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실은 아주 큰 것들
1. 마음이 복잡할 때면 하는 방청소. 창문을 활짝 열어 냄새를 뺀다. 바깥의 바람이 머릿속 잡음도 함께 데리고 가는 듯 하다. 열심히 바닥 물걸레질을 하고 화장실 구석구석을 벅벅 문지른다. 이불과 옷장 속 외투 사이사이에 낀 먼지를 턴다. 곳곳에 방향제를 뿌리고 책상 위 물건들을 정리한다. 나의 작은 세계가 복원된다. 마음도 이내 괜찮아진다.
2. 매일의 여정. 버스에 올라, 벌써 그리워지고 있는 타이페이의 각기 다른 새로운 풍경을 보며,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짧지만 완벽한 여정. 영원히 내리고 싶지 않은,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을 것 같은 매일의 여정.
3. 우연히 크게 만들어진 비눗방울. 엄마와 아빠와 아이가 힘을 합쳐 분 비눗방울. 우연히 크게 만들어져 거리 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비눗방울, 그들을 기쁘게 하는 비눗방울. 언제쯤 터질까 조마조마한 비눗방울.
4. 따뜻한 밀크티의 향기와 맛. 어디던 언제던 꿈결로 만들어주는 노란 조명, 이따금 알아들을 수 있는 외국어와 부산스럽게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
5. 전 세계를 거쳐 제 자리를 찾은 서점 속 책들. 다소 까다롭고 엄격한 서점 주인. 나중에 함께 오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
6. 엽서, 그곳에 쓰여질 내 마음과 받는 이가 지을 표정. 내 것이었지만 내 것이 아니게 될 것들.
7. 배우고 싶어지는 모든 것들, 알고 싶어지는 모든 세계, 듣고 싶어지는 모든 이야기.
나를 기쁘게 하는 모든 작은 것들.
작은 것들에 무너지고 작은 것들에 화가 나고 작은 것들에 슬퍼질 때도 괜찮을 수 있는 것은 작은 것들에 기뻐하고 작은 것들에 행복해지면 되기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평화로운 나의 세계에 균열이 와도, 외부의 입김에 위태로워질 때에도 다시 나를 괜찮게 하는 모든 작은 것들.
아니 실은 아주 아주 큰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