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설명되지 않는 날이 있다.
참, 이상한 날이 있다. 화가 난 것도 아닌데 괜히 예민해지고, 울 일이 없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누가 건드렸으면 펑하고 울었을지도 모르는 날. 그래서 그런 이유 없는 날은 다른 날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
이유가 없다는 것은 '괜찮다'는 뜻이다. 그냥 보통처럼 살고 있다는 말이다. 나쁘지 않으니 안심하고 지내라는 말이다. 일상의 삶은 늘 그렇게 이상한 날처럼 우리에게 찾아온다. 우리는 그런 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어쩌면 그런 감정은 그동안 우리 자신이 너무 특별하게 살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질문을 하고 답을 찾듯이 매일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말이다. 무덤덤하게 살아도 될 일을, 왜 그렇게 정답을 찾으려고 기를 쓰며 살까?
집에 들어와서 불을 끄고 조용히 눕는다. 텔레비전도 끄고, 휴대폰 알람소리도 끄고, 눈을 뜨고 가만히 자리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는다. 생각은 자꾸만 어디론가 흘러가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
어쩌면 '아무 일도 없는 날'이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말 못 할 외로움과 이유 없는 슬픔이 부유물처럼 떠다니고 있다. 마치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겁이 난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내라는 것이다.
그날을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알게 된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날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유 없이 우울한 날도 있고, 딱히 속상한 일이 없어도 힘든 날이 있다는 사실을, 그건 그냥 '날'에 불과한데 말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라면,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무거운 날이라면, 괜찮다고 애써 웃지 않아도 된다. 누구에게 그렇게 태연한 것처럼 보이지 않아도 된다. 그날은 누워서 혼자 울어도, 오늘 하루를 아깝게 산 것처럼 보여도 괜찮다. 그날보다 더 소중한 것은 당신이니까.
당신이 이렇게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하다. 그게 '괜찮다'는 말이다. '내일 또 그렇다면'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일 또 그렇다면 또 "괜찮다"라고 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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