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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Apr 03. 2024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요즘 나는 감사병에 걸렸다.

    머리에서 떨어진 머리카락이란 존재는 참 신기하다. 마음먹고 찾지 않으면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다가, 제 마음 먹고 찾다보면 사방팔방 온 세상에 제 나래를 그렇게나 많이도 펼쳐두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한올한올 어렵게 집어들다보면 그 '존재감'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집다 다시 뒤돌아보면 분명 깨끗한 바닥에 또 한 올이 떨어져있고  또 떨어져있다. 찾다보면 숨어있던 얇은 머리카락까지 찾아진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들은 딱히 숨어있지도 않았더랬다. 다만 내 관심에 들어있지 않았을 뿐, 관심을 갖고 쳐다보면 온 세상이 그들 판이다.

  짧을 때는 나름 견딜만하다. 머리가 길어지면 떨어지는 머리카락도 두 세 배는 늘어난 느낌이다.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고 퍼뜩 놀랄 때가 있는데 하루에 평균 50개에서 100개 정도 빠지는 것은 정상이라 한다. 이렇게 많이 빠지는 데에도 그리 티나지 않게 머리가 남아있는 걸 보면서 매일 재생하고 나오는 세포성장에 잠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나는 감사병에 걸린 것 같다. 감사병이라고 칭하면서도 그에 감사하니 진짜 감사병인거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냐면, 아침 다이어리에서 비롯되었다. 내 다이어리의 구성은 이렇다. 먼저 하루 중 해야할 일 10가지를 적고, 중간에는 감사할 일들 20가지를 적는다. 여기까지는 2단을 2개의 표 구성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아래쪽은 6-7줄의 1단으로 구성된 표로 하루 10분 공부한 내용을 적는다. 처음에 저 20개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내용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감사할 일로 제목을 바꾸니 세상에, 숨어있던 머리카락처럼 온 세상 모든 것이 감사할 일 투성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외출하여 감사

   차 막히는 시간이었지만, 사고없이 제시간에 도착하여 감사

   주차자리가 있었음에 감사

   의뢰하는 고객이 있음에 감사

   사무실 청소를 도와주는 여사님에 감사

   격려해주는 친구에 감사

   감기 걸렸지만 약 잘 먹고 병원 잘 가는 아이에 감사

   공부하고 시작하기 좋아하는 나에게 감사

   운전 잘하는 나에게 감사

   날 보러온 친구에 감사

   투정을 받아주고 들어주는 친구에 감사

   아픈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의 건강에 감사

   이 모든 걸 잘 헤치고 나아가고 있는 나에게 감사

   집에 가면 쉴 수 있도록 밥과 반찬을 해주신 어머니께 감사

   당근으로 너무나 좋은 소파를 너무 저렴하게 판매해준 판매자에 감사

   좋은 물건을 잘 선택하고 가져온 나에게 감사

    나에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해줘서 의욕을 불러일으켜주는 고객에게 감사.  

    매일 자라는 손톱 발톱 머리카락에 감사..

      .....

    

    감사할 일 스무개의 칸을 채우는게 이렇게 어렵지 않다니, 놀라워하며 칸을 채운다.

    끝도 없이 적어내려갈 수 있을만큼 감사할 일이 주위에 수두룩했다.

    기분이 좋아서 적은 적도 있지만, 우울할 때에도 이걸 적고 있다보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은 머리카락만이 아니었다.

    쓰다보면 매일매일 감사의 주제가 달라짐과 그 무한함에 놀랄 터이니

    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진지하게 권하고 싶다.

    종이와 펜을 가져와 매일 아침 20개의 감사할 일을 적어보자고.

    평소엔 눈에 안 띄던 것들을 찾아서 바라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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