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텔레비전 속에 머리를 집어넣을 듯 소파에 앉아있는 내게 어머니 시선이 닿았음을 느꼈다. 이미 어머니는 몇 마디를 마친 후였다. 말끝머리, 내 귀에 걸린 것은 나무를 잘랐다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니 낯선 산호수가 각진 머리 정자세를 하고 앉아있었다.
절로 탄식이 흘렀다.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잘라내면 어떻겠냐고 넌지시 말을 꺼내셨다. 나는 그냥 못 들은 척 '그냥 두세요.'라는 의사표시를 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산호수 화분은 긴 화분 아래로 늘어진 가지가 댕강 잘리고 쏘박한 배추도사가 되어 있었다.
"아ㅡ 시원허고 좋냐! 단쓰에 잎싸구가 닿을락 허고 심난햐서 내가 잘라부렀다."
"어머니, 어머니는 짧은 머리가 좋을지 모르지만 전 긴 머리가 좋다고요!"
"지랄ㅡ 저것도 잘라 불라다가 니가 뭐라 헐까 봐 놔뒀구만..."
고부갈등...
그건 이런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그 산호수는 난생처음 자영업자가 된 내가 사무실을 열던 날 들어왔으니 못해도 예닐곱 해 동안을 내 손으로 가끔 솎아줘 가며 늘어뜨려 키워내고 있었는데...
나무에 커다란 애착은 없지만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누군가 맘대로 휘저어놓은 것만 같아 괜스레 저 밑바닥에 술렁이고 있던 꼬락서니가 쑤욱 올라오고 말았다.
잔뜩 각 잡은 흰 바지, 물방울무늬 셔츠 그리고 뒷 주머니에 도끼빗을 꼽은 오빠야가 휘익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려는 것처럼 한쪽으로 치렁한 자메이카 나무는 그대로였다.
십 년 넘게 살다 보니 더 이상 이야기는 필요치 않다는 걸 안다. 그리고 며칠 내로 자메이카 오빠야도 장발단속에 걸려 상고머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베란다에 빨래조각을 널려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그만 웃고 말았다. 산호수만 머리카락이 댕강 잘려나간 게 아니었다. 오렌지 쟈스민도, 로즈메리도, 행복나무도 아주 야무지게 이층 단발을 하고 있었다. 멀쩡한 것은 산세베리아와 비리비리한 만냥금, 고만고만한 다육이 염좌, 자르고 싶어도 가위 댈 곳 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다음날 아침, 식탁에 마주 앉은 나는 남편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베갯머리송사도 아니고 밥상머리 송사쯤이라고나 할까?
"저기 티브이 옆에 화분 보이지? 어쩜 자기 머리모양하고 똑같아? 그 옆에 자메이카 보여?
그건 자기가 잘라버려. "
"엄마! 요것도 잘라버리라고?"
"응! 그것도 짤라부러야 안 쓰겄냐? 에미가 뭐라 헐 깨비 안 짤랐는디...."
가위를 들고 저벅저벅 자메이카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하는 남편 옆으로 어머니는 당신이 직접 자를 것처럼 금세 소파에서 일어나셨다.
잠시 후 자메이카는 푸른 잎 두 줄기만 남긴 채 뻘쭘하게 서있었다. 이제 오빠야는 머리가 자랄 때까지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사흘쯤 지났다. 상고머리. 깍두기 머리. 이층 단발머리의 나무들도 이제 적응이 되어간다. 소파에 앉으면 안 보려고 몸부림쳐도 어찌해 볼 수 없는 거실 장식장 옆 자메이카와 산호수는 '어머니가 자른 놈, 서방님이 자른 놈'으로 거부감 없이 자라고 있다.
애초에 사소한 고부갈등은 그렇다.
남들이 보면 '뭘 그런 걸 가지고'로 시작되지만 당사자는 '아이고! , 흐음..., 음...'하고 계속되는 일.
출근길 난 한 마디 꼭 하고 말았다.
"왜 내가 자기더러 그 나무 자르라고 한 줄 알아?
그것마저 어머니가 댕강 잘라놓으면 내가 볼 때마다 속상할 것 같아서..."
아이들이 미장원에 다녀올 때마다 '그게 자른 거냐?'라고 똑같은 타박을 하는 어머니의 상고머리 아들은 웃었다.
어머니, 선을 넘지 마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