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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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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의 숲 Jan 29. 2018

<30> 작별인사

- 마지막 대만일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5개월의 시간이 끝났다. 이제는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래서 애틋해진 타이페이와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사실 타이페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유모를 무기력함과 온갖 현실적인 생각들 탓에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래서 떠난다해도 많이 슬프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두고 가야하는 모든 것들. 일주일에 두어 번은 꼭 가서 사장님과 인사까지 하게 된 우육면집, 참새 방앗간이 되어주었던 밀크티집, 스스로 단골 손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갔던 동네 카페들과 중국어와 버스와 석양과 학교와 횡단보도와 기숙사들과 자전거들. 시간이 흐를 수록 오히려 더욱 선명해져갈 그 잔상들이 눈에 밟히자 많이 아쉬웠다. 이 도시와 작별해야한다는 것이, 타이페이 사람이 더 이상 아니게 된다는 것이.  


  유일하게 한 명 있던 대만 친구와 작별 인사를 하는 순간에는 아쉬움을 넘어 슬프기까지했다. 어디에서나 이별은 힘들구나.

  그리고 생각했다. 미련없는 이별은 얼마나 더 슬플 것인가? 슬픔없는 작별은 오히려 얼마나 더 슬플 것인가?


  슬픈 작별인사를 이 도시에 건넬 수 있어 감사했다. 슬프고 아쉽고 미련이 남아서 감사했다. 그동안 이 도시가 그만큼 나를 사랑해주었다는 것일테니까. 이 미련남고 소중한 작별인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 또 돌아간다. 타이페이보다 배는 익숙하고 배는 추억이 많은 나의 도시로. 그곳에 가면 무척 그리울 거야, 안녕 타이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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