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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Mar 09. 2022

직원의 건강과 안전이 정말 최우선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 덕분에 알게된 우리 회사의 진심

지난 2주간, 마치 영화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이직 후 1년 동안 재택근무를 통해 출근이 최소화 되면서 스스로 코로나에서 안전하다고 자부해 왔지만 결국 나와 우리 가족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코로나를 피해가지 못했다.


새벽 옆구리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시작된 응급실 이송 후 폐렴 진단, 코로나 확진, 긴급병상 신청, 입원 치료, 퇴원까지 꼬박 2주라는 기간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이다.


오미크론 특성상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라 했지만 아쉽게도 나에겐 매우 위중하게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도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휴가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제공되는 휴가의 형태 중 '긴급 휴가'(Critical Time Off)를 쓸 수 있었다.


긴급 휴가란, 말그대로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했던 위급한 상황에서 직원 개인 혹은 가족 중 돌봄이 필요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유급 휴가 제도다.


회사 홈페이지에서도 아래와 같이 본 휴가를 설명하고 있다.

With Critical Time Off (CTO), employees can take time off at full pay to deal with sudden, unexpected circumstances that require their undivided attention


덕분에, 다른 연차 삭감이나 병가를 사용하지 않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몇가지 느낀 바가 있어 소회를 나누려고 한다.



1. 회사라는 시스템이 주는 안전망

필자는 시스코라는 글로벌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업력만 30년이 넘고 전 세계 직원이 75,000명 이상 되는 빅테크에 속하는 기업이다 보니 전반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다.


확진 이후, 앞서 설명한 CTO 라는 휴가 제도를 통해 개인 연차나 병가를 사용하지 않고 2주라는 시간을 온전히 치료와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때부터 본사에서는 이미 코로나에 대한 대응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매월 진행되는 전사 타운홀 미팅에서도 사무실 복귀 시점이라던가 백신 접종에 대한 안내, 코로나 관련 지원 사항 등 직원 입장에서 코로나로 인한 문제가 발생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소통해 왔다.


이 점에서, 회사라는 시스템이 주는 안전망이 한 개인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느끼며,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긴급 휴가 제도 역시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코로나 확진임에도 불구하고 연차 휴가를 사용한다거나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근을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우리 회사는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그 어떠한 업무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았다. 참 고마운 일이다.



2. 전적으로 믿어주는 매니저

필자의 매니저는 싱가폴에 있다. 벌써 입사한지 1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 내 매니저를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은 없다. 여전히 웹엑스와 같은 협업 툴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1년 째 이어가고 있다.


확진 판정 이후 바로 리포팅 라인에 따라 매니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매니저의 첫번째 반응은 아래와 같았다.


너무 안타깝다. 얼른 회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회복에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쉬어도 된다. 너의 업무는 내가 Cover 할게. 걱정하지마!


이후 매니저는 매일 아침, 나에게 간밤에 잘 잤는지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안부 인사를 건네 왔다. 거의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가족의 건강을 확인했다.


그렇게 상황이 악화되어 필자는 코로나 거점 병원에서 9일간의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고 이 상황을 계속 매니저와 공유해 왔다. 업무 공백이 우려되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때 매니저에게 돌아온 답은 실로 믿기 어려웠다.


일은 아무 걱정하지마. 회복에 필요한만큼 충분히 쉬길 바란다. 너와 가족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영어 원문으로는 "Your health and that of your family is the number one priority" 라는 메시지였다.

말로는 누구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전달하며 회사생활에서 적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누군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업무에 대해서 대신 팀원이나 매니저가 본인 업무 외에 추가로 커버해야 하는데 각자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생활에서 이런 메시지를 듣게 된 것은 전혀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매니저가 나를 철저히 신뢰하고 있다는게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치료와 회복하는 동안에 어떠한 업무도 본인이 커버할테니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는거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입원 초반에는 이렇게 병실에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아내에게 노트북을 갖다 달라고 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와 매니저로부터 전해지는 메시지는 매우 일관되게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회복에만 집중하라는 것. 입원 3-4일차부터는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접어두게 되었다. 사실이었다.



3. 나의 뒤에서 지지해주는 동료, 팀

무엇보다, 2주라는 기간 동안 내 뒤에서 든든히 지원해준 동료와 팀이 있었다.

입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간단한 메일 체크나 메신저를 통한 소통은 가능했으나, 적어도 입원 기간 중에는 어떠한 업무적인 요청도 부탁도 없었다.


매니저를 포함하여 한국에서 같이 협업하는 마케팅팀과 여러 리더십이 앞장서서 필자의 완전한 휴식과 회복에 대한 물리적인 시간을 완벽히 보장해 주었다.


지난 월요일, 2주간의 부재 이후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현재 재택 근무가 기본이기에 사무실로 출근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회사와 동료, 팀에도 복귀 사실을 알렸다. 필자가 매일 전 직원에게 발송하는 뉴스 클리핑 메일에 몇몇 분들이 회신을 보내왔다.


많이 걱정했는데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Welcome Back! 무리하지 말고 건강 챙기세요~!


코로나 덕분에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응급실 이송부터 폐렴 진단, 입원 치료까지 받게 되었지만, 그 덕분에 소중한 동료, 팀, 매니저로부터 든든한 격려와 나에 대한 '진심'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동료, 좋은 회사 일한다는 자부심과 애사심은 덤으로 얻었다.


과연, 회사에서 직원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직원의 웰빙(Well-Being)이 '최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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