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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 Aug 25. 2017

#13. 마른 꽃, 마르지 않는 향기

참 희한한 일이지.

말라버린 꽃에서
향기는 더 진하게 난다.

시들기 전만이
가장 찬란한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조금만 거칠게 다뤄도 부서질 것처럼
힘 없이 말라 버린,

이 여리디 여린 꽃은,
지난 시간의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모든 것을 멈추었나 보다.

그리고 괜찮다고 말한다.
이젠 쉽게 시들어버릴 걱정 없으니...
이미 모든 것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니...
그 누구보다 의연한 자세로 지난날을

마주할 수 있어서.
미련도 후회도 없는 지난날이었다고.

그렇게 마른 꽃은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사실은 그래서 조금 더 처연하지만...


꽃잎과 잎사귀 사이로 피어오르는 이 향기가

어쩐지 더욱 짙게, 더욱 강렬하게,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기분 탓일까

sabor A Mi 노래가 떠오르는 밤이다.


마른 꽃에서 마르지 않은 향기가

이 밤 내내 진동했다.



/


Chico y Rita- Sabor a mi(나만의 향기)

Tanto tiempo disfrutamos de esta amor
우리가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나눴죠
nuestras almas se acercaron tanto asi
그래서 우리 영혼은 정말 가까워졌고
que yo guardo tu sabor
나는 당신 향기를 간직하게 되었어요
 
pero tu llevas tambien, sabor a mi.
그렇지만 당신 역시 나의 향기를 가지고 있죠.
 
Si negaras mi presencia en tu vivir
그런데 만약 당신 삶에서 내 존재를 부정해야 한다면
 
bastaria con abrazarte y conversar
당신을 한번 포옹하고 대화하는 것으로 만족할게요
 
tanta vida yo te di
내 많은 부분을.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드렸기에
 
que por fuerza tienes ya, sabor a mi.
당신에게는 언제나 강한. 나의 향기가 남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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