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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a Dec 24. 2022

-쿸팡잋츠1

 배달일은 한 적이 있다. 스물 아홉 살이었다. 휴대폰에서 앱을 설치하고 가입만 하면 언제든지 배달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딱히 운송수단의 제한은 없었다.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선택하면 되었다. 나는 자동차를 선택했다. 오토바이 다음으로 효율적인 수단이 자동차라는 후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뽑은 지 얼마 안 된 새 차로 배달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늘 그렇듯 위기는 넉을 놓고 있을 때 찾아온다. 잔뜩 목을 뽑고 경계의 눈빛을 하고 있을 때는 냄새조차 나지 않던 것이 조금만 방심하면 어느 새 등 뒤에 다가와 있었다. 나름 비상금도 쌓아 두고 나태가 낄 틈도 없이 일 만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조금 무리해서 새 차를 샀다. 그것이 패착이었을까? 마법처럼 차를 사자마자 말도 안되는 바이러스가 나를 사장에서 알바 신세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내가 BAR를 차린 것은 스물 일곱일 때였다. 스물 세 살의 나는 회사원이 되고 싶지 않았다. 딱히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매년 설날 보는 고모부의 텅 빈 정수리와 찌든 담배냄새, 사촌형의 볼록 솟아오른 올챙이 배가 나로 하여금 회사라는 것이 어떤 곳인지 짐작케 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무시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저냥 점수 맞춰 간 지방대 졸업장으로는 그들처럼 되고 싶어도 사회가 허락하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만 늘어가던 스물 세 살 겨울이었다. 


“B, 방학인데 뭐해?”


동기인 K에게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그냥 뭐. 방황하고 있지.”


“혹시 이번 주 금요일 시간 돼?”


내가 별일 없다고 말하자. K는 잘됐다며 아르바이트 대타를 부탁했다. 


“여자친구랑 부산에 가는데, 대타가 필요해서. 부탁한다 꼭!”


K는 그리 어려운 것은 없을거라고 말하며 다음에 거하게 한 잔 살 테니 꼭 좀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조금 뒤 K에게 알바 장소가 찍힌 문자가 왔다. 주소 끝에는 ‘부탁한다!’는 말이 한 번 더 적혀있었다. K는 늘 이런식이었다. 자기 편한대로 계획을 짜고서는 다른 사람을 그 계획에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K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딱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 않았다. K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싫은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 K의 계획에 제멋대로 끼인 사람들은 전부 난색을 표했지만 거절하거나 K를 싫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들 ‘어쩔 수 없지’하고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스틸하트. 신촌역 2번 출구 쪽.’


여자친구와 여행가는 것에 알바 땜빵을 시켜주는 가게 사장이름 치고는 무거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한창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바람이나 쐬자는 기분으로 조금은 들떴다. 


금요일 오후, 낮잠에서 깬 나는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스틱 커피를 사왔다. 근무시간이 여덟시부터 세시였기 때문에 일찍 잠드는 나로서는 대비를 해야했다. 오랜만에 찾은 신촌역은 여전히 한산했다. 8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젊은 사람들이 모이던 곳이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곳곳에 ‘임대’라고 써붙인 1층 상가들이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K가 보내준 주소를 찾아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뜩이나 성기게 있던 사람들이 한 두명씩 자취를 감췄다. 몇 번 모퉁이를 돌아 ‘스틸하트’를 찾았다. 허름한 적색 벽돌 건물에 조그마한 돌출 간판이 튀어나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저녁 타임 대타왔습니다.”


“잠시만요!”


주방 안쪽에서 얇은 목소리가 들렸다. ‘스틸하트’라기에는 다소 앳된 목소리였다. 잠시 뒤 주방에서 머리를 깔끔하게 8:2로 빗어 넘긴 사내가 앞치마에 손을 슥슥 닦으며 나왔다. 


“그래, K 친구라고?”


“네.”


“일에 대해 설명은 들었고?”


