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디자이너에서 PM이 되었나요? 하필 왜 인터널 PM인가요?
주변에서 어쩌다 내가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고 말을 하면 자주 따라오는 질문이다. 대외활동으로 사이드프로젝트 동아리, DND의 디자인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선 자주 듣고 전향에 대해서 추가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얼떨결에 PM이 되었다는 글을 남기긴 했지만, 그건 얼떨결에 갑자기 온 기회를 잡았다는 말이고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PM으로 전향을 생각하고 있었다. 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고, 디자이너에서 PM이 된 이유와 하필 인터널이란 도메인을 찾아간 이유를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사실 주말에 글쓰기 습관을 다시 들이는 겸, 브런치 글을 쓰는 것도 있다.)
* 이 글은 아무도 안물어봤지만 알아서 주절거린 인생 이야기가 많습니다.
* 인터널 PM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러프하게 궁금하다면 스크롤을 내려서 '직접 겪은 인터널' 문단만 읽길 추천합니다
어릴적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꺼내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단순히 만화가가 되고싶어!하고 다녔던 미술학원을 등록했단 이야기부터 해야할지 모른다. 원래는 애니고를 가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학원선생님의 설득과 유혹에 넘어가서 수능을 잘 보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 - 정시 미대입시를 두번이나 보고 시각디자인과로 입학했다. 디자인과 미술을 좋아하고 그걸 하려고 달렸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 입시를 해서 들어간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에 대해 두루 배웠다. 편집 디자인부터 3D모델링, 영상 편집 및 제작, 타이포그래피, UXUI까지. UXUI를 공부하면서 사람 심리가 참 재밌었다. 기획하는게 좋았다. 모르는 걸 물어보고, 알아가는 것도 즐겁고 어떤 일이 정리해서 진행하고 마무리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는 자체도 좋았다. 그런게 성격과 행동에서도 보였는지 대학교 1학년부터 쭉 전공수업 반장을 하거나, (부)과대를 하고 학과 학생회장이 되기도 했다. 뭐, 여튼 그렇게 됐다. 학과 학생회장을 하면서 선후배, 동기를 위해서 교수님과 조교님을 설득해서 과제를 위한 프린트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프린트실을 만들기도 하고, 체육대회나 MT를 기획하기도 했다. 디자인과 동떨어졌지만 그런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일을 하는 자체가 즐거웠다.
구구절절 과거사를 털어둔 건, 그림을 그리는 일도 좋아서 오래 했다는 것과 기회를 얻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길었던 윗 문단을 요약하자면 디자인과를 나왔다고해서 디자인만 하다 졸업한게 아니고 디자인과 상관없이 운영과 기획을 자주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디자이너로 취업해서도 계속 기획이나 운영에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로 시작하니까 기획이나 운영에 대해서 직접 보고, 해볼 수 있는 기획도 있었다. 마케팅이나 기획에 대해서 전공자보단 부족함이 있어서 강의를 듣고,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직접 작업을 해보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앞으로 일을 할 날들은 많은데, 과연 '디자인'만 하는게 즐거울까? 나와 맞을까? 고민이 되었다.
살면서 스트레스 안 받는 일은 없다. 그럴거면 즐거운 일을 하자. 더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자. 스트레스가 스트레스로 계속 이어지는 일은 나와 맞지않다. 그게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PM을 꿈꾸고 계획하면서 내린 답이었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 뿌듯함이 있다. 내 작업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게 있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구체화가 잘 된다.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면 바로 디테일을 생각할 수 있다. 같은 콘텐츠라도 미묘한 색상차이, 위치로 분위기와 의미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백지에서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일이 원할하게 진행되는 걸 더 좋아하고 전체적인 프로젝트 진행에 덜컹거리는게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 디자이너는 거기까지 관여하지 않는다. 디자이너가 기획을 하는 범위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디자인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문제를 풀어가는게 좋았다. 그럴바엔 나는 전체적으로 일이 진행되게 많은 걸 챙기면서, 나보다 더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에게 디자인을 맡기는게 좋지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경험하기 위해 PM을 꿈꿨다.
대학교를 다니는 내내,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까지만해도 대학가면 알아서 다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현직에서 일하는 선배에게 묻고, 전공 교수님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다양한 경험과 현역에 계신 분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한결 같았다. 인생의 목적이 특정 직업(JOB)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고민해보고, 그걸 위해 노력하라고. 그래서 나는 여전히 그러기 위해서 고민하고, 최선을 선택하려고 한다.
