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해

들어가며

아따 잘해놨다야!

늘 그렇다.

아버지는 근대역사박물관에서도,

동국사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신다.

엄마는 아파트 감옥살이에 얼굴빛이 누렇게 뜰까 걱정인데

아버지는 웃풍 없는 방 안에서 발그레 화색이 돈다.

세상 어떤 걱정도 지게 짐 부리듯 해버린 아버지,

훌훌 웃으신다.

엄마는 봄날 같은 볕아래 마흔 줄 딸년 콧잔등 주근깨와 눈밑 기미까지 걱정인데...

사진을 찍자니 손사래를 쳐가며 고개를 돌리시는 엄마,

여봐란듯이 자세를 잡아주시는 아버지.

아버지 다리 안 아파?

괜찮해.

안 추워?

괜찮해.


가장 오래된 일본식 사찰 동국사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년이 돼 간다. 시간은 앞서간다. 내 마음은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는데.

아버지는 2013년 ,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가끔씩 이곳으로 오시더니 다음 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눌러앉으셨다. 그리고 요양원 입소와 퇴소를 거쳐 2017년 초여름 떠나셨다.

그 길고도 짧은 여정을 옮기고자 한다. 당신을 기억하고자 함도 있지만 나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곁들인다. 지나온 날을 정리해 서랍 속에 가지런히 넣어놓으면 앞날에 쓰일 글발이 풀릴 것 같은 무속신앙 같은 마음으로 체에 거르는 곡식들처럼 키질을 시작한다.

키질 끝에 쓸모 있는 것으로 남은 알갱이와 바닥에 떨어진 쓸데없는 검불도 적어본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검불이기도 했고 알맹이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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