“아뇨. 일단 사장님을 만나면 설명해주실 거라고…”


내가 말끝을 흐리자 사장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K답네’ 라고 말했다. 사장은 가게 곳곳을 돌아다니며 해야할 일을 말해줬다. K의 말대로 딱히 어려운 일들은 없었다. 사장은 일은 어렵지 않겠지만 오늘은 금요일이라 손님이 꽤 많을 거라 긴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사장의 말대로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손님들이 쏟아졌다. 친구들끼리, 혹은 연인들끼리, 직장 상사와 3차로 온 사람들, 친구의 애인과 몰래 온 사람, 이별을 달래러 온 사람 등 각자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새벽 3시까지 끊임없이 흘러 들어왔다. 내가 정신없어 하는 와중에도 사장은 능숙하게 손님들의 오더를 받고 음료를 만들었다. 내가 스스로 판단을 내려서 하는 것보다 사장이 지시하는 것을 따르는 것이 오히려 일이 엉키지 않았다. 사장이 여유롭게 ‘차카차카’ 소리를 내며 쉐이커를 흔들고 투명한 유리잔에다 색색의 알코올을 따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바텐더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하루만에 진로를 결정하고 곧바로 강남의 한 바에 알바를 지원했다. 결정은 순간이었지만 마치 이것이 내게 준비된 길처럼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근무시간은 ‘스틸하트’와 비슷했다. 오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저녁을 먹고 쪽잠을 잔 다음 출근하는 나날이 계속됐다. 야간 근무인 데다 성실하게 일을 했더니 사장이 시급을 꽤 챙겨줬다. 20대 초반 대학생이 만지기에는 큰 돈이 매달 통장으로 꽂혔다. 졸업을 하고 나서는 알바가 아닌 직원으로 1년 정도 더 일을 했다. 그렇게 모은 돈과 얼마간의 주류대출로 스물 일곱 겨울, 내 명의로 된 바를 차렸다. 


마침 기존의 바를 운영하던 곳이 저렴하게 나와서 그대로 인수를 진행했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집기도 다 놓고 갔기 때문에 크게 손볼 곳이 없었다. 바깥에 있는 간판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Souvenir’라고 적힌 네온 간판은 간헐적으로 지지직 소리를 내며 깜빡거렸다. 


상권이 많이 무너진 홍대 주변이었지만 내 가게는 이상하게도 꽤 잘되었다. 전 주인이 망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부동산 사장의 말에 약간의 신뢰가 갔다. 바를 오픈하고부터 꽤 바쁜 시간을 보냈다. 끊임없이 사연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을 맞으며 나는 묵묵히 쉐이커를 흔들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겨울 빌린 돈을 전부 갚았다. 그 다음해에는 꽤 많은 돈을 모았다. 새벽에 퇴근해서 늦은 오후까지 잠을 자고 출근 전에 장을 보는 것이 생활의 전부라 돈을 쓸데가 딱히 없었다. ‘저축의 달인이 된 직장인 H씨’처럼 강제로 소비가 억제된 삶이었다. 책에서 H씨는 이렇게 모은 목돈으로 갭투자를 했지만 나는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딱히 사고 싶었던 차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막연하게 ‘스포츠카’를 타고 싶은 남자들의 유치한 꿈이 나에게도 있었을 뿐이다. 가게로 출근하기 전 홍대 부근에 있는 BMW 매장에 들렸다. 딜러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3시리즈 앞으로 나를 데려갔다. 


“가장 많이 찾으시는 모델이에요.”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돌려 3시리즈 옆에 놓인 검정색 4시리즈를 쳐다봤다. 내 시선을 의식한 딜러가 ‘쿠페를 찾으시나요?’ 라고 되물었다. 문이 2개 밖에 없는 쿠페는 타고 내리기 불편하다. 가정이 있는 남자는 타기가 힘든 차다. 대부분이 차를 한 대만 사기 때문이다. 딜러는 ‘미혼이시면 쿠페가 최고의 선택이죠. 결혼하시면 못타요’ 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바로 출고하는 조건과 약간의 할인으로 전시차를 계약했다. 


