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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Aug 08. 2024

나는 영국이 싫다

인종차별이 불러온 현실

지난번에 연제한 스톤핸지와 태양열에 관한 글을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영국을 좋아한다. 영국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사귄 영국인 친구들도 제법 있지만 기차를 타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영국은 참 멋지다.


은근히 아름다운 자연, 오랜 역사가 있는 도시들, 무엇보다 매력적인 영국인들의 발음, 공짜로 구경할 수 있는 박물관들과 아무리 허름하고 작은 동네에 가도 지역에서 만든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허름한 펍(Public House)들 그리고 맛있는 인도음식등, 꼽자면 영국은 매력이 많은 나라다.


예전에 출장 다닐 때는 남쪽의 항구 도시인 플리므스(Plymouth)라는 곳으로 자주 갔는데 그곳 경치도 아름답고, 하루에 십만 원 하는 중급 호텔도 꼭 영화에 나오는 오래된 성처럼 빛바랜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또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들도 많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Clotted Cream(클로티드 크림)이 바로 플리무스 근처 데본(Devon)이라는 도시에서 유래했다. 크림은 스콘에 발라서 먹어도 맛있지만 여름철 신선한 딸기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클로티드 크림과 딸리의 환상 조합

이렇게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나라 영국에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여행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유는 반이민, 인종에 관한 영국인들의 시위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

지난주 영국의 사우스포트에서 열린 한 댄스 클래스에서 세 명의 어린 소녀들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17세 소년으로, 세 건의 살인 혐의와 열 건의 살인미수 혐의로 현재 기소된 상태다. 이 사건은 영국 전역에 퍼지며 반이민 시위와 폭력 사태를 촉발했다.


왜 반이민 시위?

사건 이후 SNS를 통해 용의자에 대한 낭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일부 극우 그룹들은 용의자가 무슬람 불법 이민자라고 거짓을 퍼트렸고, 분노한 사람들이 무슬람 사원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사건 직후 용의자가 영국 시민권자 기독교인으로 밝혀졌다. 많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용의자가 영국인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알고도 참여했고 반이민 시위는 계속해서 영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다.

사실을 알고도 왜 영국 시민들은 아직도 반이민 시위를 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현재 영국은 이민자들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Ipsos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52%의 사람들이 현재 영국에 이민자들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 이는 2년 전 42%였던 것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많은 영국의 극우 단체들은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와서 많은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는 낭설을 퍼트리고 있고, 많은 영국인들이 이를 믿는 듯하다. 합법이던 불법이던 이민자들(특히 유색인종이나 무슬람인들)을 더 이상 받지 말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영국만 이민자들을 싫어하나?

캐나다도 마찬가지고 미국도 그렇다. 이번 11월의 미국 대선 역시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꼽는 것이 바로 이민정책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민자들을 받지 않기를 바라고, 범죄나 사회의 무질서가 이민자들 때문에 생긴다고 믿고 있다. 


특히 이러한 주장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고 트럼프도 반이민정책을 선거의 주요 공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의 '이민자 범죄'(Migrant Crime)는 이미 미국 SNS를 타고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주제다. 이것을 존 올리버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지난 7월 소개했었다.

7월 22일에 방영된 존올리버의 이민자 범죄

이민자들은 다 범죄자?

이민자들의 범죄에 관한 통계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텍사스 주 정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 범죄율의 45%밖에는 되지 않는다. 즉 100,000명당 100명이 미국에서 태어난 범죄자인 것에 비해 55명이 불법이민자라는 뜻이다(100 - 45% of 100).


남에 나라에 와서 십만 명 중에 55명이나 범죄자가 되는 것도 괘씸하게 생각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나머지 55명을 빼고는 대다수의 이민자들은 나라에 큰 보탬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이민은 실보다는 득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이민정책이나 정치적 입장은 둘째 치고, 이런 참사를 계기로 무슬람 신전에 불을 지르는 등 대놓고 인종차별적 시위를 하는 영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세계는 난감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대 영 박물관이 공짜이기는 해도 역사적으로 영국이 여러 나라를 침략하면서 거두어들인 보물들을 떡하니 자기네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것도 보기 싫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영국

인 발음도 시위자들의 반이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들으니 무식하고 천박하게 들린다. 영국의 맛있는 인도 음식들을 생각하면 예전 대영제국의 깃발아래 침략당한 인도가 먼저 떠오르고, 달콤하던 영국 맥주는 벨기에산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얼그레이 대신에 커피를, 스콘 말고 머핀을 먹으면서 하루는 지내련다.


영국이 밉다.


대문 사진은 Photo by Calum Lewis on Unsplash

크림과 딸기 사진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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