 한국의 아파트 이야기를 하며 팔레스타인에는 아파트가 없다고, 많이 다르다고 했다.
혹시 지난겨울방학 여행동안 찍어놓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냐고 물으니 당연히 있다며 보여준다.
뉴스영상도 여행자가 찍은 영상도 아닌, 팔레스타인에 외할머니가 있는 13살 말라카의 동영상이다. 한국에서보다 더 활기찬 말라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어린 조카의 모습도 보인다.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햇빛이 따스하게 말라카 엄마의 동네를 비추고 있다. 푸른 풀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주위를 하얗고 낮은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평화로웠다.
말라카는 영상 속 저 끝을 가리키며 저 땅부터는 이스라엘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감히 내가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두 나라의 이름이 말라카에 입에서 나왔다.
그런데 평화로웠다. 동영상 속의 팔레스타인은 지금 당장 가고 싶을 만큼 참 고요했다. 그곳에 함께 머물며 말라카 엄마가 자주 오가던 거리를 함께 걷고 싶을 만큼 소박하게 아름다웠다.
방학 때마다 고향에 간다는 말을 듣고는 내심 가도 괜찮은 건지 차마 물어보지 못했는데 말라카의 동영상을 보고 나니 그들이 왜 고향을 그리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한 여행 유투버가 팔레스타인을 여행하면서 특정지역이 아닌 곳은 꽤 활기차다고 현지인들 인터뷰까지 하는 영상을 보았는데, 그 영상 속의 분위기와 말라카가 보여준 동영상의 모습이 겹쳐졌다. 화면 넘어선 다른 곳에서는 말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잔잔한 물결 같은 시간들도 공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오늘 말라카 엄마가 그랬다. 그 말을 들으며 어른들의 분노와 슬픔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전해지지 않길 다시 한번 기도했다.
모두에게 너그러운 시간 속에 아이들이 자랐으면 좋겠다. 말라카 엄마의 고향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