 그날 밤 나는 새로 산 BMW와 같이 출근했다. 쿠페의 넓은 창문을 한껏 내리고 스피커에서는 Nas의 Halftime이 묵직한 베이스와 함께 흘러나왔다. 바를 오픈하고 처음으로 나를 위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이런 게 사는거지. 재미없게 살 수는 없잖아?’ 


나는 더 열심히 일해서 다음번에는 오픈카를 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오픈카를 타는 계획은 기약없이 밀리게 되었다. 세계뉴스 코너에 짤막하게 실리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로 상륙하면서 생활이 바뀌었다. 외출할 때는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써야했고, 어딜가나 발열체크와 개인 신상 기록을 남겨야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바의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단골이었던 손님들도 머쓱하게 웃으며 당분간은 오기 힘들겠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에서는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처음에는 일주일이던 것이 연장을 거듭해 두 달째 바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하루 아침에 백수가 된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K에게 전화를 걸어 내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K, 나라에서 일을 못하게 해. 


“월세는 준대? 언제봐도 공무원들 일처리는 참신해. 그러지 말고 이 참에 좀 쉬지 그래? 네 BMW가 불쌍해 죽겠어 매일 가게만 왔다갔다하고. 드라이브 좀 가라고. 차도 뽑았는데 여자도 좀 태우고.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다시 반복될 일상인데, 아쉬워하지 말고 즐기라고.”


K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쉴 수 없었다. 정부는 월세를 대신 내주지 않는다. 뭐라도 해야했다. 나는 인터넷에서 본 배달앱을 떠올렸다. ‘다운만 받으면 누구나 가능!’이라는 문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앱을 다운받고 두시간이 넘는 안전교육을 이수하자 나는 비로소 배달원이 될 수 있었다. 상태창을 ‘ON’으로 해두자마자 배달콜이 쏟아졌다. 그 날 하루 종일 집 근처를 돌아 7만원 정도를 벌었다. 나는 지역마다 배달료가 다른 것을 확인하고 배달료가 제일 비싼 지역을 검색했다. 역시나 강남이었다. 나는 다음날부터 아침 10시에 강남역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강남역은 분주했다. 배달 오토바이가 1초에 서너대씩 지나갔다. 그 사이에서 조수석에 포장된 음식을 실은 채 교통체증에 걸린 BMW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사이 음식 봉지에서 나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영수증에는 ‘치킨 가라아게 덮밥’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늘은 일을 마치고 간단하게 맥주라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맥주 한 잔 값이면 배달 한 번이라는 생각이 들자 답답함에 창문을 내렸다. 꽉 막힌 반대편 차선 너머로 목적지가 보였다. 반포동에서, 아니 서울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배달콜이 잘 잡히는 시간은 식사 시간대다. 점심보다는 저녁이 더 붐빈다. 게다가 강남이니 이렇게 차가 막히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앱에 적힌 예상 배달시간보다 5분정도 늦은 나는 경비원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대리석 바닥과 호텔 로비 같은 주황색 불빛이 호흡을 가다듬게 만들었다. 


‘문이 열립니다’


친절한 여자의 음성이 나를 36층으로 안내했다. ‘치킨 가라아게 덮밥’을 들고 ‘3605호’로 향하던 나의 발을 마주오던 여자가 불러세웠다. 


“혹시 3605호 오셨어요?”


“네.”


“저 주세요. 제가 시킨거에요.”


가슴어림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애였다. 전체적으로 앳된 것이 이제 갓 성인이 된 것 같았다. 가벼운 츄리닝 차림의 그녀는 멀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슬리퍼 사이로 보이는 발톱은 어울리지 않게 새카만 색이었다. 


“아, 여기 있습니다.”


여자는 봉지를 받아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내가 의아하게 쳐다보자 그녀는 ‘안 탈거에요?’ 라고 말하며 손짓했다. 나는 서둘러 그녀가 잡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1층으로 내려가는 내내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띵’ 하는 소리와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불편했던 공기가 빠져나갔다. 그녀는 문이 열리자마자 나를 앞질러 걸었다. 머리카락이 날리며 향긋한 샴푸냄새가 났다. 


