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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 Feb 12. 2023

사업 계획서의 작성

세쿼이어캐피털이 추천하는 사업계획서 작성법

나는 제도권 교육이나 번듯한 회사의 사수로부터 체계적으로 업무를 배운 바가 없기 때문에 모든 걸 혼자 공부하고 닥치는 대로 익혀왔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바는 어떤 분야나 직무를 막론하고 그 끝은 크게 다르지 않고, 궁극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할 때면 의미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럴 듯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업무 수행에서의 기술들은 알려주기 쉽지도 않거니와(암묵적 지식, tatic knowledge이라 부른다), 알려줘도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기 없이 기술만 배운다면 피상적인 업무 역량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직업 기술' 분류의 글도 마찬가지로, 만약 누군가 이것을 모두 읽었다면 (몇 가지 이 빠진 게 있다만) 꽤 볼만한 사업계획서를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며 써왔다.


이 시리즈의 첫 글이 '프로덕트 매니저의 생각의 프레임워크' 였던 것처럼, 사업 계획의 수립과 사업계획서의 작성에도 프레임워크가 있다. 프레임워크를 지키지 않고 작성된 사업계획서는 내러티브를 잃어 보통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든 문서 작성의 목표는 읽는 사람의 설득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가급적 프레임워크를 준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불법은 아니니 프레임워크를 신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프레임워크를 따르지 않은 사업계획서가 더 설득력을 갖추는 경우를 아직은 보지 못했다.

경력도 실력도 일천한 내가 주장하는 프레임워크는 당연히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 VC의 끝판왕 세쿼이어캐피털이 제안하는 프레임워크를 소개할까 한다. 세쿼이아 캐피털에게 제출된 사업계획서들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보다 못해 직접 배포했다는 후문이 있다.


Writing a Business Plan - team sequoia


Company purpose 기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의미한다. 자신의 회사를 '한 줄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생각하는 것보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레진코믹스는 '어른들을 위한 부분 유료 웹툰 플랫폼'이라 자신들을 소개했다.

Problem 고객들의 문제를 설명한다. 프로덕트 매니저의 생각의 기초에서 언급했듯이, 문제란 일반적으로 시장이나 제품에서 발생한, 고객 입장에서 겪게 되는 불편함이다. 만약 공급자의 필요에 의해서 작성한다면, 문서를 읽는 사람이나 실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문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거의 없다. 한편 우리가 다루고 있는 문제가 정말로 크리티컬 한 지 항상 고민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크리티컬 한 문제는 다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1) 문제가 수반하는 비용이 크다. 2)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이미 나름대로의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3) 큰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매하려고 한다.

Solution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제품 자체를 소개하는 것보다,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UVP (Unique Value Proposal)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UVP에 대해서는 린캔버스를 통해 더 심도 있게 익힐 수 있다. Problem에서 언급했듯이, 다루고 있는 문제가 크리티컬 하다면 훌륭한 솔루션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 제품이 비타민인지 / 페인킬러인지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 따로 글을 쓰지는 않았으나, 같은 제품&솔루션이라도 고객 세그멘테이션에 따라 페인킬러인지, 비타민인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우리 제품이 페인킬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양한 고객 가설을 수립하여 각각을 검증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는 80세 노인의 크리티컬한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지만, 1세 아이에게는 필요가 없다.

Why now? 우리 서비스가 지금 이 시장에 필요한 이유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은 Web 2.0으로 인해 촉발된 Flat directory에서의 Network로의 변화가 금융, 쇼핑, 검색에 이어 '사람의 검색'에도 일어날 거라 보았다.

Market potential 타겟, 시장 규모와 시장의 CAGR을 기술한다. 굉장히 정확한 시장 규모를 산출하느라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고, 페르미 추정을 이용해 논리적으로 기술하면 되리라 본다. 페르미 추정을 통한 시장 규모 산출 방법은 지난 글에서 언급했다. 한편 타겟은 가능한 한 '날카로울수록' 좋다. 페인킬러는 시장이 Nich 할수록 찾기 용이하고, 고객 규모가 커지고 보편적일수록 모두가 싫어하는 제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고전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에서도 가능한 한 좁은 연못에서의 가장 큰 잉어가 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시장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타겟을 억지로 늘려놓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접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는 게 더 좋다.

Competition / alternatives 우리의 경쟁사를 언급한다. 개인적으로 SWOT 분석 등은 사업계획에나, 사업의 전개나 딱히 유용하지는 않았다(물론 이에 대해 잘 알고 기술할 수 있는 게 절대로 나쁘지는 않으며, 내가 그에 익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초보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경쟁사가 없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었다. 경쟁사가 없다는 것은 시장이 없다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설령 경쟁사가 없다더라도 정말로 풀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는 고객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터틸의 Zero To One에도 언급된다. 포지셔닝 맵을 활용하여 우리 제품의 시장 내에서의 위치를 표현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단, 우리 제품은 항상 우측 상단에 위치해야한다.

Business model 우리가 다루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야기한다.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서는 지난 글에서 반정도 이야기 했다. 훌륭한 창업자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 줄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줄로 소개된 비즈니스 모델에는 (잘정의된)타겟 + 수익 모델 + 솔루션이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 비즈니스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Team 우리 팀을 이야기한다. 훌륭한 팀을 구축했을수록 좋으며, VC는 '어벤저스'를 원한다고도 이야기한다.

Financials 재무적인 내용에 관하여 기술한다. 3~5개년의 예상 재무제표를 첨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이상을 작성하는 바를 본 적은 없다.)

Vision 우리의 비전을 기술한다. 갑자기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지만, 비전은 창업자와 팀의 가치관으로부터 도출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가치관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면, 사업에의 고난과 괴로움을 어떻게든 이겨낼 것이다.


기실, 사업계획서는 사업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발판으로써 존재해야 한다. 때문에 실제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혹은 린캔버스를 바탕으로 수행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이라는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처럼, 사업계획은 쳐맞은 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하기 좋은 형태가 액션에 훨씬 유용하다.

다만, 창업자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거나 / 검증한 사업계획을 논리적이고 훌륭하게 풀어내는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창업자로서의 책임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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