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말이 있지 않나. 김태희랑 결혼해도 전원주랑 바람피우는 게 남자라고. 아니 근데,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지.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현실을 부정한다고 한다. 우리 남편은 절대 바람을 피울 사람이 아니야. 그러고 나서는 남편에게 이게 뭐냐며 추궁하고선 본전도 못 건진다고 한다.
1. 나는 일단 하루 만에 받아들이긴 했다. 그리고 그 하루 동안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털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어쨌든 나는, 입만 열면 접신한 듯이 거짓말만 뱉어내는 남편을 추궁하면서 내 아까운 에너지를 소모하는 어리석은 짓 따위 하지 않았고
2. 내가 분풀이를 해야 할 대상은, 상간녀임을 바르게 인식했다. 그리고 바로 상간녀에게 전화해 욕을 박았다. 나는 평소에 가볍게 욕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영화에서 "X발" 등 큰 소리만 나도 흠칫할 정도로 욕을 엄청 싫어한다. 근데 요즘, 내 입. 더러워졌다. 왜냐면 지금 내가 고운 말~ 예쁜 말~ 스마일~ 할 때가 아니거든.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나는 이겨야만 한다. 손자병법을 읽었다. 이 책은 전쟁에서 이기는 기술을 담은 병법서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을 찾으라고 한다. 아군과 적군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강한 점과 약한 점은 무엇인지, 싸워야 할 곳의 지형은 어떤지 정확히 파악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고, 나아가 싸우지 않고도 승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상간녀를 분석하기로 했다. 전남편 될 새끼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
[ 상간녀 분석 ]
- 지독하게 못 생겼고, 다른 남자를 만나기 힘들 정도로 나이가 많다.
(아니, 왜 이렇게 못 생겼어? 나 외모지상주의자인데, 친구들도 하나 같이 다 못생겼네. OUT)
- 상간녀 MBTI : 전남편 될 인간이 친절하게 알려줌. 이 유형, 사람들 눈 엄청 신경 쓰는 멘털 거지. OK
- 유년시절 : 불행했다. 전남편 될 인간이 어렵게 자랐다며 친절하게 알려줬고, 남편은 이 부분에 자기와 동질감을 갖고 있다.
- 그 와중에 남편 취향 외모 : 피부 흰색
- 전 남편 될 인간과 상간녀의 공통점
(1) 할 수 있을 텐데, 돈을 열심히 안 번다. 본처를 무시한다. 멍청하다. 노력은 안 하면서 있어 보이려 한다.
(2) 얘도 남편이랑 바람피울 때 남자 친구가 있었다. 맞바람. 고로, 도덕성이 결여된 뻔뻔한 인간이며 절제력이 없다.
(3) 감정적이다.
(4) 술을 좋아한다.
(5) 본인 엄마 말을 안 듣는다.
(6) 사람들 시선을 엄청 신경 쓴다.
(7) 관종인데 아닌척한다
그리고 상간녀는 자기 입으로 "있는 집 딸"이라고 소문을 내고 다녔댔다. 하 참, 궁금하네. 도대체 얼마나 있는 집 딸이길래 지 입으로 저렇게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지. 진짜 있는 집 딸들은 누가 돈 빌려달라 할 까봐, 누가 자기 등 처먹으려고 할까 봐 절대로 있는 집 딸이라는 내색 안 하는데. 있는 집 딸이니 굳이 티 내지 않아도 그냥 드러나게 되는 것인데, 자기 입으로 뱉고 다닌다? 열등감이 아주 심한가 보네.
자신이 내세울 게 없으면 본인 말고 주변인과 배경 이야기를 한다. 실행력이 좋은 나는 상간녀 집 주소를 입력하고 등기부 등본을 떼봤다. 동사무소에서 주소를 입력하고 2천 원만 내면 합법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상간녀 가족의 서사는 거기에 다 적혀있었다. 지금 집에서 살기 전에는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있었고 지금은 아니네. 그녀는 그 마을 토박이로서 그곳을 떠나기 싫다고 했다. 아하. 얜, 과거에 머무르는구나.
상간녀는 대중교통이 발달된 서울에 살면서, 편한 걸 존ㅡ나 좋아하는지 이동할 때 남의 차를 빌려 타거나, 택시를 타고 다녔다. 전남편 될 인간은 짠돌이라 절대 택시를 타지 않는다. 아아니이 얼마나 정신이 나간 년이길래 대낮에 짐도, 애도 없으면서 서울서 택시를 즐겨 타. 대중교통이 기본값 아냐? 완전히 서쪽으로 미친 년. 지 차를 사던가. 본인 차도 재산도 없고. 의존적이라 만만하기 짝이 없어 대놓고 상간녀로 딱이잖아?
얘는 내 짝퉁이다. 가성비 좋고 멍청한. 리액션 좋은, 살아 있는 섹스돌. 그의 입장에서 과연 이보다 좋은 게 있는가. 나는 햇볕을 받으며 안경을 끼고, 우아하게 머리를 짜매고, 직접 내린 커피를 한 손으로 홀짝거리면서 여러 정보를 가벼웁게 분석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불륜남과 상간녀 사이엔 결국 몸정으로 통하는 쾌락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본인들은 타이밍만 잘못된 로미오와 줄리엣. 세기의 사랑이라 할지언정, 이 상간연놈들은 돈과 문서로 얽힌 사이가 아니기에 오로지 < 교접의 즐거움 > 만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