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사 한 번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땐 회사에서 이사지원이 됐기 때문에 내가 쓰고 싶은 물건은 다 들고 왔었다. 미국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주택으로 이사 와서 넓은 집에 이것저것 사서 넣다 보니 그때보단 분명 살림이 많이 늘었는데 두 배인지 세 배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땐 이사지원을 못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비로 선박이사를 할 경우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지 선배 귀국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 보았다. 가구 몇 개 넣다 보면 만 달러는 금방 넘는다는 후기들을 보니 가능하면 다 처분하고 가야겠다는 결론을 냈다. 미니멀리스트 말로만 들었지 드디어 내가 해보는구나. 해외이사를 앞두고 어떻게 살림을 줄였는지 간단하게 기록해 본다.
이사만 아니라면 계속 썼을 아끼는 물건들은 친한 사람들에게 먼저 의사를 물어 나눔하였다. 소파, 리클라이너, 제빵기, 손님용 3단 접이식 매트리스, 이동식 선반, 전집 등등등. 나중에 지인의 집에 가서 보게 되면 반가울 것 같다. 멀쩡하고 깨끗한 아이 장난감과 가구와 책, 내 책과 주방용품 및 자잘한 가구 등은 동네 한국분들을 한 날에 불러 나눔 행사를 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는데도 거실과 작은 방을 채운 물건들이 거의 다 나갔다. 바라지 않았건만 몇 분은 감사하게도 물건값을 챙겨주셔서 한국 살림 장만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
페이스북 마켓이나 OfferUp, Instagram 등을 통해 중고 판매를 하는 방법도 있다. 시애틀 쪽에는 seattlen 사이트 같은 곳에서 한인들끼리 중고거래를 하기도 한다. 아주 예전에 OfferUp으로 아이 용품을 몇 개 거래해 본 적이 있는데 내 성격과 중고거래는 잘 안 맞는다는 걸 느낀 관계로 돈 버는 이 방법은 처음부터 제외했다.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고. 다만 리얼터를 통해 6인용 식탁 세트, 침대 및 협탁 세트, 매트리스, 책상 세트, 5단 서랍장, 주방 수납장 등을 한 사람에게 일괄 처분하여 500달러를 얻긴 했다.
의류와 신발은 봄가을에 PVA (Paralyzed Veterans of America)에서 한 번씩 수거해 가서 5월에 기부했다. 기부할 제품이 많으면 아무 때나 연락해서 수거요청을 해도 된다.
https://pva.org/ways-to-give/g-i-v-e-clothing-donation/
큰 가구들은 Habitat for Humanity에 기부할 수 있다고 하여 찾아는 놓고 사용은 하지 않았다.
https://www.habitat.org/restores/donate-goods
가까운 Goodwill이나 Value Village 매장에 기부할 수 있다.
https://www.valuevillage.com/donate
킹 카운티에는 생활쓰레기를 제외한 대형쓰레기를 돈을 내고 버리는 곳이 있다. 차로 들어갈 때 무게와 버리고 나올 때 무게를 측정하여 요금을 부과하는데 일반 SUV에 가득 채워서 가면 최소 요금이 나오거나 50달러까지 나온 적도 있다. 낡은 생활용품과 매트 여덟 장, 이불 등을 서너 번에 걸쳐 버렸다. 남편은 던져서 버리는 후련함이 있다며 콧노래를 부르며 차를 달렸다.
우리 동네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업체(recology)에서 일 년에 2개의 큰 품목은 무료로 수거해 간다. 각 지역 담당업체마다 서비스가 다르니 확인해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https://www.recology.com/recology-king-county/issaquah/bulky-items/
junk remover로 검색하면 집으로 와서 대형 가구 및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업체도 많이 나오는데 급할 땐 사용할 수 있겠다. 작은 트럭 하나에 99달러라고 홍보하는데 사실 이 업체들도 수거한 물건을 4번에 소개하는 처리시설에 갖다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