차를 돌려 경비실을 지나 차단기를 통과하는데 그녀가 보였다. 아파트 내부에 마련된 공원 정자에서 비닐봉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그녀는 정자 바닥에 치킨 가라아케 덮밥과 단무지를 꺼내 상을 차리고 있었다. 나는 참 별난 사람도 다 있다는 생각을 하며 차를 돌렸다. 때마침 울린 콜이 상념에서 벗어나게 했다. 배달음식을 집에서 먹든 밖에서 먹든 그것은 배달원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나는 그녀를 계속해서 만났다. 희한하게도 그녀의 집주변에 배달을 자주가게 되었는데, 그 때마다 그녀는 공원 정자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점심이건 저녁이건 상관없이 밥 때만 되면 그녀는 공원 정자에 있었다. 그 이후 그녀의 집주변을 갈 때면 꼭 공원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녀와 대화를 하게 된 것은 그녀에게 두 번째로 직접 배달을 갔을 때였다. 


‘3605호’


숫자에 강한 편은 아니지만 영수증에 적힌 호수는 분명 그녀의 집이었다. 메뉴는 치킨 가라아게 덮밥. 며칠을 멀찍이서 보기만 하다 비로소 대면을 한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졌다. 우스운 일이다. 그냥 배달 음식을 밖에서 먹는 별난여자였지만 그녀의 샴푸냄새와 까맣게 칠한 발톱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봉투를 떨어뜨릴 뻔했다. 36이라고 적힌 푯말 아래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그녀가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이다. 발톱은 여전히 새카만 색으로 코팅돼 있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서 엘리베이터에 타더니 손을 내밀었다. 슬쩍 닿은 손이 차가웠다. 


“3605호… 안 주실거에요?”


나는 ‘아, 네!’ 하고 이등병처럼 쭈뼛대며 그녀의 손에 봉투를 넘겼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그녀는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다음번에는 밥 한 번 같이 먹어요. BMW도 한 번 태워주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너무 놀라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내릴 생각도 못했다. 서둘러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어느새 저만치 멀리서 걷고 있었다. 예의 그 공원으로 가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녀가 남긴 달큰한 샴푸냄새를 맡으며 난생처음 겪는 일에 대해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야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가 며칠동안 그녀의 집주변을 돌며 그녀를 관찰했던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일부러 그녀 집주변을 돈 것은 아니지만 관찰당하는 입장에서 그런것까지 고려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찌됐건 그녀는 자신의 세계로 내게 초대장을 건넸다. 그녀의 초대에 응할지 응하지 않을지는 순전히 나의 몫이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기심도 들었지만 그녀의 말투가 은근히 오기가 생기게 했다. 갓 성인이 된 것 같은 주제에 밥 한 번 먹자니, 다분히 도발적인 말투였다. 


다음날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나는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그녀의 아파트를 찾았다. 경비실을 지나치는데 다행히 제지하지 않았다. 공지가 많아 보행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녀가 늘 밥을 먹던 공원 정자에 도착했다. 그녀는 없었지만 나는 오늘도 그녀가 분명히 여기서 밥을 먹으리라는 어떤 확신이 있었다. 말 한마디 나눈 것이 다였지만 그녀는 분명 오늘도 여기서 밥을 먹으리라. 나는 정자에 오르기 전에 신발을 벗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했다. 남의 밥상이라고 생각하니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맨발로 올라와 앉았다. 혼자 비닐봉투를 열어 그녀처럼 정자에 가지런히 상을 차리고 있는데 멀리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찍 왔네요?”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손에는 나와 같은 봉지를 들고 발톱은 여전히 까만색이었다. 그녀는 슬리퍼를 훌렁 벗더니 정자로 올라와 앉았다. 


“아저씨도 치킨 가라아게에요?”


그녀가 내 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네가 자주 시키길래.”


“맛있어요. 후회 안 할거에요.”


