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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May 21. 2022

행복의 나라로

70년대 통기타 곡들

 놀이터가 바라보이는 아파트 3층, 창을 열어두니 밖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벽에 작은 창가로 들려오는 산뜻한 노는 아이들 소리' 라는 가사를 담은 곡, 행복의 나라로가 떠올랐다.


   나 대학교 때는 삐삐가 유행이었고, 심심하면 삐삐 응답메세지에 노래를 녹음해두었다. 지금의 컬러링같은 거였는데... 그 시절, 삐삐배경음악으로 사용했던 곡 중 몇 가지가 생각난다. 영화 러브어페어의 피아노 솔로, 양희은의 행복의 나라로, 이태원의 솔개,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익이나 하얀 손수건, 김민기의 친구 같은 곡들.. 괜히 센치해지는 곡들을 의미도 모르고 참 좋아했다. 70~80년대의 대학가가 어땠는지는 생각도 못하고, 다만 그 시절의 통기타곡들이 좋아 그 시절의 대학생활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80년대 중반에 나는 서울의 한 대학교 옆에 붙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대학교에서 터뜨린 매운 화약이 수업시간에 새어들어와, 화끈거리는 얼굴과 눈을 손으로 감싸고 한참을 참아냈던 기억이 있다. 그 때의 교생선생님께서는 '밤배' 같은 곡을 우리에게 불러주었었다.


   대학에 들어오고보니, 오래된 화석 같이 졸업을 못한 선배가 있었는데, 88학번인 그 선배는 한 해에 소개팅을 200번 이상 했다고 했다. 안경을 쓰고 날카로운 느낌의 선배가 참 대단해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 데모 안하는 사람은 소개팅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그랬던 것 같다. 또 다른 선배는 수업을 열심히 들어 학점이 우수했는데, 모든 동기들이 데모현장에 나가있을 때 강의실에 나가니, 교수님이 물으셨단다. 학생은 왜 데모 안하고 여기 와있냐고. 선배는 단순했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요. 우문현답이었다.

   

    이제 학생들은, 학습효과를 실천한다. 더 이상 대학신문사나 총학생회는 인기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하며 전재산을 바치거나, 몸이 불구가 되거나 하여 내 모든 것을 바쳐 살려낸 나라에서, 그 후손들은 가난하고 불행하게 산다. 70~80년대 독재시절에 데모에 앞장선 학생들은 취직도 어려워 힘들게 산다. 소개팅을 하거나 강의장에 가서 졸업장을 손에 쥔 이들은 여기저기서 오라고 하여 취직하거나 사업을 했다. 어찌 보면 또 다른 의미의 애국일 수 있지만...


    가끔은 나라가 잘못될 때,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침략을 받아 우크라이나같은 입장이 된다면, 국민들은 도망가게 될까, 나라를 지키게 될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기사를 몇 개 읽기만 해도 너무 끔찍한 일이어서, 나는 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도망갈 터이니 누구에게 묻기도 어려운 입장이지만... 과연 우리에게 그 옛날, 아니 불과 100여년도 채 안된 시절처럼 스스로를 살리고 나라를 살렸던 분들의 DNA가 존재할런지 의문스럽다. 후천적 학습효과는 강력하고 사람들은 또 얼마나 똑똑해졌는지...


장막을 거둬라,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 번 더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위로 나를 걷게해주게 봄과 새들의 소리 듣고 싶소

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줘 나도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접어드는 초저녁 누워 공상에 들어 생각에 도취했소

벽에 작은 창가로 흘러드는 산뜻한 노는 아이들 소리

아하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도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고개 숙인 그대여 눈을 떠 봐요 귀도 또 귀울여요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 느낄 수 없이 밤과 낮 구별없이

고개 들고 들어요 손에 손을 잡고서 청춘과 유혹의 뒷장 넘기며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르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한대수 작사 곡 의 노래로, 나는 양희은 의 버전이 좋다.

가사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는데, 어느 글에서 읽었던 것 같다. 감옥에서 쓴 글이라고.

잠에서 자고 일어나도 아침인지 밤인지 모르겠는 감옥, 작은 창으로 희미하게 들리는 아이들 소리..

3절까지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오후 7시 19분, 이 시간까지 아이들의 노는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참, 햇살이, 바람이 따뜻한 2022년 5월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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