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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들인형 Mar 31. 2020

인형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

꽃잎으로 놀이해요.

우리는 아침 일찍 집 앞에 있는 공원으로 운동을 왔어요. 이 시간에 운동을 가면 항상 어른들이 쓰레기를 줍고 계셨어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도 집게를 챙겨 나왔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오늘은 쓰레기보다 꽃잎이 더 많이 뒹굴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신이 나서 쓰레기 줍는 것도 잊어버리고 꽃잎을 주워다 모으기 시작했어요. 옛날에 어린이집에서 진달래 화전도 부쳐 먹고, 화관도 만들고, 꽃잎으로 내 얼굴도 만들던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나는 동생들 머리에 꽃을 꽂아주었어요.

동생들이 사진을 찍느라 신난 사이에 나는 꽃 위에 누워보았어요. 동생들은 옷이 지저분해진다고 야단법석이었지만 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내 몸에서 사과 향기가 나는 것 같았거든요.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이대로 잠들고 싶었죠.

그렇지만 금방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요. 우리는 꽃잎들을 사람들이 밟지 못하게 다리 밑으로 옮겨두었어요. 내일 오면 저 꽃잎들이 그대로 있을까요? 사라지면 어쩌죠.

나는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만 챙겨서 가방에 넣었어요. 그러면 어디서든 꿈을 꾸는 기분이겠죠. 오늘은 내 몸에서 하루 종일 사과 향기가 날 것 같다고 상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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