그녀가 비닐봉지에서 치킨 가라아게 덮밥을 꺼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치킨 가라아게 덮밥은 꽤 맛있었다. 그녀와 나는 밥을 먹으면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살이에요? 어디 살아요? 차가 좋던데. 우리 아빠도 BMW 있어요. 배달은 왜 하는거에요? 얼마나 벌어요? 언제까지 배달할거에요? 원래 바를 한다고요? 가게 이름이 뭐에요? 예쁘다. 원래 말 수가 적어요? 손님들이랑 이야기 잘 안해요? 아저씨는 나한테 궁금한 것 없어요?


그녀가 조그만 입술을 쉴새없이 놀리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느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전염병 때문에 아저씨가 고생이네요.”


“어쩔 수 없지.”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아니에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뿐이야. 달리 방법이 없잖아?”


나는 태연한 척 말했지만 속이 쓰렸다. 나는 나에게서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녀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근데 왜 멀쩡한 집 놔두고 여기서 밥을 먹는거야?”


“집에서는 밥을 못 먹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에요. 집에서는 밥을 못 먹어요.”


“왜?”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트라우마가 아닐까 싶네요.”


그녀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나는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가라아케 하나를 집어 오랫동안 저작하는 그녀를 보고 말없이 남은 식사에 집중했다. 서로의 밥그릇을 다 비울때까지 우리는 말이 없었다. 다 먹은 포장용기를 비닐봉지에 정리하면서 그녀는 내게 차를 태워달라고 말했다.


“한강 공원 가면 안되요? 세빛둥둥섬 가고 싶은데.”


나는 그녀를 데리고 단지 옆에 있는 상가 주차장으로 갔다. 차 문을 열자 그녀는 다시 말문이 트여 쉴새 없이 조잘거렸다. 


와 문이 두 개네요? 스포츠카인가? 완전 땅에 붙어있는 것 같아. 여자친구 있어요? 있으면 좋아했을 것 같은데. 베트맨이 타는 차 같아요!


 나는 그녀의 반응에 그 정도로 호들갑을 떨 차는 아니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의 사는 사람 앞에서 차를 자랑하는 것 같아 괜히 민망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강으로 향했다. 오후 시간이지만 길이 꽤 막혔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J라고 했다. J는 작년에 막 수능을 치른 풋풋한 스무 살이었다. 나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셈이다. 내가 나이 이야기를 하자 J는 깔깔 웃으며 그래서 자기가 오빠가 아니라 아저씨라고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세빛둥둥섬에 도착하자 그녀는 ‘저쪽에다 세워요!’ 라며 한 쪽을 가리켰다. 그녀가 말한 곳에 차를 세우니 세빛둥둥섬이 정면으로 보이고 양 옆으로 한강이 삐져나오듯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예쁘죠?”


“예쁘네. 어떻게 알았어?”


“중학교 사생대회 때 와봤어요. 그때 딱 여기서 그림을 그렸는데. 살면서 제일 예쁜 풍경이었어요.”


내가 얼마나 살았다고 그런 소리를 하냐고 핀잔을 주자 J가 씁쓸하게 웃었다. 


“앞으로는 더 안 좋은 것만 보게 될 거니까요. 아저씨는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전보다 더 좋은 풍경을 봤나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고 더 좋아진다는 것은 그저 인간의 바람일 뿐이에요.”


“흥미롭네. 나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입장이라서.”


“알아요. 아저씨의 철학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에요. 살마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살다보면 어떤 확신이 직관적으로 머리를 강타할 때가 있어요. ‘아, 이 이상 좋아질 수는 없겠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다’ 같은 느낌이요. 단지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을 뿐이에요.”


나는 도대체 갓 스무 살이 된 여자애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잖아요.”


나는 J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더 궁금해졌다. 서울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에 살면 걱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물질적인 풍요가 곧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사람인 이상 당연히 돈이 필요하죠. 다만 돈이 많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에요. 산다는 것은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니까.”


J의 아버지는 병원장이었다. 대대로 유명한 의사 집안이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하필이면 아이를 한 명만 낳은 바람에 별탈 없이 고스란히 온전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J는 그의 할아버지가 아들을 하나만 낳은 것이 크나큰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얼마나 귀하게 컸겠어요? 하나뿐인 자식인 데다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집안의 대를 이을 장남인데. 뭘 하든 잘했다 내 새끼였죠. 그렇게 주변은 썩어나고 한 명의 괴물이 탄생하는 뻔한 이야기에요.”


