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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May 07. 2024

경쟁사로 이직?

한 샌드위치 회사에서 시작된 논란

지난달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이 비경쟁 조항의 개정이었다. FTC(연방 거래 위원회)는 기업의 비경쟁 관련 요구를 금지함으로써 기업 간의 인재 경쟁을 촉진하고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조항은 (연봉 15만 불 이상) 유효하고, 신규 비경쟁 조항은 더 이상 체결할 수 없게 되었다.


비경쟁 조항?

비경쟁 조항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존재한다. 쉬운 말로 퇴사 후 직원이 다니던 회사의 경쟁자가 될 수 없게 하는 조항. 예를 들면 퇴직 후 상당기간 경쟁사로 이직을 할 수 없게 하는 고용계약서 또는 같은 지역에서 이직을 금지하는 일등이 포함된다. 보통 이런 조건은 회사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으로서는 입사 시 동의할 수밖에 없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비경쟁 조항을 고용조건으로 걸어놓고 있다. 특히 경쟁사로의 이직이나 퇴직 후 창업 금지 등이 주요 골자다. 비경쟁 조항 안에는 Nonsolicitation agreements, 즉 "교용 유치 금지 조항"이 있는데 이것은 거의 모든 회사들이 제시하는 항목이다. 회사 퇴사 후 함께 일하던 동료를 새로운 회사로 유치하는 것에 대한 금지 조항으로 보통 1년 정도를 요구한다. 그래서 보통은 함께 일하던 동료를 새로운 회사로 오라고 할 때 "어디 가서 내가 꼬셔서 오는 거라고 말하면 안 된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혹시라도 예전 직장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항 역시 비경쟁 조항의 철폐로 효력을 잃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교용주가 이런 일을 요구할 수 없게 되었다.


조항이 철폐된 계기

연방거래 위원회는 비경쟁 조항은 근로자의 이동성을 제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이 때문에 퇴사 후 일을 쉬거나 급여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기 힘든 사례들을 종종 본다. 고용주가 돈을 안 올려줘도 다른 데로 갈 수가 없어서 그렇다. 그뿐이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비경쟁 조항을 내세워 퇴직 후 창업을 금지하기도 한다.


누가 영향을 받았을까?

소수의 전문인들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국 전체 18%의 근로자들이 이 조항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의외로 의료분야 - 의사, 간호사들도 상당수 포함되고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작가, 배우들도 많이 포함된다고 한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 핵심 기술이나 내용을 다루는 직원들의 이직이 경쟁사에 이익을 줄 것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은 다른 조항, Trade Secret Law를 통해서 보장받을 수 있다. 회사의 직원들은 근무하는 동안 NDA(Non-disclosure agreement), 즉 회사의 기밀을 보장하는 법을 따라야 하고 그에 저촉되는 행위는 벌금이나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굳이 떠나겠다는 직원을 법적으로 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책 개정의 골자다. 또 이 법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던 많은 회사들을 규제하는 것이 이유다. 예를 들면, 의사나 간호사에게 이직을 못하게 하는 규제나 샌드위치 가게에서 다른 가게에로 못 가게 하는 규제등이 포함된다.


샌드위치 가게?

비경쟁 조항에 웬 샌드위치?라고 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 같다. 오랫동안 미국의 많은 근로자들이 이런 회사의 어처구니없는 조항을 수락하고 이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낮은 연봉을 어쩔 수 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 법을 바꾸게 한 데는 사실 지미 존스(Jimmy John's)라는 샌드위치 프랜차이점의 공이 컸다.


지미 존스는 83년 일리노이주에서 시작된 샌드위치 프랜차이점이다. 지미 존스는... 서브웨이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라고 할까? 맛이나 생김새는 서브웨이와 비슷한 그저 그런 샌드위치 프랜차이점이다. 이 샌드위치점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은 물론 최저 임금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고용계약을 맺을 때 지미 존스는 퇴사하면 같은 동네의 샌드위치점에 2년 동안 취직할 수없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회사를 상대로 이 조항에 대항해서 고소했고 2016년 정부에서는 지미 존스 샌드위치의 이런 요구가 정당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것을 계기로 여태껏 사람들이 '비경쟁 조항은 필요하다'라는 견해에서 '말도 안 되는 비경쟁 조항은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로 돌아서게 했다.


지미 존스는 요즘은 고용계약서에 이런 조건을 걸 수가 없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한 샌드위치 회사의 요구로 시작된 노동자들의 요구가 '비경쟁 조항'을 철폐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회사가 대우를 잘해줘서 직원이 남게 하는 대신에 반 협박으로 다른 곳으로의 이직이나 창업을 막는 일등은 이제 미국에서는 사라지게 되었다.


대문은 Photo by Asnim Ansar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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