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준비 - 한국 가라 두 달 안에
남편의 한국 근무가 며칠 전 전격 결정되면서 예상했던 대로 모든 일이 급하게 굴러가고 있다. 4월엔 결정해 준다고 하더니 아무 말이 없어서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플랜 B, 플랜 C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5월 둘째 주에 들어와서야 한국에 가고 싶음 가라고 도장을 찍어주었다. 대신 회사가 내놓은 연봉변경안에 토를 달지 말란다. 예상하던 바지만 다시 한번 속이 쓰리다.
회사 결정 다음날 리얼터(한 달 전 미리 상담했음)를 만나 리스팅 계약을 하고 대략적인 집 판매 일정을 짰다. 이 지역에 집을 구매하는 사람은 자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새 학년에 등록하려면 클로징을 8월엔 해야 하므로 역산하면 6월 중에는 집이 시장에 풀려야 한다. 상담했을 땐 마루와 내부 페인트를 2주 정도 들여서 해야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리얼터가 직접 보고는 청소만 해서 리스팅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요즘 매물이 너무 없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해서 7월에 내놓는 것보다는 안 고치고 6월 중에 내놓는 게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 하여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영주권자가 6개월 이상 미국을 떠나 있을 때는 재입국허가서(reentry permit)를 받아야 추후 영주권이 박탈되거나 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은 미국땅에서 우편으로만(신청서가 USCIS에 도착할 때 신청인이 미국땅 안에 있어야 함) 제출할 수 있고 대략 6~7주 후 지문도 찍어야 한다. 신청서를 내고 4주 정도 지나면 지문 채취일이 적힌 우편물이 오게 되는데 그에 따라 한국 가는 일정을 결정할 수 있다. 영주권 지문 채취를 미국에서 진행한 사람은 재입국허가서 지문채취가 면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제발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신청서 작성 요령에 대해선 올해 초부터 알아보고 남편에게도 공유했으나 바쁜 것 같아 내가 다 준비하고 검토만 같이 해서 보내려고 했는데 계속 바쁘셨다. 바쁘셨지만 한국 가서 세금신고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고 자꾸 내게 공유를 하셨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일까요. 아침에 카페 가서 커피를 마시자길래 "중요한 서류 검토할 시간은 없지만 카페 갈 시간은 있으시구나" 했더니, 본인이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다며 성을 내셨다. 나는 놀고 있냐고 맞불을 놓으려다 입을 닫고 커피를 마시며 겉핥기로 검토한 다음 건너편 UPS에 가서 서류들을 USCIS에 보냈다. 한국 가는 일정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이 있어서 일순위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신청 잘못되면 나중에 괌에 가서 신청 다시 하시려나 보다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작부터 미움의 시간이 왔다 간다.
어떤 업체를 통해 선박이사를 할 건지는 미리 평판조회를 했었고, 회사 결정이 나자마자 해당 업체에 견적 요청을 했다. 자비로 이사를 해야 하므로 정말 필요하거나 애정하는 물건이 아니면 모두 처분하기로 해서 견적이 생각보다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 가서는 미니멀리스트로 살다가 미국에 돌아올 땐 선박이사 없이 가볍게 오고 싶다. 도전!
일단 일정에 영향을 주는 세 가지를 우선순위로 진행하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좀 무덤덤하다. 고대하던 한국행이라 좋은 마음이 분명 클 텐데 정리해야 할 수많은 일더미를 떠올리고는 파사삭 상쇄됐나 보다. 생각이 많아 그런지 잠도 잘 오지 않는다. 몇 시간 후면 가스레인지 수리기사, 지붕 이끼 제거할 핸디맨, 선박이사업체 직원이 차례대로 올 예정인데 이대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