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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승렬 Jul 09. 2021

하늘나라에 대해 온유와 나눈 세 번째 대화

아빠, 하늘나라에서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까?

매일 밤 아이들이 잠들기 전 반복하는 루틴이 있다. 샤워를 하고 각자 수건을 두른 후 방 안에 있는 텐트로 뛰어 들어간다. 물기를 닦고 온 몸에 꼼꼼히 로션을 발라준다. 내가 눕고 양 옆에 아이들이 붙으면 이야기 성경을 읽는다. 하나로 부족한 지 한 장만 더 읽자고 조른다. 그리고 나선 양 팔로 팔 베개를 해주고 같이 기도를 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온유와 유하가 오늘도... 까지 하면 옆에 유하가 "하나님 저 모기 물려쪄요" 그럼 또 온유가 "하나님 저 오늘 간지러운 거 없어졌어요" 하고 자기들의 언어로 기도를 이어간다. 이 모든 말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멘", 유하도 아멘? "아멘" 온유야 아빠가 온유 진짜 진짜 많이 사랑해에. "응 나도 아빠 이마안큼 사랑해" 유하야 아빠가 유하 진짜 진짜 많이 사랑해 "응 나도 이만큼"


사랑의 고백이 끝나면 이제 멜론에 있는 이야기 동화를 틀어준다. 서로 듣고 싶은 것이 달라 매일 다투지만 하루하루 번갈아가며 고르는 걸로, 이제 양보도 할 줄 안다. 많이들 컸다. 그러다 온유가 지난주부터 갑자기 이야기 대신 음악을 틀어달라고 했다.


온유야 어떤 음악이 듣고 싶어? "음 잔잔한데 기분이 좋아지고 신나는 클래식으로 틀어줘 아빠" 아 이건 너무 어렵지 않나. 몇 가지 연주를 찾아 틀었는데 온유가 이렇게 얘기한다. "아빠 이건 너무 슬프잖아. 이거 들으면 엄마 생각이 몸 안에 쫙 퍼져서 엄청 슬퍼져" 음악이 아닌 온유의 말을 듣는 순간 나 또한 슬퍼졌지만 이런 표현을 할 줄 아는 온유가 참 귀하다 생각했다. 엄마 생각이 몸 안에 쫙 퍼진다니.


그러며 이어 물었다. "아빠" 응? "엄마는 하늘나라에서 어떤 모습일까?" 음 글쎄 "아빠 내가 나중에 하늘나라 가면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 있어?" 음 온유야. 아직 그 누구도 하늘나라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하늘나라에 가면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아무도 몰라. "아빠 나 엄마를 할머니 모습으로 보는 건 싫은데" 온유야. 온유 꿈에 엄마가 가끔 나오지? "응" 그때는 어떤 모습으로 나와? "엄마 같은 모습. 그리고 엄청 건강해. 머리도 길고 예쁜 모습이야" 그치? 아빠 생각엔 말이야. 아마 하늘나라에 가서 만날 엄마는 온유가 지금 꿈에서 만나는 가장 예쁜 엄마의 모습일 거 같아. 그러니 미리 걱정하거나 그러지 말자. 알았지? "응" 이제 자자. 잘 자 온유야 굿나잇. "아빠도 잘 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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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 제일 힘드냐고. 최근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냥 뭐 매일. 매 순간이지.라고 답했지만 실은 아이들이 무너질 때다. 생각보다, 나보다, 더 단단히 버텨주는 아이들인데 그 작은 눈으로 빗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얘기할 땐 마음이 덜컥 주저 앉는다. 완전히 무너진다.


며칠 전 온유가 그랬다. “아빠 난 할머니가 돼서 천국에 가긴 싫어." 왜 온유야? "할머니 모습으로 엄마를 만나긴 싫거든. 그냥 지금 그대로 만나고 싶은데.” “네 잎 클로버를 꼭 찾아야 돼. 엄마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고 해야 하니까.” 이런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그저 온몸으로 안고 사랑한다 말할 뿐이다.


엄마가 얼마나 그리울까.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저 조그만 녀석이 하늘나라에 가서 엄마를 빨리 만나고 싶단 얘길 하루 걸러하는데 뭐라 답을 해줘야 할지. 매번 고민스럽다. 엄마를 만나려면 아주 오래 걸릴 거야.라고 말해주자니 당연히 엄마 빨리 보고 싶다고 슬퍼할 거고. 그렇다고 그래 엄마 빨리 만나러 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저 지혜를 구할 뿐. 시간이 조금 더 빠르게 지나 아이들이 자라고 지금의 아픔과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무뎌지길 바랄 뿐이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유독 힘든 밤이 종종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런 날이 있을 뿐. 여러 번 깨고 갑자기 엉엉 울어 아빠를 찾고. 그 사이 나는 쪽잠을 자고 알 수 없는 힘든 꿈을 꾸고. 그러다 아침이 온다. 그럼 나는 아이들에게 가서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귀에 속삭이며 깨운다. 잠에서 깬 부스스 한 그 예쁜 눈으로 온유가, 유하가 나를 본다. 우리는 서로 보고 웃는다. 간밤의 슬픔과 아픔은 이 순간만큼은 사라지고 없다. 이게 진짜 인생이다.


유하야. 저어기 예쁜 새 있네. “어디 어디?” 조오기. “어, 그러네” 이제 어린이집 갈까? “응 아빠 가자아” 아빠가 제일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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