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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Dec 25. 2023

기계처럼 말하는 남자아이?

우리 아들이 기계처럼 말한다고 걱정된다면


말을 로봇처럼 한다는 아들이 있다는 엄마의 속사정


"안녕하세요 지후(가명) 어머니, 앞으로 수업할 때 아드님이 실력이 나아지거나 개선하고 싶으신 부분이 따로 있을까요?"
잠깐의 침묵이 생긴다. 침묵을 깨고 지후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뭔가를 물어보면 대답을 기계처럼 해요"
"기계처럼요?"
"네, 몇년도에 발명되었고, 더듬거리면서 어떤 종류가 있는지 말하는데 너무 듣기 싫어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들 중에서 기계처럼 말해서 고민이 된다는 학부모님의 상담이 있었다. 정보, 과학, 수학 등등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내의 생각이나 내 감정을 위주로 말하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상황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말할 때가 많다. 

관심사는 다르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같아요


하지만 아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이지, 기차에 대한 정보를 알거나 지도에 대한 역사를 알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어머님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된다. 현재 아들의 관심사가 현재 초점을 두는 것이 '숫자, 수치'일 뿐이지 아들도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수업 시간 동안 지후가 발표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조용하게 웃는 편이었고 발표할 때도 <사생활, 기자, 뉴스, 취지> 등등 초등학교 2학년 수준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어휘를 사용하였다. 책을 많이 읽고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자 재능이기도 했다. 나는 지후의 이러한 장점을 살리면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랑, 감정, 일상, 관심>에 대한 표현 방법과 인식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가장 와닿는 다정하게 말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가끔은 감정적인 단어가 없어도 상대방에게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다.


눈을 깜밖거리기, "응~"이라는 추임새 넣기, 고개를 끄덕이기 등등. 나는 지후와 대화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후가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 더듬거리면서 말할 때 추임새를 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렬히 호응을 해준다. 지후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상호작용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겉에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어쩌면 진심으로 지후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후에게 최대한 많은 감정적인 호응을 주고 지후가 감정을 얘기할 때면 그저 표현법에 대한 칭찬보다는 오히려 그에 대한 꼬리 질문을 던졌다. 


"오늘도 재미있었어요"
"그래? 어떤 점이 제일 재미있었어? 그래서 막 기억에 떠올라?"
"새로운 한자어휘를 배웠는데, 그 한자가 편견이었어요"
"아~ 지후는 편견이라는 한자를 알게 되어서 되게 즐거웠구나. 지후한테는 어떠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 혹은 지후가 고치고 싶은 세상의 편견이 있어?"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듯 지후는 생각을 곱씹는다. 선생님은 그 순간을 충분히 기다려준다. 교실 안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생각해보고 고민해야할 시간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므로. 보통 새로운 어휘를 배웠다,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라고 지후가 말하면 어른들은 "잘했다"라고 대화를 마무리했을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활동도 좋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에게 미친 '영향력'과 '나의 가치관'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후에게 새로운 것을 알고 배워서 그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볼 시간이 많아진다면 분명히 기계처럼 말한다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다정함을 보여주는 책, 달 샤베트


"창 밖을 내다보니 커다란 달이 뚝뚝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문을 열고 달샤베트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달 샤베트는 아주아주 시원하고 달콤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달샤베트를 먹고나자 더위가 싹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날 밤, 이웃들은 선풍기와 에어컨 대신 창문을 활짝 열고 잠을 잤습니다. 모두 모두 시원하고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백희나 작가의 두번째 그림책, 달 샤베트에서 나오는 할머니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할머니가 다정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할머니는 가장 먼저 녹아버린 달을 모아두고 샤베트를 만들어서 동네 주민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무엇보다 달이 녹아버려서 찾아온 옥토끼에게는 달맞이꽃을 피워서 새로운 달을 하나 더 만들어주기도 했다. 간혹 말 한마디보다는 행동이 더 가슴에 와닿을 때가 많다. 


마치 수학 문제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사람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방법은 따로 있지 않는 것 같다. 목소리 톤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에는 진심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진심은 행동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아이들에겍  다정함을 보여주는 진심 어린 행동은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지후에게는 웃으면서 말해주고 눈을 부드럽게 맞추면서 말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썼다시간이 지날 수록 지후에게도 작지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업이 3번 정도 지나자 지후는 점점 말하는 속도가 짧아졌고, 더듬거리면서 수치와 숫자에 집중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기계처럼 말한다는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자연스럽게 말하는 평범한 남자아이였다. 무엇보다 아무런 정보가 없어도 지후가 생각한 마음이나 기분에 대해서 좀더 말을 쉽게 꺼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점이 가장 선생님으로서는 고마웠다.




ps. 아이가 로봇같다는 걱정을 가진 어머니에게 상담 전화를 할 때 나는 한가지를 덧붙이게 된다. 


혹시 아이가 기계처럼 말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머님의 표정은 어떠셨나요? 

혹시 나도 모르게 굳어있거나 어색해하고 있지는 않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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