이직 전, 디자이너 및 PM으로 진행했던 다수의 프로젝트(프로덕트)들은 고객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까 고객의 목소리와 트랜드의 변화를 항상 주시해야했다. 그것만 보고 달리고 있는 와중에 종종 프로젝트 중에 퇴사하는 직원을 보게되었다. 퇴사를 이해했다. 그들이 고생한 것도 안다. 즐겁지 않은 일을 하고, 시장과 고객을 위해서, 내부 개발 리소스가 없다는 말로 불편한 작업을 고수하는 내부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그리고 비즈니스와 마케팅이 생각하고 원하던 작업이 개발과 윗선의 입김에 밀리는 것도 보았다. 내가 그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챙겨주지 못한 부분도 있다.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외부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되었다.
옛 속담에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한다. 내실이 단단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 꾸미고 유명해도 부질없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프로덕트를 만드는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었다. 서비스의 도메인 상관없이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과 불만이 없을리 없다. 고객을 위한 프로덕트를 만들 때, 함께하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서로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되었다. 아무리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 원하는 걸 할 수 있어야한다. 이왕이면 서로 행복하게 일을 해야하고.
이직을 생각한 당시, 죽어도 인터널!은 아니었다. 여러 회사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클래스101이 눈에 들어왔다. DND 디자인 운영진으로 이전에 클래스101 디자인 시스템을 만든 디자이너분들을 모셔 OPS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국내 디자인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다른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될 수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걸 듣고 사업적인 부분외에도 다양한 직무 환경에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타이밍도 좋게 인터널 PM을 채용 중이라는 걸 보고 코어(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메인을 별도로 챙기는 회사라면 회사 자체에서도 여전히 다양한 걸 챙기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넣었다.
게다가 여담이지만, 비전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일을 하는 직원들은,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그렇지않다면 인터널 PM으로 들어가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있지않을까? 하는 과분하다면 과분한 욕심도 함께였다.
인터널은 이삭줍기를 하는 도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재배가 끝나고 다음 농사를 짓기 위해 준비하는 농부들을 위해 깔끔하게 떨어진 이삭을 줍는다. 다른 도메인이 발빠르게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선두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면 인터널은 그들이 흘린 걸 줍거나 더 잘 자랄 수 있게 비료나 물을 가져온다. 바람이나 햇빛 같은 환경적인 걸 고려하고 맞춰준다. 다른 도메인이 다음 액션을 위해 깔끔한 배경이 되도록 주변에 엮인(엮일 수 있는) 문제와 제품을 정리한다.
내가 만드는 제품의 고객은 직원이고, 동료다. 문제나 희망사항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빠른 대응 및 해결책을 준비할 수 있다. 더불어 백오피스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깊게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도메인과 연관이 있기도 하다. 각자의 고충이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 다양하게 보고, 백오피스 시점에서 준비 혹은 도와줄 게 없는지 고민한다. 단, 인터널 = 백오피스(어드민)인 건 아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일과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직원'을 위한 제품을 만들거나, 개선, 관리한다고 생각하고 여러 일을 하고 있다.
인터널이란 부분은 사업적으로 매출이나 특정 데이터를 급상승 시킬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외롭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화려하지 않고, 종종 이게 맞는건가?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묻는 날도 있다. 개발 리소스나 다른 리소스로 우선순위가 밀릴 경우도 있다. 그러면 서글픈데 이해 못할 건 아니니까 다시 들이밀 수 있는 틈만 호시탐탐 노리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비록 이제 4개월이 되어가지만, 인터널이란 도메인으로 일을 하다보니 확실히 내부를 훑어보는 시선은 넓어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특히 클래스101은 글로벌 서비스를 지원하다보니 많은 걸 고려해야한다. 그만큼 서비스를 넓게 보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임펙트가 작은 부분이라서 놓치고 갈 수 있던 걸 발견하고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놓치고 있는게 많아서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이직 전에 원했던 걸 이루고 있다.
번외 : 그 외로 자주 들은 질문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과정, 노력이 아깝지않나요?
이 질문도 종종 듣는 질문이었다. 워낙 전공을 위해 노력한 시간도 있고, 짧지만 직접 디자이너로 일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난 노력과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무기이자 장점이 늘어났다고 생각할 뿐, 버린게 아니고 대외활동으로는 DND에서 디자인 운영진으로 디자이너 영역에서 아예 그 부분의 시선을 닫은 것도 아니니 전혀 아깝단 생각을 하지 않는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PM이 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UX 디자이너, PD라면 사실 0에서 1을 만드는 작업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큰 프로세스는 비슷하기 때문에 못해먹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어려운게 있다면 디자이너 출신이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롤(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존중하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게 어렵다. 그외로는 물론 기획이나 정책(법적인 부분), 마케팅, 개발을 모르기 때문에 계속 배우고 알아가야한다는 점이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건 프로덕트와 상황별로 항상 모르는게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디자이너 출신'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DND가 벌써 8기가 되었어요! 내일(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8기 신청 서류접수 하고 있습니다.
취준생, 주니어 디자이너로 개발자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면 지원해보는 걸 추천해요.
프로젝트에 즐거움을 모두에게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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