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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Dec 08. 2023

시간을 잘 관리하는 방법

모모에게 배우는 것들

선생님, 오늘만 수업 안 들으면 안되요?

예인(가명)이가 쉬는시간에 와서 말한다. 평상시에 선생님을 잘 따르던 귀여운 아이.

오늘따라 피곤하고 힘들어 보인다.



독서 수업을 하다가 보면 나도 모르게 배우는 부분들이 참 많다. 교실에서 시간을 주제로 아이들과 수업을 하게 될 때가 있었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라는 책은 독서 선생님인 나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책이다. 처음으로 책이 삶의 위안을 주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씨앗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모모를 가지고 수업을 하다보면 그때 어린 나의 마음이 떠오르기도 해서 아이가 된 것처럼 기쁠 때가 많다.


한편으로 대치동 학원가에서 매일매일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얼굴이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 예인(가명)이가 딱 그랬다.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아침 수영을 갔다가 발레 학원을 간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갔다가 독서논술 학원에 온다. 논술 학원이 끝나면 저녁을 챙겨주는 엄마를 만나서 미술 학원을 가고 마지막엔 바이올린 과외가 있다고 한단다. 예인이는 참 똑똑하고 밝고 긍정적이다. 그런 예인이가 조금 피곤하다고 쉬는시간에 잠깐 자면 안되냐고 물어봤을 때 어른인 나는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나는 한 주동안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한 독서 수업을 아이에게 꼭 100% 다 전해줘야만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학원 스케줄을 소화해느라 피곤해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앞선 나의 욕심이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인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의자 뒤에 놓아두었던 쿠션을 빌려주었다. 예인이가 잠시 눈을 감고 쉬었다. 


시간은 참 이상하다,
많은 것을 하면 할수록 빠르게 사라져버린다
많이 움켜잡으면 잡을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책 모모에 등장하는 소녀는 이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대도시를 헤집고 다니며 정력적으로 무슨 일인가를 하고 돌아다니는 회색 사나이들을 눈치채지 못하"는 한국 사회는 회색 사나이가 살아가는 곳처럼 보인다. 


회색 사나이 : "시간을 벌어들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없었소. 손실에 덧붙여 우리 사원이 낭비한 시간도 생각해야겠소. 이 두 가지의 손실을 합하면, 정확히 3,738,259,114초가 될 것이오, 여러분! 그것은 한 인간의 한평생보다도 많은 시간이오!"


나는 회색 사나이의 말과 생각에서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어른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해진 나이에, 정해진 점수로, 정해진 목표를 향해서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반화하지는 않겠지만 고소득일 수록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 보수, 명예 등등에 합당한 시간을 일에 투자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그 이상의 것이다. 1초, 1년, 10년--- 시간은 곧 한 사람의 전부가 된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시간이 중요하다. 그 사람이 살아 숨쉬는 동안 무엇을 하였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짧은 순간이라도 삶의 큰 부분으로 와닿는다. 지금 이 순간 순간들은 아쉽지만 아이들에게는 다시 되돌아오지 않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어른보다 1시간이 더 중요하고 더 유의미하다. 한창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정보를 마주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모모에게 배워보자고 말했다. 어떤 아이의 경우 모모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싫다고 말한다. 그래서 모모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한다. 모모는 정말 시간을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잘 관리하는 방법 세가지


1.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


많은 사람들은 시간을 허투로 보낸다.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나와는 큰 상관이 없는 타인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잘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집중하면 집줄할수록 자기 자신이 결핍되고 공허함 마음이 커진다. 하루 하루가 모모처럼 자기 자신에게 온전히 주어진다면 얼마나 의미있을까?


2. 허영심이 아닌 자긍심을 기르기


자신이 어떤 장점과 특별한 가치를 지녔다는 확고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 믿음을 가져야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조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모에 대한 사람들의 믿은 곧 모모의 자긍심이 되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삶을 돌이켜보려면 반드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필요하다.



3. 두번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의 의미를 깨닫기


인생은 즐겁게 살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우는 것도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이다. 모모는 고아였지만 자기 자신의 삶을 비참하게 여긴 적이 없다. 오히려 고아원에 가지 않는 자신의 상황에 만족해하면서 현재 속에서 충실히 살아간다. 시간을 잘 관리하려면 과거,미래 중에서도 '현재'에 몰입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곧 지금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Ps. 아이는 학원 때문에, 어른은 직장 때문에 하루를 희생시키는 것은 얼마나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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