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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포도 Oct 11. 2021

호불호 3. 그깟 공놀이 (축구편)

축구를 좋아하는 신포도

(2020년 여름 작성)


태풍 바비와 코로나 신규 확진자 보다 더 놀라웠던 오늘자 뉴스는 메시 이적설이었다. 축구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박지성 부럽지 않은 네 개의 심장을 가진 인간이 되는데, K리그의 내팀, 프리미어리그의 내팀, 라리가의 내팀, 그리고 무리뉴가 감독으로 있는 어떤 팀 이렇게 네 곳에 신경을 쓰게 된다는 뜻이다.


메시의 이적은 그 중 2개의 심장을 덜컹하게 만드는 빅뉴스다. 바르샤를 떠나 맨시티로 갈 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둘다 내팀이고. 굿뉴스 배드뉴스를 떠나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설레발로 블루문 같이 건배할 사람이 없는지라 이렇게 글로 남겨둔다. 나는 공놀이 보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특히 직접 가서 보는 것을.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차려보니 엄마에게 옆동네 놀다오겠다 해놓곤 시외버스를 타고 울산문수구장으로 넘어가 축구 응원을 다니는 여고생이 되어 있었다. 땀에 절은 선수들이 서로 부딪히는 현장감과 공을 뻥뻥 차댈 때의 그 울림, 서포터즈들의 거친 응원전이 가슴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비인기 시간대에 편성되는 바람에 밤늦게까지 기다려야 했던 비바K리그에 뮤직뱅크보다 열광했다. 고3을 앞두고선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찾아가 앞으로 1년간 못찾아올테니 응원을 해달라고 사인과 수능 잘보라는 글귀를 미리 받아놓기도 했다. 그와 약속한(?) 그 대학에 붙고 나선 직관에 흥미가 뚝 떨어져 축구장을 뜸하게 찾았지만. 구남친 SNS를 염탐하듯이 K리그 하이라이트를 가끔 찾아보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프리미어리그 시청은 축빠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각종 케이블 방송에선 해외축구리그 경기를 어지간히 많이 틀어줬다. 박지성이 있는 프리미어리그를 특히. 내 주변엔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친구들도 많지만 나의 팀선택에는 주변 남자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아빠가 맨유를 응원하니 내 쪽은 첼시나 맨시티로 기울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첼시에는 잘생긴 축구감독이 있었고 맨시티는 내가 인정하는 지구의 마지막 락스타 오아시스가 좋아했기 때문. 그렇게 나도 모르게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작년에는 은하계 최고의 팀 FC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메시를 직접 보러 캄프누 일정에 하루를 쏟고 유니폼까지 샀었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시체스 해변에 메시가 노후를 대비해 사놓은 건물이 많아서 절대 안 떠날 것처럼 말하더니. 메시 역시 나랑 비슷하게 끝맺음에 서툰 급진적인 타입인가보다. 괜시리 자기 전 맨시티 유니폼과 바르샤 유니폼을 꺼내 동시에 만지작거리게 된 하루다. 아유 그만해야겠다. 과르디올라 아저씨보다 더 과몰입했어.


[TMI - 2020년 9월 퇴고시점, 메시는 바르셀로나에 잔류하고 있습니다]

[TMI2 - 2021년 9월 퇴고시점, 메시는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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