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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버그 Mar 15. 2020

5개의 회사에 다녔다

#5 - 지금 이 곳이 끝일까?

6개의 글을 통해 지난 회사들을 돌이켜보았다. 심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분명 좋은 사람들과 재밌었던, 감동적이었던 순간들도 많이 있었는데 힘들었던 일들이 더 많이 생각나 우울해지기도 했고, 왜 이렇게 별것도 아닌 곳들에서 스트레스만 받고 버티려고 했나 싶어 내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지난 5년을 글로 써 내려가니 내 속에서도 무언가가 많이 정리됐다.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단순히 돈을 벌러 회사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마케터로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으며, 
똑똑하고 인성 좋은 팀원들과, 
세상에 진짜 필요한 서비스를 키워나가는 것

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상에 가깝다.



나의 다섯 번째 회사

네 번째 회사의 팀장은 직원들에게 사이코패스로 통했다. 공감 능력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팀장과 트러블이 격화되어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던 중, 2년 전 면접을 봤던 곳에서 마침 연락이 왔다. 그곳에 입사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이곳은 객관적으로는 지금까지 다닌 곳 중 가장 낫다.


장점

분명한 수익원이 있다.

팔아야 할 제품이 확실하게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일들도 명확하다.

돈은 분명 중요하니까. 연봉도 가장 적게 받던 때보다 2배 이상 올랐고,

근무시간도 10-6로 야근을 한 적도 거의 없어 내 시간이 많아졌다.

크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없다.

회사가 멀어서 서울에서 회사에 다닐 때보다 약속도 많이 안 잡고 집순이가 되어 취미가 많아졌다. 발레, 도자기, 프랑스자수, 그리고 브런치 글쓰기까지. 퇴근 후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많이 보지만 뭔가 더 생산적으로 살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완벽한 회사는 없기에, 크고 작은 불만들은 여전히 있다. 단지 전 회사들와 비교했을 때 견디기 수월한 정도다.


업무

이곳에서도 1인 마케터다. 해외 시장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영어를 더 많이 쓴다. 상품 패키지 기획과 제작, 외부 업체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기도 하다.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어서 평소에 관심 있었지만 너무나 먼 존재였던 일러스트레이터 실력이 늘고 있다. (하하)


지난 회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적용하고 있는 것

01 단순히 '누군가가 시켜서, 누구나 그렇게 하니까'가 아니라 회사에 진짜 필요한 일인지 먼저 생각하고 하는 것

02 ‘No'라고 할 수 있는 것: 지난 회사들에서는 매번 바뀌는 회사의 방향성에 휘둘리다가 이도 저도 못 한 게 많았다. 지금은 회사에 필요한 게 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게 되었고,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No'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03 논리적으로 내 감정을 표현하는 법: 2번과 이어지는 건데 부당하거나 말이 안 되는 지시를 받았을 때 감정적으로 응대하기보다 논리적으로 설득해 상대방이 반박하기 어렵게 만드는 스킬이 늘었다.

04 상사, 대표에게 싸바싸바 하는 법: ㅡㅡㅋㅋ 결국 2, 3, 4 모두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 같다.

05 포기하는 법: 이건 좀 슬프기도 한데 도저히 설득이 안 될 땐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보다 그냥 포기하고 상사의 말을 따르는 게 마음 편할 때도 있다.


지금의 고민

직함은 마케터이지만 너무 다방면의 일을 하고 있어 여전히 전문성은 쌓지 못 한다는 것(마케팅의 한 분야만 깊게 파지 못 한다는 것)

아무튼 이곳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불안정하다는 것

언젠가는 결국 자생하는 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바보 같은 선택들도 많이 했지만 확실한 건 순간순간 대충대충이 아니라 진심으로 일했다는 거다. 그래서 지난 모든 회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게 남은 게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언젠가는 이직을 하게 될지, 내 사업을 하게 될지, 작은 무언가라도 혼자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히, 진심으로 살아간다면 좋은 일이 생길거라 믿는다.

열심히 일 하고, 친절하라. 멋진 일들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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