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개월 산모의 코로나 병상 일기
코로나에 걸렸다.
이렇게 쉽게 걸리는 거였다니 그동안 안 걸린 게 신기할 정도였다.
조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 생각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작 나는 그냥 걸렸구나 싶었는데, 주변에서 더 걱정을 많이 하는 듯했다.
‘임신을 해서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할 텐데 어떻게 해요.’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람마다 증상이 달라 내가 얼마큼 아플지 감이 오지 않아서
‘그러게요.. 저 어떻게 하죠?’라는 말 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회사에서 고맙게도 일주일간 유급휴가를 줬다.
같이 사는 친구들(*현재 셰어하우스를 하고 있어서 8명의 친구들과 함께 산다. 물론 모두 걸렸다.) 중에 유급휴가를 받는 사람이 나뿐이라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일주일이나 휴가가 필요할까 싶었다.
그래서 쉬면서 간간히 일도 하고, 메신저에도 바로바로 답을 했다.
그런데 약을 먹지 못하니 증상이 호전되는 듯하다가 다시 아프고,
낫는 듯싶더니 다시 앓기를 반복했다. 결국 일주일을 꼬박 아팠다.
다행히 나는 열이 높게 오르지 않았고, 37.7도 정도까지 올랐다가 금세 내려갔다.
따로 약을 처방받지 않았기에 먹을 약이 타이레놀뿐이었는데 열이 없으니 두통도 크지 않았다.
대신 근육통이 엄청났다. 첫날은 기침과 인후통이 있었지만, 보통의 감기 수준이었다.
그런데 첫날 새벽부터 사흘 동안은 근육통에 시달렸다.
아기가 30cm 정도로 성장하면서 배가 한창 불러오는 시기라 평소에도 아침에 허리, 골반, 엉덩이 통증으로 잠을 깨는데 몸살기가 있으니 무릎, 발목, 손목 등 온갖 고관절이 쑤셨다.
“혹시 간밤에 나 밟고 지나갔니?”
남편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이 친구는 인후통, 고열, 기침이 심하게 찾아왔다.)
같이 사는 친구들은 시간차를 두고 갖가지 증상을 보이며 앓고 있었다.
방 이곳저곳에서 기침과 앓는 소리가 들렸다. 컴컴한 방 안에서 환우들의 신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몸살이 지나가고 나니 코막힘, 설사 증상이 찾아왔다. 코막힘과 설사.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증상의 공통점을 이번에 알았다.
사람을 정말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점.
코가 막히니 정신이 하루 종일 몽롱하고, 설사를 자주 하니 기운이 없어 잠만 잤다.
오전부터 점심 조금 지나서까지 데일리 한 업무를 조금씩 하다가 오후 서너 시에 장렬히 전사하는 하루가 반복됐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배에서 아기가 배를 발로 뻥뻥 찼다. 아니 발로 차는 건지 탭댄스를 추는 건지 밤이 되면 움직임이 심해졌다.
한편으론 안심이 되고 감사했지만, 움직임이 예사롭지가 않아서 잠을 깊게 잘 수가 없었다. 일단 매일 밤 뱃속에서 360도 회전하는 건 분명했다.
컨디션이 호전되는 듯하였으나, 갑자기 미각을 잃었다. 뭘 먹어도 밍밍한 맛이 났다.
콧물이 흐르거나 기침을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목에 가래가 항시 껴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구역질이 났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배가 커지면서 위가 눌리는지 소화가 잘 안 되기 시작했다.
뭘 먹어도 맛이 없는데 그 맛없는 음식물이 식도에서 멈춰서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지속됐다.
조금만 급하게 먹거나 많이 먹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게워냈다.
내가 겪은 코로나는 전반적으로 ‘아프다!! 너무 아프다!!’ 같은 격정적인 느낌은 2~3일 정도였던 것 같고,
‘아… 너무 무기력해… 온몸이 쑤신다… 건조하고 목 아파… 계속 눕고 싶어….’의 느낌이 전반적이었던 듯하다.
생각보다 곤란했던 것은
자고로 병이란 옆에서 간호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꾀병도 부리고 맘 놓고 아플 수 있는데,
나보다 더 송장 같은 친구가 옆에 누워있으니 그냥 쓱 한 번 쳐다보고 ‘비빌 곳이 못 되는구나’ 하고 혼자 끙끙 앓아야 했다는 점.
다 나으면, 자가격리 기간 끝나면…
꼭 스타벅스에 가서 슈크림 라테 그란데 사이즈로 시켜 놓고 병상일기 써야지… 하며 버텼는데,
막상 쓰고 보니 별것도 없고, 커피도 내가 아는 그 맛이지만
일단 좋구나.
아프지 않으니 좋고, 바깥공기도 쐴 수 있으니 좋구나.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