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안녕
스물아홉 여름, 한국을 떠나다
너무 정신없이 준비했나 보다.
비행기에 오르고,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의 일만미터 상공에서야 스스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제야 말이다.
도대체 왜 떠나는 거야?
떠나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명쾌한 대답은 못 해줄 거 같다. 다만 본능적이랄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나를 이끌었다. 나도 안다. 이 여행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가는 건지. 잘 다니던 회사와 벌써부터 그리운 여친과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니... 어린애마냥 울어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사실 조금 눈물이 났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보다 (적어도 일만 배)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아는 거다. 그래, 나는 나를 발견하러 간다. 매일 아침 거울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나를, 이제야 새삼스레 발견하러 가는 거다. 그것도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으로 말이다.
어찌 보면 이 여행은 나에게 종합감기약과도 같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영어는 젬병인, 일과 세상에 지쳐버린 서른 살의 직장인에게 해줄 수 있는 강력하고도 광범위한 처방. 감기약치곤 좀 비싸긴 하지만
이 처방이 잘 들기만을 그저 바랄 뿐.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기에
인간은 고독한 것이다.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