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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의 기억
01화
괜찮해
들어가며
by
수더분한 버마재비
May 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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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잘해놨다야!
늘 그렇다.
아버지는 근대역사박물관에서도,
동국사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신다.
엄마는 아파트 감옥살이에 얼굴빛이 누렇게 뜰까 걱정인데
아버지는 웃풍 없는 방 안에서 발그레 화색이 돈다.
세상 어떤 걱정도 지게 짐 부리듯 해버린 아버지,
훌훌 웃으신다.
엄마는 봄날 같은 볕아래 마흔 줄 딸년 콧잔등 주근깨와 눈밑 기미까지 걱정인데...
사진을 찍자니 손사래를 쳐가며 고개를 돌리시는 엄마,
여봐란듯이 자세를 잡아주시는 아버지.
아버지 다리 안 아파?
괜찮해.
안 추워?
괜찮해.
가장 오래된 일본식 사찰 동국사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년이 돼 간다. 시간은 앞서간다. 내 마음은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는데.
아버지는 2013년 ,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가끔씩 이곳으로 오시더니 다음 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눌러앉으셨다. 그리고 요양원 입소와 퇴소를 거쳐 2017년 초여름 떠나셨다.
그 길고도 짧은 여정을 옮기고자 한다. 당신을 기억하고자 함도 있지만 나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곁들인다. 지나온 날을 정리해 서랍 속에 가지런히 넣어놓으면 앞날에 쓰일 글발이 풀릴 것 같은 무속신앙 같은 마음으로 체에 거르는 곡식들처럼 키질을 시작한다.
키질 끝에 쓸모 있는 것으로 남은 알갱이와 바닥에 떨어진 쓸데없는 검불도 적어본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검불이기도 했고 알맹이이기도 했으니까.
keyword
아버지
엄마
걱정
Brunch Book
수수꽃다리의 기억
01
괜찮해
02
작약은 낮은 담장 앞에서 예뻐 보이는 거야
03
기억이 먹어버린 푸른 감
04
그 해 여름, 침묵의 시간들
05
변명 1
수수꽃다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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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더분한 버마재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짬짬이 생각을 글로 옮기고 싶은 수더분한 버마재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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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은 낮은 담장 앞에서 예뻐 보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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