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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May 23. 2022

암을 발견하다

나는 건강에 자신있던 사람이다 . 일년에 한두번 환절기 독한 감기 정도 앓았을 뿐 , 굳이 큰 병치레 없이 살아왔다 . 어릴 적 몸이 약해 어머니께서 병원에 자주 데려가셨다는데 그 약빨이 커서까지 이어지나보다 싶었다 . 게다가 동안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아서인지 , 수많은 건강정보 , 비타민 정보 등은 나와 상관없다 싶었고 ,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나이든 느낌이 들어 그에 대한 말도 아꼈다 .

그러나 어머니의 정성스런 돌봄빨은 내 나이 46 세까지만 유효했다 . 그 해는 주변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분이 둘이나 있었고 , 코로나로 아무곳에도 가지 않고 지루한 여름휴가를 방구석에서 배달음식을 시키며 보낸 이후 , 가슴에 만져지는 멍울을 느꼈다 . 그리고 가을 ,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을 받았다 .


 


그 후로는 , 수술 , 항암 , 방사선 등 일명 표준치료 3 종세트를 수행했다 . 수술은 2020년 12 월 23 일 , 방사선 19 회를 마친 날이 2021년 3 월 5 일이다 . 9 월 18 일 표준치료 이후 첫 검진에서 깨끗하다는 말씀을 들었고 , 이 글을 쓰는 11 월 , 암진단이 확정되었던 작년 11 월을 생각해본다 .


 


보통 표준치료 3 종세트를 수행하고 나면 ,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 같다 . 나 역시도 그러했다 . 그냥 혹 하나 떼어내고 나면 되겠지 싶었다 . 1cm 가 안되는 작은 세포였다 . 꽤나 씩씩했다 . 조금 무서웠지만 , 절망적이지 않았다 . 또 헤쳐나아가야할 새로운 파도를 타게 생겼구나 싶었다 . 이 파도를 넘기면 잔잔한 바다를 만나겠지 .


 


표준치료를 마치고 이제 치료는 다 끝났다고 생각한 나는 전과 다름없이 생활했다 . 내가 자고싶을 때 자고 , 먹고싶은 음식은 아무거나 다 먹었고 하고싶은 일도 다 했다 . 골칫거리 혹을 떼어내고 나니 쉽게 느끼던 피로감도 덜했고 , 그 어렵다던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잘 마무리했고 , 운동 좀 하면 되겠지 생각에 , PT 와 요가를 신청해서 다닌 것 이외 따로 건강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


 


그렇지만 체력회복은 생각보다 더뎠다 . 전에는 일도 아니었던 운전이 , 시간이 길어지면 힘들어졌고 , 일상적인 업무스트레스에 특히나 더 반응하며 , 가슴이 찌릿하고 눈도 흐려졌다 .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생각한 때가 6 월이었다 . 그 즈음 이계호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 사실 , 전에도 듣긴 했지만 , 그냥 잠시 스쳐지나가며 보았고 마음에 다가와 실천할 생각을 하진 못했다 .


 


스스로 일단락지었던 파도 , 이제 잔잔한 대해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 이대로 가다가 언제 또 험한 파도를 만날지 몰랐다 . 암을 겪으며 도움을 많이 받았던 유방암이야기 까페에 환우 두 분도 재발을 경험하며 내게 경고했었다 . 전과 다름없이 생활하면 안된다고 . 표준치료 이후에도 그 분들은 그러했고 결국 재발이 되었다고 .


 


7 월 초에 우연히 들른 알라딘에서 , < 암은 병이 아니다 > 라는 책을 발견했다 . 당시 건강분야 1 위를 하던 책이었는데 , 그와 함께 추천도서 목록에 있던 < 완전소화 > 를 함께 주문했다 . 이 두권의 책을 읽은 이후 나는 내게 생긴 암을 고맙게 느끼게 되었고 , 기회로 여기게 되었다 .


7 월 초 유방암 이야기 까페에 올린 글 , “ 암을 발견하면 목숨걸고 지켜야할 것들 ” 은 몇시간 만에 조회수가 3 천이 되었고 , 많은 경험자분들이 공감해주셨다 . 이후 5 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 때 말한 몇가지가 어느 정도 생활습관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 계속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스스로 정립하며 나에 맞는 루틴을 적용하고 있다 .


 


나의 경험을 책으로 정리해보아야겠다 생각한 이유는 우선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 나는 언제나 잊는다 . 분명 지금보다 체력이 더 좋아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리하는 줄도 모르고 무리하며 몸을 혹사시킬 것이다 . 음식도 대충 빠르고 쉽게 먹을 것이고 , 밤새기를 밥먹듯이 할 지도 모른다 . 그리고는 또 이런 큰 파도가 반복될 것이다 .


책을 만들면 내 자식같이 여겨진다 . 자식은 평생 돌보아야할 존재이다 . 나의 경험과 깨달음과 지켜야할 일상루틴을 책으로 정리해어 평생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두 번째로는 , 전염병처럼 늘어나는 유방암환우를 위해서이다 . 네이버 까페 유방암 이야기에는 6 개월에 만명 이상씩 회원이 늘어난다 . 내가 처음 가입했던 때 11 만명이던 가입자수는 지금 14 만명에 육박한다 . 처음 가입을 하면 가입인사를 필수적으로 쓰게 되는데 , 하루 5~10 건 정도의 새로운 ‘ 안녕하세요 ’ 가 올라온다 . 그것이 너무 마음아팠다 . 이제 막 내 몸의 암을 알게되어 막막한 심정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가입하게 되는 까페 , 그리고 진단일과 지역 나이 병원 등 간단한 내 정보를 작성하게 되는 가입인사 . 이후 미친듯한 정보검색과정과 글 찾기 . 앞으로 그들이 겪게 될 곤란한 마음들이 ‘ 안녕하세요 ’ 한 줄로 다 느껴졌다 .


 


내 경험과 공부와 깨달음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 글이 조금이라도 처음 유방암을 알고 치료과정을 겪게 될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 누구나 아는 진리는 동일하다 . 하지만 , 경험은 시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 2020 년 ~2021 년을 겪으며 유방암을 경험하고 치료를 한 경험을 생생히 기록했다 . 부디 나와 비슷한 일을 겪는 분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래어본다 .


2021년 11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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