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게. 히말라야! 고맙고 참 고맙다

희랑 부자의 네팔 히말라야 ABC 트레킹 #여행 8일(트레킹 6) 차

8일 차(트레킹 6일)
촘롱(2,170m)-> 마큐(1,700m)-> 포카라 시내로
한 번 충전 시 100R. 전기가 귀한 산간 지역이니 쉽게 이해가 되었다

전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5시까지 조식을 먹고 일찍 출발하자고 했던 라즈. 우리 부자는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났지만 음식을 준비해줄 롯지에서 일하는 어린 친구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 부자는 끓인 물과 삶은 달걀을 받아 남은 컵라면과 햇반으로 조식을 해결할 참이었다. 5시까지도 아이들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때 라즈가 갈 채비를 마치고 식당인 다이닝룸으로 왔다. 왜 아이들과 본인을 안 깨웠냐는 라즈의 말에 난 "다 자는데 소란스러울까 봐..."라고 했더니 멋쩍어했던 그. 바로 일하는 아이를 깨워 금방 1L 물을 끓여 가져왔고, 우리 부자는 햇반과 라면에 물부터 붓고 대충 익는 대로 그렇게 또 맛있게 먹었다. 곧 나온 삶은 계란과 함께. 살짝 쌀쌀한 곳에서 먹는 라면 맛은 언제나 최고. 여기에 햇반과 삶은 계란까지 함께하면 그곳에선 꽤 괜찮은 만찬이다. 지금도 그때의 쌀쌀하지만 따뜻했던, 얼큰한 라면 국물 맛이 생각난다.

항상 1L 기준으로 끓여주며 물값을 받으니 1L 정도의 보온이 잘 되는 병을 가져가야 한다

다 먹고, 챙겨놓은 배낭들을 가지고 나오니 5시 반.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은 상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곳은 촘롱에서도 좀 위쪽이고 전 날 우리는 꽤 많이 왔기 때문에, 이제 포카라행 지프를 탈 수 있는 마큐(Matkyu)까지 가는 데는 넉넉잡고 2시간 반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포카라 공항에서 비행기를 15:45에 타려면 늦어도 공항에 15시까지 가야 하고, 공항까지 30분 안팎인 포카라 시내에 14:30 전엔 가야 했다. 마큐에서 포카라 여행사까진 3시간. 여기에 지금 다샤인 기간임을 감안해 4시간쯤의 여유를 둔다면, 10:30 전엔 마큐에서 지프를 타고 출발해야 했다. 2시간 반 정도 여유가 있었으나 역시 책임감 있는 라즈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상 늘 서둘러주었다. 정말 책임감 있고 좋은 자세를 가진 가이드였다.



촘롱 - 지누단다 루트. 앞으론 주로 내려가는 비교적 쉬운 코스. 빠르게 내려갔다



촘롱(2,140m) - 지누단다(1,750m) 소요시간 50분. 난이도 2.5(하산길로 다소 무난하나 항상 주의)
드디어 처음 올 때 봤던 이 다리에 다시 도달!

올 때와 갈 때의 마음이 사뭇 달랐다. 하지만 설렜던 순간의 기억은 영원할 것.

우린 내려가는데, 또 누군가는 올라온다. 사람마다 인생의 타이밍이 다른 것.


바쁘게 내려가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모습을 계속 찍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 인생샷에 한 표! 보람 있는 컷

안녕, 히말라야!
다음에 꼭 또다시
만나자... 고맙다!
지누로 향하는 트레킹 초반 부분까지 오니
이제 정말 다 왔다
트레킹을 잘 따라와 주신 아버지께 정말 박수를 드린다. 최고!



포카라 등으로 가는 <마큐 지프 티켓 카운터>. 지누 - 마큐(1,700m) 50분 소요. 난이도 2

오전 7시가 좀 넘어 마큐에 도착. 다사인 기간이라 지프 예약이 어려워 기사 섭외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계속 연락했던 라즈

너도 수고 많았다! 우리의 든든했던 3, 4번째 발, 스틱
네팔의 흔한 세차 법

어렵게 가까스로 구해 곧 도착한 지프는, 간단히 세차를 마치고 이윽고 포카라를 향해 출발했다. 마큐에서 또 일반적으로 가는 트레킹 길이자 출발점인 나야풀(Nayapul)까진 1시간, 거기서 포카라까진 2시간 정도. 다샤인 기간이라 무조건 빨리 출발해야 했다.

