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자는 그렇게 라즈에게 밥도 못 먹인 게 참 아쉬워서 팁에 밥 값 이상을 더해 준 거로 기억한다. 한 편으론 라즈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때 굉장히 피곤하겠구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보내는 게 쉬웠다. 다행히 그의 집도 가깝다고 했으니...
사진 속 두 분 중 왼쪽은 여행자 손님, 오른쪽이 숙박지 대표님
라즈를 보내고 나니 11시 반이었고, 이제 아버지와 아점을 먹어야 했다. 나가서 여러 식당들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곧 여행사로 돌아왔다. 사장님과 사모님께선 우리의 명절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거라고, 특히 그날은 또 하필 설이나 추석 당일이라 오전에 한국의 성묘 같은 의식을 지내서 식당들이 더 문을 닫는 거라고 하셨다. 어쩌랴. 그냥 조금 기다리다 1시 정도에 다시 나가보기로 하고 기다리는데 사모님께서,
"밥이랑 조금 있는데, 반찬이 적어서... 그거라도 드시겠어요?"
"귀한 음식들인데... 감사합니다!!"
난 웃으며 아버지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씀드렸다. 사모님은 나보다도 특히, 아버지를 생각해주시고 그렇게 말씀해주신 거 같았다. 아버지가 너무 건강히 잘 다녀오셨다고 놀라시면서도 칭찬을 계속해주셨었다. 여기서 마큐(Matkyu)로 처음 출발할 때부터, 어르신들은 특히 잘 먹이시라는 중요한 당부도 해주셨던 걸로 기억이 난다. 여자친구 같이 챙겨주시라는... ('저 여자친구 없을 때였는데요...?') 맞는 말씀이다. 신경 써드릴 게 많으니.
참 귀하고 맛있던 한식 음식들. 밥과 국을 뚝딱 해치웠다
받기만 하는 게 영 익숙지 않은 나는, 앞서 집에서 가져와 드렸던 누룽지 등에 더해 김과 햇반 등의 음식들을 드렸다. 특히 정말 여기선 구하기 어려운 것들을 찾아서 더 드렸다. 이런 것들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타지에 미리 몇 년 전 선구자로 오셔서, 이렇게 우리 부자를 비롯해 한국인들이 보다 손쉽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이런 분들께 해 드릴 수 있는 보답이라고도 생각했다. 식사를 마친 후, 그래도 시간이 1시간 반 정도나 남아 페와호수 주변을 아버지와 더 산책하기로 했다.
저 네팔인의 팔에 든 통에 기부를 받나 보다
포카라의 한식 레스토랑
사장님이 운영하시고 여기 현지 직원분들이 근무한다는 곳. 이렇게 타지에 와서 식당까지 운영하시는 거 보면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고 또 든다. 여기서 맛있는 한식을 먹고 싶었으나 앞에서 설명한 다샤인 당일이라, 아쉽게 이곳의 맛있다는 음식도 맛보지 못하고 곧 카트만두로 떠나야 했다.
폐와 호수를 주변으로 펼쳐진 숙소들과 상점, 한적해 보이는 현지인들
'말 타고 포카라 둘러보기' 관광상품도 있는 듯
포카라의 연인
사진 뒤편에서 포카라에서 델리로 가는 직행버스 티켓 구매처도 보인다
곳곳을 열심히 구경하시는 아버지께 "여기 보셔요~!" 하며 찰칵찰칵.
'얘들아, 도박은 좋지 않다...' 속한 곳의 환경, 교육이 무서운 법
상점이 많이 문을 닫고 굉장히 한가했던 포카라의 시내
상점은 많이 닫았으나 그만큼 정말 여유로웠다. 적당히 한적하고, 고즈넉해서 조용히 걷기 좋았다
포카라의 여인들
하나 멋들어지게 있었던 대관람차
탁~ 트여 너무 좋았던 포카라의 몸과 마음을 정화해줬던 폐와 호수
히말라야를 트레킹, 등산하려면 반드시 포카라에 오고, 이렇게 반드시 반나절 이상은 머물게 된다. 포카라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도 하는 곳이다. 주로 이런 곳은 동남아에 많다. 저렴하고, 공기가 좋고, 최소 나절부터 트레킹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히말라야 산까지 끼고 있어 힐링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들 한다. 몇 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중간에 포카라가 있으면, 휴식처로 이곳을 여정에 넣는다고들 한다. 며칠 있어보니,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심신이 너무 편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가 정말 상쾌했다!
