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der Aug 19. 2024

당뇨와 기근의 관계

엄마들이 당뇨병에 걸리는 이유

내가 한국에서 자주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생로병사의 비밀이다.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아시아인은 소수민족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병이나 의학에 관한 자료들이 역사적으로 많은 자료가 있는 백인들에 관한 것이 대다수기 때문에 아직도 한국인들에게 많이 생기는 질명이나 암등이 미국에서 보고된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런 한국의 의학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


평소에는 의료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의학적인 논문이나 소식을 접할 기회가 많이 있다. 물론 의학계에서 발표되는 여러 가지 보고나 실험결과를 의사나 과학자처럼 철저하게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 있게 보는 편이다.


요즘 생로병사의 비밀을 보면 한국에 계시는 많은 중년분들이 제2형 성인 당뇨(T2DM - Type 2 Diabetes Mellitus)를 많이 앓고 계시는 것 같다. 예전에 한국에 살 때는 당뇨병을 앓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보통이 제1형, 즉 태어나면서부터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당뇨병의 다반사였으나 요즘에는 제2형 성인 당뇨가 당연 앞도적인듯하다.


왜 한국인은 당뇨에 취약할까?

많은 의사나 과학자들은 한국인, 즉 아시아인의 췌장의 크기가 백인에 비해 작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는다. 또 중년이 가장 무서워하는 뱃살, 즉 내장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아시아인은 백인에 비해 동일한 체질량 지수(BMI)를 가지고 있어도 근육량이 적어서 혈당을 높이기도 한다. 또 우리의 쌀밥 위주의 식생활 그리고 빵, 국수, 떡등 탄수화물 중심의 식습관도 당뇨병이 유행하는데 큰 기여를 했음이 틀림없다.

하버드 대학에서 소장한 우크라이나 기근을 그린 그림

기근 그리고 당뇨병

이런 명백한 당뇨의 원인이 있어도 조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당뇨는 우리 사회를 병들이고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당뇨병 환자 중 65세 이상은 39.2%로,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2명 중 1명 이상 (51.2%)이 당뇨병을 앓고 있어 노인 당뇨병 관리의 중요성 도 점차 커지고 있다.


여러 가지 우리가 당뇨에 취약한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51%의 65세 이상이 당뇨인 건 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던 차 최근 흥미 있는 당뇨에 관한 학술지를 접하게 되었다.


기근이 사망과 질병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잘 기록되어 있지만, 잠재적인 장기적 영향을 추정하는 것은 어렵다. 이 연구는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우크라이나 홀로도모르 기근과 그때 임신을 해서 태어난 자녀들의 성인 제2형 당뇨병(T2DM)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이 연구에는 1930년부터 1938년까지 태어난 10,186,016명의 우크라이나 남성 및 여성 중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진단된 128,225명이 당뇨로 알려져 있다. 1934년 상반기에 태어나 임신 초기에 1933년 기근에 노출된 사람들은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즉 임신 중 기근에 노출되면 자녀들이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한국의 기근

한국에서도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등을 거치면서 30 - 40년간 끊임없는 기근에 많은 분들이 노출되었을 것이다. 혹시 이것도 현재 노년층의 당뇨병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특히 우크라이나의 기근이 실험에 좋은 대상이 된 이유는 기근의 기간이 몇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였다.


한국처럼 배고팠던 기간이 길게는 수십 년간 이어진 곳에서는 대조군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근과 당뇨의 관계를 성립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위의 연구자료의 결과를 보면 당연 우리의 오랜 기근과 현재 그들의 자녀, 즉 60세 이상의 노인들의 당뇨가 관계가 있을 법도 하다.


평소에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생로병사에서 보면서 자기 관리를 못하거나 식탐을 자제하지 못해서 당뇨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이 연구를 읽으면서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음식과 물자 속에서 태어난 우리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이런 가난에서 나온 질병이 좀 줄어들까?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또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분쟁 중인 가자(Gaza), 그리고 수년간 전쟁으로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수단(Sudan)에도 평화가 곧 오기를 기대한다.


대문사진 - Photo by Mykenzie Johnson on Unsplash

하버드 기근 사진 출처 - https://huri.harvard.edu/event/vsetecka-2024-confronting-legacies-of-famine-holodomor-ukraine-1930s


작가의 이전글 나는 영국이 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