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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Jan 14. 2024

과연 아이들은 이 세상에 편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선생님 그런데 편견이 아예 없을 수는 없잖아요?


편견의 층위 : 어른의 편견과 아이의 편견

여전히 어른에게도 이야기하기 어려워서 피하는 주제가 있다. 정치, 편견, 사상 같은 주제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른들도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화의 끝이 안 나거나 싸움으로 마무리되기 쉽기 때문에 차라리 입 밖으로 꺼내지를 않는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대화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반성한다.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생님이 되고 싶기 때문에 반성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가졌던 편견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면 너무나 놀랍다.


어른이와 아이가 가진 편견은 다르다. 보통 아이의 편견은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그림자에서부터 비롯된다. 은연중에 어른들이 말하는 대화, 광고에서 그리는 행복한 사람의 이미지, 그리고 특히 선생님, 학부모, 친구들의 말들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스며든다. 그래서 그럴까? 난 아이의 편견은 사실 편견이라고 부르기 어렵게 느껴진다. 그것은 편견이 아니라 모방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편견에도 층위가 있다. 어른의 편견과 아이의 편견은 그 뿌리가 어디인지가 다르다. 아이의 편견은 그 뿌리가 바깥에 있지만 어른의 편견은 그 뿌리가 나 자신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게 되면 아이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편견에 휩싸인다.


‘난 여자친구랑만 놀아야지’

‘저 친구는 못생겼으니까 말을 먼저 걸지 않아야지’


아이들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편견을 제각기의 크기로 가지고 있다. 너무 큰 편견이 생겨버릴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그때부터 편견은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 식빵 반죽처럼 우리들의 마음속에 서서히 부풀어만 가다가 어느 순간 돌변하여 무서운 폭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변해버린다.


편견이란 사전적인 정의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편견이라는 말 자체는 부정적인 어투가 남겨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대부분 사람들이 부정적인 경우에 편견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나는 편견이 부정적인 단어라고 확신했다. 우리 세상에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쳐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아가면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견을 주제로 수업을 했을 때 아이들은 내게 예상치 못했던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런데 편견이 없으면 안 되지 않아요?”

또래보다 현실적인 성향이 강한 서연(가명)이 날 보면서 질문했다.

“정말 그럴까? 서연이는 왜 그렇게 생각했어? “

서연이는 약간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차피 편견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걸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들을 생각하느라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요. 사과하면 빨강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아이는 이렇고 어른은 이렇고 여자는 이렇고 남자는 이렇고. 정확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맞을 때가 많잖아요”


잠깐 나는 대답을 생각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서연이가 물어본 내용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복잡한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 짧지 않은 시간,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 진솔한 대화. 이 3가지가 부족한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럴 때 편견은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 짧은 순간에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말이다.


사실, 편견에도 색채가 따로 있다. 사람의 마음을 밝히는 노란색. 반대로 사람의 마음을 어둡히는 진검은색. 서연이 말이 맞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편견은 아예 없애기 힘들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그렇다고 편견을 그대로 두고 그 크기를 키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편견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밖에 없다고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일지라도, 우리가 매 순간 바쁜 삶을 살아갈지라도, 여전히 편견의 크기를 줄이고 가끔은 편견에서 벗어나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림책 : 종이 봉지 공주 "


그림책에서 나오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편견에 휩싸인 독자가 그림책 종이 봉지 공주를 읽게 된다면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즐거워하지만 이 책을 읽는 엄마와 아빠들은 당황스러워할 수도 있다. 아니, 공주가 왜 저런 헐벗은 옷을 입을 수 있지? 동화책인데 공주와 왕자가 잘 안 되기도 하네? 이런 마음을 가졌다면 오히려 잘됐다. 우리들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던 편견의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를 새삼스럽게 실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므로.


물론 편견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떠한 편견은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견을 방치해 두고 그 크기를 무작정 키울 수는 없다. 우리들이 올바른 편견의 크기를 가진다면 우리는 훨씬 쉽게 세상을 살 수 있기도 하다. 이 점은 어른인 우리가 아이들에게 배울 점이기도 하지 않을까?


서연이에게는 서연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서연이의 무심한 표정이 내가 맞잖아요, 하는 자신감 어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런 서연이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서연아,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내 마음속 편견이 커지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수도 있거든. 그러면 편견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뭘 해야만 해? 서연이가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 이내 어린아이다운 웃음을 되찾아 대답한다.


”처음에는 편견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편견을 벗어버리고 그 사람을 앗는 그대로 보면 되어요. 엄청 쉬워요 “


서연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맞다. 이렇게 우리들이 다 함께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했다.





ps. 오늘 내가 가진 편견 중에서 가장 크기가 컸던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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