이렇게 1시간 반 정도를 한가롭게 산책도 하다가, 2시 반 전에 공항에 일찍 가 있으려고 2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콜택시를 예약했다. 시간이 더 여유가 있었으면 아버지께 패러글라이딩도 시켜드리려 했는데 당시엔 애매했고, 피곤하실 텐데 무리하는 것도 싶어 예약해 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면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조금 아쉬웠다. '아버지께 다시 여쭤볼걸...' 역시 여행할 당시에 정말 신중히 몇 번 생각하고 후회 없이 할 거 다 하고 오는 게 정답이다. 그래도, 또 기회를 만들어 아버지에게 더 멋진 경험을 선물해드릴 예정이다. 우리의 소중한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곧 콜택시가 도착했고, 짐을 정리하면서 사장님 부부분께 감사하단 인사와 아까 빼놓은 한식 식품 등을 챙겨 드렸다. 사모님은 다음에 또 아버질 모시고 오면 좋겠다는 말씀과 고맙다고 하시며, 아쉬움의 인사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셨다. 우리 부자는 다샤인 장식을 머리에 바르신 사모님, 멋지게 옷을 빼입은 택시 기사와 함께 언제 다시 올지 모를 포카라에서의 행복한 추억의 단체샷을 남겼다.
포카라 공항행 택시에 탑승해 공항까진 30분 내외
1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작은 포카라 공항. 곧 국제선이 생긴다는 말도 있었다
콘센트, USB 무료 충전이 가능한 기계도 있는 거 보면 정말 외국인이 많이 오는 거다
15:45분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1시간 15분 일찍 가서 수속을 했더니, 1시간 앞서가는 앞 비행기에 타도된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비행기로 가서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할 교통편에 일찍 가서 기다리면 대체로, 손해는 없다.
활짝 웃으시는 아버지^^
나도 수고했다!
이륙 후 이내 30분 만에 카트만두 공항으로 착륙하는 소형 비행기
북적이는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 비행기가 착륙하면 빨리 줄 서서 나와야 한다
다시 카트만두 시내, 타멜 여행자 거리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러 간다
오후 3시가 좀 넘은, 대낮의 공항에서 타멜로 가는 보통 요금은 500R(루피) 면 가능. 출발할 채비를 하는 택시를 이번엔 빠르게 흥정해 잡아타고, 바로 호텔을 예약해둔 타멜로 향했다.
전반적으로 쾌적하고 깔끔했던 3성급의 호텔 디럭스 룸. 1L 플라스틱 생수 2병도 구비
일부러 도로가 앞뒤로 지나가는 곳을 피해 조용한 곳을 찾아 예약했고, 푹 쉬고 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내려다보는 전망이 보고 싶어 탑층으로 예약했었다. 부자는 누워서 조금 쉬다 어두워질 때쯤,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음료 및 야크치즈를 사야 해서, 유명한 숍 라이트 슈퍼마켓(마트)을 검색한 후 찾아갔다. 웬만한 검증된 식품 및 제품들을 다 파니 괜찮을 듯싶었다. 길거리를 가면서 아무 가게나 가서 음료나 음식을 사 먹으면 유통기한을 꼭 확인해야 하고, 조리가 불분명한 음식을 먹을 시 식중독 위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현지의 정통 네팔 음식인 커리를 아버지께 맛 보여 드리려다가, 아버지가 한식을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생각해둔 <Festival; 축제> 한식당으로 향했다. 카트만두에서 한국인들에게 유명인사 같은 분이 하시는 곳이다.
