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된 백화점 폐업소식
미국에서 살기 전에 캐나다에서 한동안 살았다.
캐나다에서 살 때도 진즉이 한 곳에 붙어있지를 않고 여기저기 떠돌며 살았는데, 온테리오주의 킹스턴, 오타와를 거쳐서 브리티시 콜롬비아에 있는 빅토리아라는 밴쿠버 옆 아름다운 섬 도시에서도 몇년 살았었다.
그때 작은 빅토리아섬에 온 이유는 일 때문이었다. 잠수함을 관리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니 훈련차 잠수함이 있는 빅토리아와 국방부가 있는 오타와를 자주 오갔고 나중에는 잠수함이 있는 빅토리아로의 이직을 권유받았었다.
휴가를 맞아 지금은 캐나다 여행 중이다. 오늘은 십여 년 만에 방문한 캐나다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루이스 호수, 밴프만큼 아름다운 곳도 참 드물지 싶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아름다운 자연에 눈이 부신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곳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계절에 상관없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여행지 어디를 가나 한국 음식점도 많고 단체여행에서 개인 여행자까지 한국 여행객들도 많이 보인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아름 다운 자연만큼이나 자주 보는 것은 캐나다 국기. 어디를 가나 상점마다 캐나다 국기를 걸어둔 곳이 많다. '아메리카노'를 '캐나디아노'로 바꿔서 파는 카페도 자주 봤고, 슈퍼마켓에서도 캐나다산 상품에 "Made in Canada"라고 붙인 곳이 많다. 갑자기 모두가 캐나다 물건, 캐나다 회사를 찾느라 바쁘다.
이런 Buy Canada 홍보에 캐나다에 기반을 둔 회사들은 생각지 않은 횡재를 누릴 것으로 예상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실제는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캐나다의 가장 큰 자산인 '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캐나다는 별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캐나다 하면 생각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요가복으로 잘 알려진 룰루레몬(Lululemon) 그리고 Shopify라는 웹서비스 정도 밖에는 알려진 브랜드는 적다. 캐나다는 차를 만드는 회사도 없고, 거의 모든 생산직들은 외국산 차를 조립하는 정도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명품 Canada Goose라는 브랜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캐나다 회사가 아니다. 얼마 전 미국 투자회사가 인수했고, arc'teryx라는 명품 스포츠 용품 브랜드도 캐나다에서 창업했지만 핀란드 회사가 인수했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블랙베리라는 핸드폰을 알 것이다. 예전에는 삼성, 애플과 더불어 가장 점유율이 큰 핸드폰 기기를 만드는 회사였고 한때 캐나다에서 가장 큰 상장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23년에 블랙베리 회사에 관한 영화가 나왔는데 추천할만한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요즘 가장 캐나다를 떠들썩하게 하는 비즈니스 소식은 350년 된 허드슨베이 백화점의 폐업이다. 수년간의 경영 실패와 수많은 미국 회사들과의 합병을 거치고도 허드슨 베이는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이 뉴스는 역사적으로 한 획을 근 한 회사의 실폐일 뿐만 아니라 현재 캐나다의 사회 경제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많은 비즈니스들이 캐나다에서 시작되어도 결국은 실패하거나 잘 되면 미국회사로 합병 또는 팔려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 안에서는 큰 재벌 기업들이 작은 회사들을 시작부터 밟거나 사들이고 어떻게든 살아남은 회사들은 결국 글로벌시장에서 미국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실패하기 일쑤다.
캐나다 전역에서 국기가 휘날릴 때 이 틈을 타서 지역 이득을 취하려는 곳이 있다. 바로 알버타 주다. 알버타주는 캐나다에서도 가장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캐나다에서는 알버타를 "캐나다의 텍사스"라고 부른다. 오일이 많은 지역적인 요인도 있지만 보수적인 정치성향 때문이다. 다른 점을 꼽자면 텍사스는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실제로 정치적인 파워가 대단하지만, 알버타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항상 '피해의식'을 가진 주다. 알버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캘거리에 도착하니 캐나다 국기는 보기가 어렵다. 대신 알버타 주 국기가 휘날린다.
알버타는 지난 대선 이후에 캐나다와의 분리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캐나다에서 떨어져 나가겠다는 협박이다. 현재는 알버타 안에서 약 20% 정도가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 조만간 알버타는 캐나다에서의 독립을 할 것인지에 관한 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선거 결과에 따라 알버타는 캐나다에서 분리할 수 있고 미국으로의 합병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름다운 캐나다에서, 이런 곳이 천국이구나,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하고서도 내 마음은 마냥 좋지많은 않다.
자신의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득을 위해서 남을 해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냥 나와 다르게 생겼다고,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빼앗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인간들은 이기적이고 잔인하다.
어제는 폴란드가 보수 정권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유럽 연합은 한동안 연합 안에서 많은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도 오늘 투표를 하는 날이니 사뭇 걱정도 되고 슬그머니 기대도 된다.
아름다운 캐나다에서 오늘은 많은 생각에 잠긴다.
대문사진은 Photo by Hermes River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