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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Feb 01. 2024

우리집이 가난할지 부자일지에 대한 확률에 대하여

태어나보니 이미 그렇게 결정되어 있었다


"선생님 책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불행해요"

"서진아(가명) 왜 그랬게 생각했어?"

"집이 엄청 가난하잖아요. 그래서 원하는 초콜릿도 하나도 못 먹어요"

"가난하다고 과연 불행할까? 책을 끝까지 읽어봤는데 그런 주인공이 불행해 보였어?"

"...."



현실적인 어른처럼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


벌써 2월달이 찾아왔다. 교실 안에 쌀쌀한 기운이 돌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두꺼운 패딩을 껴입고 빨개진 볼을 하고 책상에 앉아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아이들은 너무나 작고 순수해보였다. 그런데 무슨일이람. 그런 아이들의 질문에는 티 없는 맑음 보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더욱 짙게 녹아져 있을 때가 더욱 많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읽고 수업을 했을 때도 그랬다. 아이들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불행했던 찰리, 주인공을 말하면서 가난은 곧 불행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아이들에게 책읽기는 겉으로 보이는 내용에 치중될 때가 많다. 글밥이 많은 책을 열심히 읽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선 칭찬을 받아야 마땅한 나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부유한 집에 태어날 확률과 그러지 못할 확률


그래도 아이들은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황금초대장을 가장 좋아한다. 이 이야기를 꺼내면 불행했던 찰리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했을 때보다 얼굴이 한결 밝아진다. 황금 초대장. 초콜릿 속에 숨겨져 있는 단 다섯개의 황금초대장을 발견한 어린이들만 하루동안 비밀스러운 공장에 들어가 온갖 것을 구경할 수 있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황금 초대장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초콜릿을 샀는데 그 안에 황금 초대장이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현실 속의 로또처럼 희박할 확률이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충분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운 좋게도, 초콜릿 속에서 행운을 잡기를 바란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기보다는 조금은 여유로운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기를 내심 바라는 것처럼.



찰리에게서 배우는 황금 초대장의 진짜 의미


정말 정말 희박한 확률로 찰리는 우연하게 돈을 줍고, 그 자리에 곧바로 근처 가게에 달려가서 처음으로 초콜릿을 사먹었는데 말도 안되는 행운이 따라서 그 초콜릿 속에서 황금 초대장을 받았다. 정말 희박한 확률로 얻어낸 가장 큰 행운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황금 초대장은 과연 찰리에게 진짜 행운이었을까? 책을 읽고 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이 부분에서 다소 헷갈려하기도 한다. 그러면 책 속의 명대사를 인용하면서 아이들에게 꼬리 질문을 던진다.


"가족은 절대로 못버려요. 온 세상 초콜릿을 다 줘도요"


공장을 가지게 되면 돈을 가지게 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돈이 곧 달콤한 초콜릿일 수도 있겠지만 찰리는 단호하게 가족을 대신 선택한다. 가족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따뜻한 웃음과 사랑받는 기분이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기 때문은 아닐까?


아이들은 이렇게 물어보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맞다고 연신 고개를 주억거린다. 특히나 돈에 민감하고 현실적인 경향이 강한 서진이(가면)만 가만히 선생님을 쳐다본다. 그 얼굴에는 "그건 동화니까 그렇죠"라는 말이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이 수업 한번으로 아이의 생각이 한순간에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괜찮다. 다만 서진이가 조금더 생각의 틈을 열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인생에서 진실로 의미있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찰리 버킷은 공장을 가지게 되어습니다. 하지만 윌리 웡커는 더 좋은 걸 가졌습니다. '가족'"


아이들마다의 성향에 따라서 이 책의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해서 공감을 하거나 찰리의 선택에 못마땅하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요즘에는 아이들이 후자의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아 내심 씁쓸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수업 마지막에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애들아 우리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가 부자인지 가난한지 결정할 수 있었어?"


아이들이 웃긴 질문을 왜 하냐는 듯이 웃으면서 아니요!라고 답한다. 그러면 선생님이 다시 묻는다. 애들아 그러면 진실로 의미있는 것은 뭘까? 돈이 아니라 가족, 그 자체가 아닐까? 애들아 너희들은 행복한 것은 엄마와 아빠가 부자여서 그런거야 아니면 엄마와 아빠가 나를 사랑해서 그런거야?


이때까지만 해도 반응은 부자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꽤나 있다. 그러면 다시 묻는다. 그러면 엄마와 아빠는 왜 그렇게 힘들게 일하실까? 누구를 위해서?



그제야, 아이들이 "바로 저희들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열심히 일해요 그래서 저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구요"


그러면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이들이 행복이 돈에 있기보다는 나의 가족이 단 세상에 딱 하나의 달콤한 인생의 행운이자 선물임을 알아가기를.





feat. 나에게 초콜릿 황금 티켓보다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

어른이 영원히라고 할 때는 아주 오랫동안을 뜻하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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