타멜 거리 한 건물에 5~6층 정도 고층에 위치한 한식당_ Festival; 축제_ 레스토랑
여기까지 찾아온 사연. 한국에서 가락시장 등에서 일하며 20년인가 살다가 다시 네팔로 돌아가셨던 걸리앙(Kalyan) 사장님. 한국을 좋아하셨으니, 그렇게나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셨을 거다. 카페 커뮤니티, 블로그 글 등에서 이분 후기를 읽어보며 '사람 냄새'를 느꼈다. 이분은 한국에서 배운 한식으로 타멜에서 이렇게 내가 인생 한식 맛을 본 한국 양념치킨, 돼지고기 김치찌개 등으로 한식당을 해오셨다. 동시에 몇 년 전엔 히말라야 트레킹 등 네팔 여행도 가능한 네팔 정부 공식 라이선스도 받아 합법적으로 여행사를 운영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미리 한국에서 영어 및 한국어가 가능한 이분과 카톡으로 연락해 여행사 업무를 대행하려 했었지만, 우리 일정상 맞진 않아 진행하지 못했었다. 그래도 이분이 해주신 성실하고 빠른 답변은 역시 후기의 글대로 이해가 됐고 와서 찾아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찾아올 수 있어 좋았다. 주방까지 가서 인사를 하니 반갑게 맞이해주시면서, 이렇게 맛있게 요리를 준비해주고 계셨다.
한국산으로 보이는 고추장으로 재운 음식들, 강한 화력으로 조리해주시는 음식
'아, 한식 제대로 배우셨네!'
음식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듣던 대로 한식을 잘하시나 싶었다
한국분들이 보여 인사도 드렸다
돼지고기 김치찌개 1인분(밥 많은 한 공기와 저 반찬들)과 통닭 1인분(반 마리였던 듯)
비주얼이 예사롭지 않았다.
적절히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의 환상 조합의 그 김치찌개를 카트만두에서!
겉바 속촉까지 구현하며 훌륭하게 익힌 환상적인 그 한국의 치킨을 카트만두에서 맛보다니!!
정말, 한국을 통틀어 해외에서 먹은 한식 중에 거의 No.1이라고 할 정도로 나에겐 최고의 맛이었다. 한식을 잘하는 곳이 한국에도 그렇게 많은데, 물론 여긴 네팔이니까 그랬을 거다. 주관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정말 너무 맛있었다! 가격 또한 메뉴별로 600R 이내였던 거로 기억. 맛과 구성면에 있어서도 우리 부자에게 참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 김치찌개와 통닭을 먹고 '맛있고 행복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쉽사리 잊을 수가 없다. 반찬들까지도 밥과 함께 남기지 않고 거의 다 비웠었다. 아버지가 너무 잘 드시고 맛있다고 하셔서 너무나 행복하고 좋았다.
맥주 아닌 Lassi(네팔식 요구르트). 과하지 않은 걸쭉하고 건강한 요구르트 맛의 특징
이분이 한국인들에 정을 베풀고 최선을 다해 네팔 여행에 대해 알려주시는 만큼, 한국 여행자 혹은 외국인 여행자분들이 더 많이 이곳에 방문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분을 원래 알지도 않았고 어떠한 관계도 없던 사이임을 밝힌다.
걸리앙 사장님과 함께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하고, 항상 친절하고 성실하게 대해주셨던 걸리앙 사장님을 응원한다. 사장님과 사진을 찍고, 잘 먹고 간다는 인사를 드리며 다시 또 헤어진다. 헤어짐은 늘 아쉽지만,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으로도 교류를 할 수 있기에 그나마 이 아쉬움을 덜어내 본다.
다시 아버지와 함께, 도보 20분 정도 걸리는 호텔까지 갈 길을 나선다. 가는 도중에 '네팔의 여행자 거리 타멜'을 이곳저곳 둘러보는 재미는 역시 덤이자 당분간 마지막 네팔의 밤을 추억할 노력이다.
히말라야산맥이 그려진 그림 액자는 구매하고 싶기도 했으나, 내가 찍은 사진을 뽑아 액자로 만들어볼 생각
다샤인 기간이 끝나는 날 밤의 타멜 거리는 사람이 많은 편이었으나 2년 전 비슷하게 겪은 도시인 인도 델리에 비하면 다소 적었고 공기도 그에 비하면 나쁘지 않았다. 난 괜찮았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한국에 비해 매연이 잘 정화되지 않고 차와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다니는 이곳이 신선한 충격이셨을 듯하다. 이렇듯 상황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건'본인이 갖고 있던 예상과 경험으로 쌓는 무의식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한 곳에 자리 잡은 우리가 머문 숙소
호텔에 있던 히말라야 그림 액자
피곤해 보이셨던 아버지 상태를 인지하곤 서둘러 저녁 8시 반 정도가 돼서 호텔로 돌아온 우리 부자. 그날이 카트만두, 네팔에서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아쉬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