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출장 사흘째, 도착하기는 나흘 전에 도착했다. 거의 모든 인생사에 감흥이 없는 인간인지라 공항에 막 내려서도 별 감정은 없었다. 대표님과 둘이 온 해외 출장이기 때문에 예의상이라도 들뜬 모습을 보여야 했건만, 심드렁하기만 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에서 본 풍경은 수원 중고차 단지가 연상됐고, 도쿄역은 평평한 서울역이라고 느껴졌으며, 아리아케는 킨텍스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불과 사흘간 열댓 개의 미팅을 마쳤다. 유수의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 웹툰 업계의 건실한 대표님, 아시아 최고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 중인 대표님, 상장을 앞두고 있는 창업자와 이미 성공적으로 엑싯한 상장사 지사장 출신의 투자자까지.
지 잘난 맛에 살고 있던 내가 얼마나 작은 나라에서 얼마나 작은 일을 해오고 있었나 다시금 깨닫게 된다.
창업자 시절 첫 번째 투자 유치 후, 주변 인맥이 완전히 물갈이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이 안에서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까 설레었고, 한편으론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너무 큰 세상이 두려웠다.
이년 전 우연히 오게 된 회사에서 과분한 인정을 받아 분에 넘치는 기회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또다시 설레면서도 두렵다.
일단 영어 공부부터 하기로 약속했다. 두려움과 고민은 적격한 실력을 갖춘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