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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포도 Sep 17. 2021

호불호 1. 끝

끝을 싫어하는 신포도

호불호를 주제로 10일간 매일매일 짧은 글쓰기를 했습니다. (2020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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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뒷일을 생각 하지 않고 시작해버렸다. 10일간 매일 글쓰기. 말로는 계획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내 인생에서 인상적인 어떤 것들의 시작은 대체로 대책이 없었다. 


이유는 언제나 단순하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마음의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연고라곤 없는 타지역 소재의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시작하고싶어서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나왔다. 연애도 마찬가지. 썸탈 때의 조급함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고백을 이쪽에서 질러버리고 새로운 관계의 국면을 열었다. 20대 절반이 지나고 대학생활이 지겨워지자 얼른 돈이 벌고 싶어 어떻게든 취업 해버렸다. 그 뿐인가. 매번 재계약 시즌에는 새로운 동네에 살아보고 싶어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홀연히 이사에 나섰다. 이런 나의 에너지를 칭찬받은 적도 많지만 솔직히 말하면 찔린다. 사실 내 추진력은 여유롭게 개척정신을 발휘하는 탐험가보다는 초대받지 못해 남몰래 숨어들어온 도망자의 모습에 가깝기 때문인데. 


이 비겁에 대한 변명을 적어보자면 ‘끝’이 싫어서다. 살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한 기억일랑 한참을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세상만사 통달한 것 마냥 결국엔 있을 끝을 마주하는 게 싫다. 그래서 회피한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다. 이런 이기심은 끝은 물론 그 다음 시작도 어정쩡하게 만들어 결국 흘러가는 시간을 통째로 퇴색시킨다. 


어린 딸을 혼자 타지로 보내는 부모님이 얼마나 싱숭생숭 하셨을 지는 안중에도 없었고, 연애를 끝낼 땐 항상 조금의 틈도 남기지 않고 상대의 잘못을 들춰내 무자르듯이 떠났다. 마지막 학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졸업했고, 이사는 다닐 때 마다 새로운 유형의 진상 집주인을 만나 정서적으로 좋지못했다. 지금도 퇴사를 결정하지 못해서 7년차 고인물 회사원으로 살고 있지 않나. 나는 여전히 끝맺음에 서툰 채 나이만 먹고 있다. 짧은 글 하나라도 제대로 끝내보려고 이번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이번 도망은 성공적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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