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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Oct 23. 2022

방콕이라 쓰고 힙이라 읽는다

태국, 어디까지 가봤니


내가 찾던 바로 그곳

여행했던 시간 중 오래 기억이 남았던 순간은 어떤 때인가?

내가 오래 기억하는 시간은 명소들을 바쁘게 구경 다니던 시간보단, 일상으로부터 해방된 기분을 느끼며 느긋하게 사람과 풍경을 구경했던 순간이다. 그런 의미로 해외여행을 가면 주변의 공원을 한 번씩 찾아보곤 한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주변에도 방콕 최대 규모의 공원인 ‘룸피니공원’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공원도 둘러볼  동훈과 러닝을 하기로 했다. 채비를 하고 나가 보니 사람과 차들로 거리가 복작복작하다. 맞다. 평일 아침 여덟  출근길이었던 것이다. 여행객으로 아침을 맞으니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대로 테헤란로 출근길 모습이었다.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 달리는 여행객은 그저 행복하다..(!) 바쁜 거리의 냄새와 풍경이 즐겁다. 아침 장사를 위해 줄지어 있는 가게들과 분주한 상인들, 아침밥을 사기 위해   손님들.


이 나라 아침식사에 진심이구나! 갓 만든 음식의 매콤 새콤한 냄새를 맡으며 나의 위장과 정신도 잠시 혼미해졌다. 동훈은 혹시 모른다며 주머니에 80바트(약 3000원 정도) 챙겨 나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두둑하게 나올걸 그랬지! 공원을 달리고 돌아오는 길 더 맛있게 먹기로 기약하며 룸피니 공원에 겨우 도착했다.


습도가 높은 나라인만큼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아주 깔끔한 느낌의 공원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봇대만큼 높이 솟은 나무와 빼곡한 고사리 식물들은 한국에서 보던 공원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매력이 있다. 맨몸에 구슬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맨발로 거니시는 태국 아저씨의 모습도 한몫할 터.


 바퀴를 돌다가  한복판에 엉금엉금 기어가는 악어를 보고 기겁했다. 정확한 이름은 ‘물왕도마뱀이라고 한다. 무서워서 앞을  지나가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도마뱀도 많다며 깔깔대고 웃으신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 같은 물왕도마뱀과 (굳이)사진을 찍겠다는 동훈. 그 이후로도 열마리는 더 봤다.

룸피니공원은 물왕도마뱀 대규모 서식지 것 같다. 룸피니 공원 달리기는 도마뱀 구경으로 마무리되었다.


돌아가는 길, 뒤로했던 길거리 음식들은 그냥 지나쳐갈 수 없으니 생즙 오렌지주스와, 팟타이까지 한 접시 뚝딱 했다. 오늘 갓 재배한듯한 숙주를 한 움큼 넣고 땅콩가루와 후루룩 볶아 만든 60바트(2천원대)의 팟타이는 웬만한 음식점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감칠맛 나고 꿀맛이었다.



뭐든지 옮겨드립니다

출처 : 구글이미지

밥도 맛있게 먹었겠다,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자.

방콕 길가에는 뚫려있는 삼륜 택시 트럭인 툭툭(이름도 귀엽다), 오토바이, 버스 등 굉장히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차 사이로 묘기 부리듯 다니는 오토바이들을 보며 도로가 정신없고 무섭다는 생각도 좀 들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도 아날로그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콜택시 서비스가 굉장히 잘 정비되어있다.


‘그랩(Grab)’이라는 이동 서비스이다. 거리에 망고와 파파야 색으로 랩핑된 각종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원하는 장소를 지정한 후, 드라이버를 만난다는 방식이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 심지어 택시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택시와 음식 배달까지, 운송 가능하다면 계속 확장하고 있는 듯한 멋진 서비스였다. (동훈은 몇 년 전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그랩 마사지 서비스를 받아본 적도 있다고 한다.)



비..비..비!

태국 여행에 경량 우산은 필수

하지만 그런 강력한 서비스도 별수 없는 건 하루에 한 번씩 매섭게 내리는 스콜이다.

태국여행에서는 기상예보를  봐야 한다. 비구름을 만난다면,   시간 이내로 하늘이 뚫릴듯한 비가 내린다.


그랩도, 길가의 택시도 안 잡힌다. 계획이고 뭐고 아무 소용이 없다. 두세 시간가량은 꼼짝 못 하게 오는 것 같은데, 예보를 보고 미리 실내로 들어가는 루트를 계획하면 좋을 것 같은데 비가 내릴 때까지 도착하지 못했다면? 가까이 보이는 푸드마켓으로 들어가 비가 그칠 때까지 맛있게 밥을 먹으면 된다 :)



아무래도 음식에 진심인 나라

산 건너 강 건너 아이콘 시암에 도착했다.

태국의 여의도 더현대라는 설명을 듣고 방문해봤는데, 1층의 명품관을 뚫고 들어오면 멋들어진 푸드코너가 등장한다.  나라 사람들 음식에는 정말 진심이라고.. 어둑한 하늘 아래 색색으로 반짝이는 빼곡한 노점상의 불빛들, 각종 볶음 요리부터 꼬치까지. 태국의 야시장을 그대로 구현되어있다. 이게 바로 자본의 힘인가!


매장 한가운데 흐르는 강을 보고 있으면 내가 있는 곳인지 백화점인지, 야시장인지 착각하게 된다.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했으니 돼지고기 꼬치와 팟타이 한 접시를 호로록하고 매장을 마저 둘러보면 시간 보내기 참 좋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매력

오늘은 저녁을 좀 가볍게 먹고 싶었다.

구글맵으로 숙소 주변을 둘러보다 사케 보틀샵을 찾았다. 가보니 각종 음식점과 보틀샵이 모여있는 푸드몰이었고, 사케 보틀샵도 그 가게 중 하나였다. 외부 원형 탁자에 크게 둘러앉아 친구들과 신나게 피맥하는 사람부터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까지, 각자 즐겁게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the commons라는 복합 문화공간인데, 각자 원하는 매장의 음식을   라운지에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먹으면 되는 곳이다. 피자, 해산물, 똠양꿍, 아이스크림 식사이자 술안주로도 대체할  있는 가게들이 다양했고 사케, 와인보틀바, 크래프트 비어  술도 다양하게 고를  있다. (소주를 드시는 분도 계셨다.) 대단한 퀄리티는 아니었지만 푸드코트에서 굴튀김과 와인이라니 생각보다 그럴싸하지 않은가?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공간과 매장의 그래픽들이 개성 있고 귀엽다.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니 음악 공연이나 워크샵도 진행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컨셉은 있었지만, 이 공간만큼 활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차이는 뭐였을까? 먹는 내내 공간에 홀딱 반해서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쉽고 즐거운 수다를 나누며 오늘을 마무리하는 와인도 금세 한병 뚝딱 해치웠다.




info

룸피니공원 : 물왕 도마뱀의 서식지. 달리기는 괜찮았는데, 피크닉은 조금 무섭지 않을까?

컨밴트로드 : 로컬 시장맛집. 검색해보니 백종원의 스푸파에도 나왔던 맛집거리.

아이콘시암 : 푸드층이 최고인 대형 쇼핑몰. 그 외의 쇼핑거리는 크게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더 커먼스 살라댕 : 방콕 젊은이들의 활기를 느낄 수 푸드몰. 주변에 마켓도 있다는데 다음에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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