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K Nov 22. 2021

영어를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

발음보다는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

얼마만의 브런치 글인지 모르겠다.

마지막글이 지난 3월 초였으니 이직후 거의 8개월 만인 것 같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금 처음 다짐했던 글쓰기와 생각들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돌아왔다.


어떻게 이직하게 되었는지의 스토리는 다음 글에서 차차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지난 8개월 넘게 외국계 IT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영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정리해보려고 한다.


#외국인 매니저는 토종 한국인인 나를 왜 뽑았을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내 매니저와의 첫 면접,

참고로 현재 나의 매니저는 인도인이다. 면접을 위해 예상 질문도 뽑아보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서 모의 면접까지 진행해 보면서 내 인생의 첫 영어 면접을 봤다. 하지만, 처음 자기소개부터 버벅거렸던 기억이다.

한국말로 하면 정말 잘 설명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와 아쉬움을 속으로 달래며 예상했던 질문이 끝나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질문이 들어왔다.


"앞으로 몇 년 뒤 IT 비즈니스 업계에서 주요한 어젠다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순간 떠오르는 키워드 3가지를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나의 대답은,

"ESG, Bio, Digital"


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8개월 전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분명한 건 ESG에 대해 가장 먼저 설명했다.)

이렇게 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PR 담당자로 매일 기사를 읽으면서 꾸준히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해 왔고, 기업 경영에 있어서 ESG가 큰 화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부분은 나름 소신껏 이야기할 수 있었다. 영어라서 그 전달이 100% 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설명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이후 3번의 면접(한국어 면접 2번, 영어 면접 1번)을 더 본 다음 결국 최종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만약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고 해서 지원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면접 과정에서 느낀 점은, 우선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잘하진 못해도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내 추측이지만, 나의 매니저는 내 영어실력을 면접에서 바로 간파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나를 왜 뽑았을까?


추측해 보면,

1) 내 포지션은 Communications Lead in Korea 즉, 글로벌 PR이 아닌 로컬 PR 담당이었기 때문에 영어도 중요하지만 로컬 미디어를 대상으로 잘 소통할 수 있는 한국어 능력이 매우 중요했던 것이다.

2) 본인과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데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를 지닌 사람이었고 특히 내가 만나본 인도인 중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첫 매니저를 만난 것이 복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가장 떨리는 매니저와의 1 on 1 미팅

우선 입사는 했지만, 글로벌 IT 회사이다 보니 생각보다 영어 미팅이 많았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QBO부터 아시아팀에서 진행되는 Regional All Hands, 뿐만 아니라 글로벌 PR 담당자들이 모두 모이는 Global All Hands, Mingle Session까지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미팅이다. 그 외에도 교육 세션이나 트레이닝 같은 프로그램들 역시 대부분 영어로 진행이 된다.

이러한 미팅은 그래도 내가 여러 참석자들 중 One of them이기 때문에 영어로 직접 말할 기회는 많지 않아서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사 후 8개월이 지난 지금도 가장 떨리는 순간은 내 매니저와 격주에 한 번씩 진행하는 '1:1 미팅'이다. 외국계에서는 여럿이 아닌 단 둘이 진행하는 미팅을 보통 1 on 1이라고 부른다.

동료들과도 가끔 특정 어젠다가 있을 때 1 on 1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불규칙적인 부분이라 큰 부담은 없다. 하지만 매니저와의 미팅은 규칙적으로 진행되기에 결코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 처음 1 on 1 때는 내 영어 실력에 대한 민낯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 날 논의할 내용에 대해서 미리 메일로 어젠다를 작성하여 거의 스크립트처럼 만들어서 사전에 매니저와 공유하고 이 내용을 화면에 띄워놓고 미팅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이렇게 할 거면 이메일로 하지 왜 미팅을 해야 하나 싶기도;;)


그렇게 한 두 번 하다 보니, 스크립트처럼 써놓기보다는 불릿 포인트로 키워드만 써놓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법을 바꿔 보았다. 물론 불릿 포인트를 메신저를 통해 매니저에게 보내 두고 이걸 띄워놓고 하나씩 어젠다를 클리어해 나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우선 내 메모장에만 불릿 포인트로 토킹 포인트를 정리해 두고 따로 공유하지 않고 내가 읽으면서 하나씩 이야기를 나눈다. 한 어젠다를 설명하면 매니저가 간단히 피드백을 주고 짧게 코멘트하면서 다음 어젠다로 넘어간다. 논의가 필요한 주제는 조금 더 상세히 이야기하고 추후 팔로업이 필요한 것은 메일로 자세히 정리해서 미팅 후 공유한다. 개인적으론 처음 1 on 1이랑 비교해보면 '일취월장'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Recap of media round table

pitching to some media for cybersecurity

leadership interview for next month

develope employee story in Korea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내 영어 실력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일까? 그건 아닌듯하다. 물론 이전 회사보다 월등히 많이 영어에 노출되고 영어 기사를 읽고, 영어 발표를 듣고, 영어 보고서를 만들고 하면서 영어에 대한 인풋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니저와 이렇게 조금 더 자연스럽게 미팅을 할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발음뿐만 아니라 표현 등 서로가 자주 언급하는 단어나 문장에 대해서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영어라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수단이며, 상대방의 소통 방식을 잘 이해하고 서로가 조금만 배려한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업무를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이곳에서 매일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하는 것과 영어를 '잘'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발음이 네이티브처럼 유창하지 않더라도 여러 미팅에서 자신 있게 질문을 던지는 다른 아시아계 동료들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질문하지 못할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결국 발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고 내 생각과 의견을 얼마나 정확하고 분명하며 '전달' 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질문을 잘하지 않는 것은 다만 영어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문화적인 특성이나 교육방식에서 온 부분일지도...


무엇보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외국계 기업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큰 행사에서 사회를 본다거나 특정 세션을 맡아서 발표 혹은 질문을 할 때에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됐다. 특히, 내가 업무상 탁월한 성과를 냈을 때 이를 매니저 혹은 다른 글로벌 팀 동료들에게 어필할 때에도 결과를 영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의 'Visibility'를 확보하는 것에도 영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팀 동료들과 미팅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 중 의견을 제시할 때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필자 역시 의견을 낼 때 한글로는 얼마든지 잘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데 이를 영어로 할려니 자꾸 문장이 꼬이고 버벅거리면서 결국 길게 설명하지 못하고 굉장히 짧게 발언을 마무리하고 끝냈던 경험이 많아서 이런 상황을 겪고 나면 정말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 원서도 읽고, BBC 뉴스나 팟캐스트를 듣거나 일과 후엔 최근 SPEAK이란 영어 앱을 통해 스피킹 연습을 하면서 전반적인 인풋을 늘리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결국 영어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발전의 차이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외국계 IT 회사에서 수많은 영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이 시간들을 잘 활용해서 영어를 정말 '잘'하는 PR 담당자가 되고 싶다. 이곳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내가 너무 좋아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벽이라고 생각한 영어를 '극복'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부터는 회사에서 매니저 혹은 동료들과 일상에서 대화하면서 배운 표현들을 나름 정리해볼까 한다. 비즈니스 영어 공부하는 앱에서 배운 문장들이 실제로 쓰이는 것을 보는 것만큼 뿌듯한 순간이 없기에 하나씩 기록하다 보면 또 나의 표현과 문장으로 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서 혹시라도 영어 실력 때문에 외국계 기업으로의 취업이나 이직에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아래 표현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Sky is the limi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