마큐 - 나야풀 구간의 일명 '월미도 디스코텍'을 타는 듯한 비포장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
나야풀 - 포카라 구간은 앞에 비해 잘 정비된 도로

지프는 3시간 정도를 운전해 10시 반 전쯤, 목적지인 포카라 여행사에 잘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까지 4시간쯤 남았고, 결국 우리 부자와 라즈는 'ABC코스 5박 6일 완주'를 성공할 수 있었다. 빠르게 다녔지만 그래도 우린 트래킹 내내 매 순간 오감을 느꼈고, 힘든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다 이겨냈고 함께 해냈다. 가이드 라즈가 우릴 잘 이끌어줬고, 우리 부자 특히 아버지가 정말 산을 잘 타셨으며 나 또한 다행히 잘 마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제 가이드의 잔여금을 줘야 할 때였다. 난 충실하게 임무를 달성해준 라즈에게 맛있는 식사를 사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숙소 도착 후, 바로 나머지 잔금을 계산해서 주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주는 10%의 팁에 5% 이상 더 얹어주었는데, 아버지께도 라즈에 대해 여쭤보니 아버지 역시 200% 만족해하셨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의 책임감 있는 태도, 목표 달성, 긍정적이고 유쾌했던 '그의 모습들을 확실한 근거로 설명'해주면서 팁을 주니 그는 참 좋아했다. 그러면서, 명언을 남겼다.


"If you happy, I'm Happy too! :)"


아버지는 정말 행복해하셨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나 역시, '희랑 여행사'로 계획을 짠 그간의 노력이 큰 보람으로 오고 있었다. 우리 부자는 이 트레킹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찍을 수 있었다. 트레킹을 시작할 때 첫 발을 내딛는 그 순간의 설렘의 발단부터 시작해 무난한 전개로 MBC까지 올라가는 듯싶었지만, 조금씩 위기의 고소를 느끼기 시작하다 ABC까지 가서 절정을 맛봤었다. 또한 하산 때 촘롱 구간으로 올라갈 때 그 짧은 시간 동안 위기에서 절정까지 겪으며 고생했지만, 이내 잘 이겨내고 결국 포카라로 잘 돌아올 수 있었다. 굴곡이 있었기에 더 드라마틱했고, 그 순간들을 함께 했기에 지금도 행복한 추억으로 돌아볼 수 있다.


라즈에게 정말 맛있는 식사를 맘껏 대접해주려 했으나 다샤인이라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집이 근처라는 라즈도 피곤할 테고, 귀가해 좀 쉬어야 했다. 나와 아버지는 라즈에게 마지막, 아니 다시 보자는 인사와 함께 짧고 진한 포옹과 악수를 하였다. 정산을 해줄 때까지도 이성을 세워선지 눈물이 안 났었는데, 6일간 지낸 정이 있어선지 긴장이 풀린 후엔 눈물이 좀 나려고 했다. 지금 사진을 보아하니, 아버지도 역시 그러셨구나...

지금도 페이스북으로 가끔 아버지 소식을 묻는 라즈
라즈, 넌 최고의 가이드였다!
그의 동생, 처, 딸의 이름을 팔에 것도 한글 문신으로 새긴 라즈. 수많은 산을 오를 때 이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왔을 것

섬유, 의류산업의 발전이 더딘 네팔 이어선지 그도 옷이 변변치는 않아 보였다. 조심스레, 혹여나 그의 자존심에 해가 가면 안 되는 뉘앙스로 아버지가 입으셨던 방한복을 라즈에게 건네주셨다. 그러면서 꼭 선물로 주고 싶다고 아버지가 직접 말씀하셨다. 멀쩡하고 튼튼한 옷이었지만 아버진 여분의 옷이 많고, 라즈는 입을 상황이 많을 거라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라즈는 우리 부자의 진심을 받아들이며 그 방한복을 고맙게 잘 입겠다고 했다. 언제나 활짝 웃어주고 긍정적이었던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뒤에 보이는 아름다운 폐와 호수를 두고, 우리 부자는 그렇게 그와 6일간의 정을 두고 작별을 했다. 만남이 있으면 작별도 있는 법. 하지만 이렇게 네팔에 또 소중한 친구가 생겼다.


포카라 공항을 떠나면서 페북으로 그의 프로필을 보니, 마침 그날은 그의 생일이었다

공항에서 떠날 때 영상통화로 나마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고 그의 소중한 생일의 시간을 할애해준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다시 트레킹을 하러 네팔에 오면, 웬만해서는 난 다시 그를 찾을 생각이다. 최근에도 그가 ABC를 다녀온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봤다. 이렇게 우리는 그 후로 다른 곳에 있지만, 각자의 삶을 서로 응원해주고 있다. 그렇게 라즈가 늘 건강하게 우리 부자와 트레킹을 했던 때처럼 잘 지낸다면, 우리도 참 좋을 것 같다. 그거면 되는 거고, 그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는 유쾌하면서도 소박했고, 다소 순박하기도 했다. 그와의 만남은 우리 부자에게 행운이었다. 그에게 또한 우리 부자와의 만남이 행운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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