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편 2
우리가 또 생각해야 하는 비용이 어떤 것이 있을까?
월세 외에 또 생각해야 할 것이 관리비다. 관리비는 없는 건물도 있지만 엄-청나게 오래되고 노후된 건물이 아닌 이상 대부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평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20만 원으로 잡아보자.
또 생각해야 할 것이 시설비다. 시설비라 함은 여러 가지가 포함될 수 있는데, 많이 사용되는 기본적인 장치들로는 공기청정기, 정수기가 있다. 이것은 어떤 매장이라도 필수적이다. 렌털을 하게 되면 공기청정기 1대, 정수기 1대 해서 약 10만 원 정도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게 되면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야 한다. 고객의 상해, 화재, 재난 등 사고에 대비한 화재보험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5만 원 - 10만 원 선이다.
매장을 운영할 때 또 생각해야 할 것이 통신비다. 인터넷, 전화를 포함한 통신비는 대략 5만 원 - 7만 원 정도 나온다.
이렇게 따져보면 우리가 월세 이외에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를 들어 월세 150만 원짜리 상가를 계약했다고 치자.
월세 - 165만 원 (Vat 포함)
관리비 - 22만 원 (Vat 포함)
공기청정기 - 5만 원
정수기 - 5만 원
통신비 - 5만 원
화재보험 5만 원
총 207만 원의 고정지출이 발생한다. 어떤가? 처음에 생각했을 때 나의 순수익을 월 매출 - 월세 150으로 계산한 경우 57만 원이나 되는 비용이 누락된 것이다. 여기에 기본적인 식대(하루 한 끼로 가정했을 경우) 약 30만 원, 파트타임 인건비 100만 원(최소)까지 포함하면 130만 원 정도가 추가된다. 그렇게 되면 총 337만 원의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처음 월세 150만 고정비용으로 생각한 경우 손익계산을 다시 세워야 할 정도로 오차가 크다.
총 337만 원의 비용도 러프하게 잡은 것이다. 최소치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337만 원이면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의 한 달 봉급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월세 150짜리 상가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최소 대기업 직원의 한 달 봉급을 깔아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337만 원을 벌어놓고 나서야 자신의 인건비다.
그렇다면 역으로 계산해 보자. 한 달 고정비용을 제쳐놓고 얼마의 순수익을 얻어야 자영업을 할만하다고 생각할까? 적어도 대기업 직원만큼은 벌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337만 원을 벌어야 얼추 비슷하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한 달에 674만 원의 매출을 올려야 최소 337만 원의 이익이 남는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간과한 사실이 있다. 337만 원의 이익은 원가를 제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점이다. 만약 당신이 온전히 서비스로만 매출을 일으키는 직종이라면 337만 원이 고스란히 당신의 인건비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재료비나 기타 원가가 들어가는 직종이라면 원가를 제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음식점의 경우 재료비용이 20%라고 친다면 674만 원 매출의 20%, 즉 135만 원 정도가 비용으로 책정된다. 그렇다면 남는 비용은 202만 원. 비용만큼의 돈을 더 채워 넣어야 대기업 직장인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85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재료비 20%를 제하고 고정비 337만 원을 제한 343만 원이 남는다. 850만 원의 매출을 올려야 직장인과 비로소 비슷한 월급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금액이 직장인 월급과 비슷하다고 해서 과연 같은 금액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당신이 자영업자라면 쉬는 순간 돈을 못 버는 구조다. 매일 12시간 이상씩 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한다. 게다가 매상이 오르지 않을 경우 받는 스트레스, 직원 스트레스, 고객 응대에서 오는 스트레스 같은 것들을 따져보았을 때 과연 같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거기에 자영업자는 4대 보험도 되지 않는다. 온전히 자신이 자신을 먹여 살려야 하는 구조다.
자영업자라면 직장인 월급의 최소 2배는 벌어야 할 만하다. 단순 계산으로 13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비로소 할만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 계산에는 규모에 따른 인건비의 상승과 전기세, 수도세 등은 포함되지 않은 수식이다. 그런 것까지 포함한다면 못해도 1500만 원의 매출은 올려야 된다는 소리다. 그것도 매달, 꼬박꼬박 말이다. 하지만 장사라는 것이 이번달 매출이 높았다고 해서 다음 달도 같은 매출을 찍으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까 매달 매출을 올리고 다시 0에서부터 매출을 쌓아가는 시시포스 신화 같은 삶이 곧 자영업자의 삶인 것이다.
장사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