J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나는 당혹스러웠다. 자기 아버지를 ‘괴물’로 말하는 자식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J는 근처 카페라도 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J는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나는 아메리카노. 우리는 음료를 홀짝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미각에 집중하던 차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 나랑 잘래요?”


나는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에요. 아저씨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뭐가?”


“과묵하고 배려심 깊고 깨끗하고. 약간의 유머도 있는 것 같고. 남자가 이 정도면 괜찮죠.”


J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조금 화가 났다.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기 위해 여기까지 옷 것이 아니었다. 내가 표정을 굳히자 J는 놀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저씨라면 매달 처녀막 검사를 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 수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연달아 같은 대답을 한 것을 상기하고는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J는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J의 입에서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둘 나올 때마다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매일 술에 절어 휘두르는 폭언과 폭력, 안방에서 정부를 들여 관계를 맺는 대담한 외도. 그러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J의 엄마를 의심했다. 참다 못한 J의 엄마가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말을 할때까지 그는 J의 엄마를 끝없이 의심했다. J의 엄마는 남편 몰래 집을 나갈 준비를 하다 들켜서는 하루 종일 매질을 당했다. 그날 밤 J의 엄마는 안방 샹들리에에 목을 매달았다. 


“’죄책감에 못이겼군’ 그게 아빠의 첫 마디였어요. 16살인 나는 너무 무서웠어요. 엄마의 커다랗게 뜬 눈도, 배꼽에 닿을랑 말랑한 혀도, 바닥에 흥건한 배설물도 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아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어요.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엄마와 엄마의 흔적은 모두 치워졌고, 그 자리에는 아빠의 정부가 가져온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였어요.”


고아였던 J의 엄마는 장례식조차 없었다. J는 그녀의 엄마가 죽은 다음 날부터 아버지에게 처녀막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더러운 피’가 묻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괴물’의 주장이었다. 그날 이후로 J는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하게 됐다. 


J는 성인이 되기 얼마 전까지 하루하루를 두려움 속에 살았다. 자칫하면 자신도 엄마처럼 혀를 길게 뺀 채 몸안의 것들은 전부 쏟아내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밤마다 그녀를 잠 못 들게 했다. J는 이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괴물’은 늙고 J는 젊었다. J는 늙은 괴물에게 치명타를 입힐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자신의 삶과 엄마의 삶을 파탄 낸 괴물에게 가할 치명적인 일격을. 


“나는 꼭 안방에 있는 괴물의 잠자리를 더럽힐 거에요. 반드시 그곳이어야만 해요.”


J가 결연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은 알겠어. 그걸 대체 왜 나한테 부탁하는 건데? 나는 너를 두 번 밖에 보지 않았잖아.”


“그냥 감이에요. 아저씨라면 내 계획에 동참해줄 것 같은. 아저씨라면 나를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J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는 일단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J는 웃으며 거절해도 괜찮아요 라고 말했다. 어려운 부탁이라는 거 이미 알고 있었어요. 말하는 J의 눈동자가 처연하게 보였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고 가게를 나왔다. 


 그 날 이후 J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강남쪽은 가지 않고 동네에서만 배달일을 했다. J의 허무맹랑한 계획에 동참하기에는 나는 해야할 일이 많았다. 그렇게 배달일을 한 지 꼭 한달이 다 되어서야 가게를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었다. 바를 10시까지 운영한다는 것이 참 웃긴 일이긴 했지만 본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뻤다. 그래도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꽤 많은 사람들이 다시 가게를 찾았다. 사람들이 10시 마감에 익숙해질 때쯤 한 중년인이 가게를 찾았다. 


“미안한데 한 잔만 할 수 있을까?”


