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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Aug 02. 2024

애 둘 딸린 이혼녀의 연애

가정폭력, 바람... 유책 배우자와의 소송일지(6)














" 애 둘 딸린, 이혼녀의 연애 "


써놓고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는데,


가당키나 한 일인가.








내가 대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 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친구의 어머니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힘들어 보이셨다. 연신 담배를 태우셨고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또 타고 계셨다. 친구는 오늘의 이런 상황을 차마 예측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친구는 막 울면서 엄마 담배 그만 피워, 술 그만 마셔. 그 아저씨한테 전화하지 마. 뜯어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처음 가 보는 지역이자 동네였고, 잠깐 나갔다 온다고 말하면 내가 그 공간에 있었다는 걸 새삼 그들이 깨닫게 될까 봐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조용히 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대학 졸업 후 일을 하던 시절. 다른 친구 집에 놀러 갔다. 그 친구는 본인이 사춘기 무렵에 어머니께서 재혼을 하셨고 재혼한 아저씨와 엄마 사이에서 탄생한 초등학교 동생이 둘이 있다. 그리고 자기 성은 원래 모 씨인데, 이 집에서는 삐 씨가 되니까 자기 이름을 말할 때 조심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가 과거 자신의 생물학적 아빠와 이혼할 시절 쓰셨던 일기를 나한테 보여주었다.



"봐봐" 사실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활자였다. 글의 내용보다는, 그걸 보면서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이 있는데 꾹꾹 참으며 표출되지 못하는 분노, 그게 엄마의 감정인지 자신의 감정인지 알 수 없는 어떤 케케묵은 것이 대체 뭔지, 꺼내고 싶은데 뭔지 몰라 애를 쓰는 친구의 감정이 신경 쓰여서, 그 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응, 응" 대답하며 친구에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 동갑 사촌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했다. 나는 고모가 좋았는데. 고모처럼 예뻐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셀러리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그 맛없는 걸 열심히 먹었다. 동갑 사촌은 그 이후 전학을 많이 다녔고 성인 무렵. 나에게 "엄마 남자친구 생겼다, 용납할 수 없다" 이야기했다. 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입을 떼지 못했다. 는 엄마랑 아빠가 있으니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 본인이 입대한 날 부모님이 이혼 아빠는 훈련소에 있을 때 그에게 매일 편지를 썼댔다. 피해자 코스프레하며 하소연했을까? 그는 훈련소에서조차 아빠를 거부하지 못하고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야 했. 그는 전역할 때까지 군대에서 휴가를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그렇게 화를 표출했다 생각했지만, 그의 부모 중 그것에 신경 썼던 사람이 없어 너무한단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사람들. 의 조각들. 어쨌든 종합해서 내린 결론은 그렇다.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이혼은 자녀에게 너무나 상처를 준다. 아이가 어리든, 초등학생이든, 사춘기이든, 성인이 되었든, 성인이 되고 결혼을 했든 간에 상관없이 부모의 이혼은,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확실하다. 자신의 뿌리가 뽑히고 잘리고 흔들리는 일이니까. 



그리고, 엄마의 연애 또한 상처다. 재혼은 어마어마한 상처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엄마가 그 아저씨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더더욱. 아이는 따스하게 돌봐주고, 신뢰해 주고, 눈 맞춰주고, 대화를 나누는 엄마란 존재를 너무 필요로 한다. 내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친정엄마랑 지지고 볶고 새벽 3시까지 싸우는 와중에도 엄마는 너무 필요하니까.



내가 만약 연애를 한다면 연애를 하는 데 시간을 쓰고 감정을 소모하는 만큼 아이들에게 시간 쓸 수 없다. 전화 하나, 문자 한 통 할 그 작은 시간만큼도.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와야 할 관심에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고 원망하겠지. 당연한 거다. 나는 아름답고, 현명하 이제는 여자로서 사랑받는 것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숙명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뭐, 아이들한테 아빠가 있었으면 해서.. 그건 변명이라 생각. 아빠? 있잖아. 생물학적 아빠. 있는데 뭐. 전 남편 될 거긴 해도 있긴 하잖아. 아직 안 죽었고. 그리고, 새아빠라는 게 한 순간에 시장에서 물건 하나 사면 생기는 그런 건가? 남편을 고를 때보다 더 신중해야 하는 게 바로 새로운 아빠. 그걸 거다. 그러면 나는, 그냥 애 아빠 만들어준다는 빌미로 연애하는 거, 그런 거 그냥 안 할래. 그럴 시간에 애들이랑 모래놀이 한번 더 하겠어.



정 누가 내가 좋다고 하면 연애 시작 전에 "등본 오너라" 해야지. 법적 아내 있는지 없는지 확인부터 해야 할 거 아냐. 지금 일시적으로 떨어져 있는데 없는 척하는 건 지 누가 알아. 아이 씨, 이것도 못 해오면, 연애는 무슨. 꺼지세요. 그리고 감히 내 애들의 아빠 노릇 같은 거 하려고 생각도 하지 마. 정 뭘 해주고 싶으면 삼촌 해, 삼촌. 친한 삼촌 하면 되지. 네가 뭔데 감히 내 인생에 끼어들려고, 오지랖 피우려고 그래. 나는 갑이 될 거지 을이 될 생각 없어.



지금이 무슨 1960년대도 아니고, 어. 갑자기 엄마가 남자를 하나 데려오더니 아빠라고 부르래. 아니, 미친 거 아니야? 내가 4살이어도 납득이 안 갈 거 같은데. 누가 이거 설득해 봐요. 할 수 있으면. 이 말도 안 되는 짓거리 난 도대체가 못 하겠으니까.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건 알겠어. 그러니까.. 애들이 성인이 훨씬 넘어 가만 보다가, "근데. 엄마는 연애 안 해?" 물으면 어 나 이제 해도 돼? 물어보고 막, 미친 사랑하고 살 거야. 진짜 미친 사랑.












지금은 숭고하게 고개를 조아리며 잠 줄이고 초과근무 하고 몸을 갈아 가면서 돈을 벌고, 아이들을 위해 가시밭길을 감내하겠어. 지금, 상황이 좀 거지 같긴 해. 그래도 인생, 뭐 있어? 맛깔나게 살면 되지.  나 아름다운 거, 나 알아. 그러니까 연애는 내가 안 하는 걸 <선택> 한 거야.


이걸 그자랑 결혼할 때 입은 게 아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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