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
"재호(가명)야, 발표할 때는 손을 들어야지"
재호는 네, 대답을 크게 한다.
그것도 잠시다.
1분 정도가 지났을까?
재호는 뒤를 돌아서 다른 친구들에게 장난스러운 말을 던진다.
수업 규칙은 공동의 적이다.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데 수업 규칙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제약을 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는 항상 수업 규칙을 강조한다. 특히 행동 제어가 어려운 아이일 수록 지금 이 수업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도 혼을 많 많이 혼났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가 혼난다는 생각이 안들 수 있도록 배려한다. 다른 친구들 앞에서 규칙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하고 따로 아이만 불러서 수업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선생님이 00이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렇게 계속 좋아하기 힘들어질 것 같애,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나는 아이와 작은 약속을 만다. 앞으로는 규칙을 잘 따라보겠다고 약속을.
<우리반 고민 휴지통 / 킨더랜드 / 이혜령 글>
5학년 2반에 생긴 고민 휴지통. 누군가 고민을 적어서 넣으면 고민에 대한 답변이 해주는 내용을 담은 이야기이다.
이 책은 가볍고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소설처럼 고민에 대한 답변이 오고가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다. 재미있게 책을 익고 나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살펴보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나의 고민을 다른 사람과 나눠볼 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서 수업 시간에 큰 소리로 말하는 아이는 매년 반마다 한명씩은 꼭 있다. 그런 아이들이 다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어른이 된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런 아이를 수업 시간에 만나면 당황스럽고 수업에 방해를 간접적으로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은 과도하게 아이를 통제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입 교사였던 내가 이러한 아이에 대한 고민을 선배 선생님께 털어놓았을 때 나는 뜻밖의 조언을 들었다.
"선생님이 적이 되면 안되요"
선배 선생님은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내게 말했다.
"그 대신 공동의 적! 수업 규칙을 강조해면 되어요"
아이에게 수업의 규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면 아이는 놀랍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기 시작한다. 선생님 저도 수업을 잘 따라가고 싶은데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요, 너무 심심하고 지루해서 잘 집중이 안되어요. 아이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왜 수업 시간에 장난을 과도하게 치는지를 말할 때 나도 선생님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의 말에 경청해준다.
장난을 치던 그 개구쟁이 아이에게도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왜 수업에 잘 따라가지 못하지?
다들 어떻게 저렇게 앉아서 수업에 집중하지?
아이들마다 타고난 성향이 다르다. 그래서 어떤 아이는 소심하거나 어떤 아이는 대범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듣게 하려면 그 정도를 적절하게 맞춰어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소심한 아이는 발표할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소리에 예민하여 자신의 말을 먼저 꺼내기 힘들어한다는 고민이 있다 .반대로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고 상황에 따라서 행동하는 방법을 잘 몰라 힘들어한다.
그래서 나는 장난이 심한 아이가 있으면 언제나 그 아이도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아이의 행동을 보고 화가 나기 보다는 아이에게 무엇을 알려줘야할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 아이일수록 수업의 규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수업의 규칙은 다른 친구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함께 따르는 규칙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면 아이도 수업 규칙에 따르려는 노력을 열렬하게 보이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선생님과 아이가 자신의 고민을 말하고 서로가 그에 대한 답변을 듣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