중절모와 쓰리피스를 갖춰 입은 중년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9시 50분이었다. 나는 청소기를 꺼내던 손을 멈추고 10분 정도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음… 보자. 오, 라프로익 15년이 있군. 온더록으로 부탁하지.”


나는 카운터에 놓인 온더록 잔을 꺼내 라프로익을 따랐다. 


“동기들과 오랜만에 한 잔 했는데 말이지. 술이 좀 부족해서. 신세좀 지겠네”


“만남은 짧고 아쉬움은 긴 법이죠.”


“맞아. 아쉬움은 항상 길지. 헌데 오늘은 꼭 그 아쉬움 때문에 술을 찾은 것은 아니네.”


중년인이 씁쓸하게 웃었다.


“무슨 문제라도?”


“사람일이라는게 말야. 생각처럼 되지 않는 다는 것은 이 나이 먹도록 질리게 경험해서 알고는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식이라는 게 말이야. 맘처럼 되지 않는 게 참 괴로워.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놓지 못하는 것이 자식인 것 같아. 마치 이 세상에 나의 족적을 남기기 위해 유전자가 노력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자식만 보면 가슴이 답답해져.”


“자식 입장에서는 안타깝군요.”


“어쩔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인간도 결국에는 동물이지. 좀 더 우월한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고자 하는 본능이 있을 수 밖에.”


중년인이 잔에 담긴 얼음을 굴리며 말했다. 위스키에 절은 얼음이 ‘달그락’ 하며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나는 중년인의 말에 어느 순간 잊고 있던 J가 떠올랐다. ‘괴물’ 역시 그런 논리로 J의 삶을 억압했을까?”


“인간이 동물이라는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이성으로 본능을 통제하는 것이 결국 인간이 아닐까요? 그렇지 못하면 괴물이 되는 것이겠죠. 자식의 처녀막을 검사한다는가 하는 사람처럼.”


중년인이 위스키 잔을 탁 소리나게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나는 말을 하고나서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년인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자식의 처녀막을 검사하지는 않네만.”


나는 황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라서요.”


“아닐세. 사람이 그럴 수 있지. 이성이라는 것이 참 단단한 것 같으면서도 일순간 훨훨 날아가버릴 때도 있지 않은가? 정 미안하면 한 잔만 더 마실 수 있을가? 자네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


다행히 중년인은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했다. 나는 흔쾌히 라프로익을 다시 채우며 J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머릿속에 선명하게 J의 모습이 그려졌다. 달큰한 샴푸냄새와 새까만 매니큐어를 칠한 조그만 발톱. 처연하게 나를 쳐다보던 눈빛들이 물위에 둥둥 뜬 기름띠처럼 내 기억속에서 무지개 색으로 빛났다. 


“J와 좀더 시간을 갖지 그랬나?”


중년인이 말했다.


“물론 J가 망상증 환자일 수도 있지. 자식의 처녀막을 검사하는 부모란 흔하지 않은 이야기니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J는 자네에게 신호를 보낸 걸세.”


“신호.”


“그래 맞아 신호. 사람은 위기 상황이면 자기도 모르게 신호를 보내지. 그것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말야. 어쩌면 J의 말들은 다 상상속에서 나온 것들일 수도 있어. 다만 J가 자기 삶에서 무엇인가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신호지. 그 신호를 자네에게 보낸 거야. 자네는 지금 그 신호에 응답하지 않은 상태고. 자네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자네도 J가 싫지는 않은 모양인데, 한 번 연락이라도 하지 그러나? 어쩌면 아직도 J는 홀로 외롭게 자네를 기다릴지도 몰라.”

중년인은 간만에 맛있는 위스키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잔돈을 꺼낼 틈도 없이 가게 문 앞으로 걸어간 중년인은 ‘J에게 꼭 가보게!’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중년인이 나가고 나는 10만원짜리 수표를 손에 쥔 채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서 J의 음성이 반복해서 들렸다. ‘아저씨 나랑 잘래요?’ 어쩌면 J는 무인도에서 하나뿐인 조명탄을 나를 향해 발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수표를 대충 구겨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차키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르릉’ 하는 배기음이 어서 빨리 J에게 가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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