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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 Aug 27. 2023

2주 만에 마케팅 성과 5배로 높이기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뒤죽박죽인 서두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대충 정리하자면 사업부 체제로 전환되며 A / B 서비스의 성과관리를 담당하게 되었고, 나의 영역이 아니었던 B 서비스의 B2C 마케팅 또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갑자기 담당하게 되었다.


B서비스의 지표는 2-3달간 우하향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그런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으나, 간헐적으로나마 큰 폭으로 올라왔던 지표 덕분에 어쨌든 우상향 하고 있었고, 내가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하지는 않은 탓에 어느 이상 가타부타 관여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사정으로 전사적으로 B서비스의 마케팅에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하자 지표는 즉시 하향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해당 서비스의 지표 개선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장담했던 것과 달리 꽤 많이 고민스러웠다.

어쨌든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인상적인 수준으로 지표를 개선하고 싶다는 욕심에 다양한 정보를 꾸역꾸역 수집하였다.


먼저, 서비스의 전반적인 지표를 뜯어보며 어떤 부분의 개선이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따져보아야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대시보드가 있기야 했지만, 제품의 성장보다는 비즈니스 전반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직관적이지 못하고 난해했다. 또한 나는 지금 우리 서비스의 상황상, 기존 유저의 리텐션 제고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통념과 다르게 신규 유저 획득 개선이 성장에 더 큰 영향을 주리라 예측하고 있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대시보드의 제작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는 데이터 스토리지에 웬만한 데이터는 모두 확보해놓고 있었고, 하루 이틀 만에 개선된 대시보드를 완성했다.
개선된 대시보드로 크게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신규 유저 확보 목표가 유저 재방문율 개선 목표보다 약 230% 정도 좋은 매출 성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 최근 발생하고 있는 유저 감소는 Bounced Rate 문제보다는 신규 유저의 유입 감소에 따른다.


기본적인 전략이 설정되었으니 매일 매주 매월 어떤 채널에서 어느 정도만큼의 유저를 획득해야 하는지 목표를 세워야 했다. 기존에도 목표가 없지는 않았으나, 내일 당장이라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목표가 수립되어야 팀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개인적 믿음이 컸다.

앞선 대시보드로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Paid 마케팅 / Organic 마케팅을 통한 유저 획득 목표를 수립했고, 이미 구상하고 있던 몇 개의 액션아이템들과 그 액션아이템이 지향하는 세부지표 및 그와 연관된 상위 목표를 연결하여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해당 목표들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CAC를 극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 Organic 한 유저 획득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제품에 Viral 기능을 추가해야한다.


제품에 Viral 기능을 추가해야 더 건전하게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해당 개선까지는 최소 한 달은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또한 제품 개선에 필요한 자원과 인력은 Paid 마케팅에 투입되는 자원 및 인력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둘은 병렬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따라서 마케팅 프로세스를 우선 잡아내면서 그 사이에 제품 개선을 하는 것으로 프로젝트의 대략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그때까지 내가 전달받았던 당시의 paid 마케팅 상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마케팅 환경이 이전에 내가 알고 있었던 것과 많이 다르며, 그로 인해 CPM이 상당히 높아졌다.

2. 위 높아진 CPM으로 인하여 CPC 및 CAC가 상당히 높아졌으며, 이는 어느 이상 개선하기가 어렵다.


위의 같은 설명을 거의 반 년째 듣고 있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 가능한 수치는 아니었다. 또한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CAC를 지향하는 게 해당 담당자들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나의 가설은 다음과 같았다.

1. 명확한 타겟 가설 및 채널 운영 전략을 수립하여 유저들에게 소구 할 수 있는 마케팅 에셋을 다양하게 제작한다.

2. 성과 개선을 위한 퍼널 전략의 수행을 위해, '클릭 모수 확보' 캠페인과 '유료 유저 전환' 캠페인을 별도로 운영한다.

3. 위 Paid 마케팅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Organic 하게 유저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수행하여 CAC를 최대한 낮춘다.


위의 가설을 기반으로 아래의 액션을 수행했다.

1. paid 마케팅에 있어, 적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1개 채널에 모든 자원을 집중한다.

2. 명확한 타겟 가설을 기반으로 한 가지 타겟 안에서 4가지 이상의 마케팅 소재를 운용하며, 해당 채널에서 클릭 모수를 확보할 수 있는 캠페인과 실제 전환을 확보할 수 있는 캠페인을 별도로 운영한다.

3. organic 하게 마케팅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확보한다.


위의 액션을 약 2주 간 꾸준하게 수행한 결과, 다음의 결과를 얻어냈다.

1. 기존 3-4명이 수행하던 마케팅 활동을 1명이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해당 담당자의 개인적 열정이 없었다면 할 수 없던 일이다)

2. CPC는 기존의 30~40% 수준으로 감소하였고, CAC는 기존의 20%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3. ROAS는 400%가량 개선되었으며, 급기야는 900에 가까워졌다.

4. ROI는 800%가량 개선되었으며, 800에 가까워졌다. 이는 급격히 낮아진 CAC의 영향에 기인한다.


몇 달간의 지리했던 위축의 시간을 벗어나, 약 1주 전부터는 드디어 우상향 하는 그래프를 얻어냈다.

때마침 찾아온 몇 가지 긍정적인 모멘텀의 운도 따랐지만, 무엇보다도 해당 담당자들이 위의 전략을 이해하고 잘 수행했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는 결과였다.

이제는 마케팅 예산을 어디까지 더 확대할 수 있을까를 경영관리팀과 협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게 되었다.


물론 아직 예상되는 한계는 있다.
첫째로, 우리 서비스는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아도 매 달 NNN 명의 유저가 새롭게 전환된다. 따라서, 마케팅 예산을 나이브하게 늘리기만 한다면 위 지표들은 급격하게 하락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ROAS 및 ROI는 신규 유저 획득에 따른 매출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팀원들이 Data-Driven Marketing의 의미와 그 강력함을, 그리고 성과 창출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본다. 때문에 내가 예측했던 한계들은 내 생각만큼 큰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며, 만약 실제로 벌어진다고 한 들 빠르게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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