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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Jun 22. 2024

하늘을 날 수 있었던 사람-7장

7.



“길버트 씨, 어제 밤에 아주 놀랄만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휴게실에 앉아서 쉬고 있던 길버트 씨에게 회사에서 가장 친한 동료인 하인리히 씨가 다가오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무슨 일인데요? 하인리히 씨.”

길버트 씨는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인리히 씨를 돌아보았다.

“어제 밤에 마녀를 봤다니까요. 아, 글쎄,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보름달을 가로질러 갔습니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니까요. 길버트 씨.”

하인리히 씨는 자리에 일어서서 두 다리를 딱 붙인 채, 길버트 씨에게 양 팔을 퍼덕거려 보였다.

“이렇게요. 마녀가…….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하기는 하네요. 길버트 씨.”

그러면서 하인리히 씨는 길버트 씨의 옆 자리에 앉더니, 들고 있던 음료수를 홀짝 마셨다. 길버트 씨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다가,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왜 웃어요? 길버트 씨.”

하인리히 씨의 두 눈이 커다래지자, 길버트 씨는 흠흠 거리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이건 비밀이에요. 하인리히 씨.”

길버트 씨는 하인리히 씨의 귀에 바짝 입을 대고 속삭였다.

“뭔데 그래요?”

길버트 씨의 목소리보다 훨씬 더 작은 소리로 하인리히 씨가 물었다.

“내가 바로 그 마녀에요.”

“엥?”

“나, 하늘을 날 수 있어요.”

하인리히 씨의 눈은 길버트 씨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사람의 눈보다 더 크게 뜨여져 있었고, 길버트 씨는 그런 하인리히 씨를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이 작아진 하인리히 씨는 길버트 씨에게 말했다.

“올림픽에 나가면 금메달을 따겠어요.”

길버트 씨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걸 본 하인리히 씨는 답답하다는 듯 자기의 가슴을 쳤다.

“멀리뛰기 나가면 금메달이에요. 금메달!”

순간 길버트 씨는 솔깃해졌다.

‘그래, 멀리뛰기! 날아가는데 뭐가 문제야? 세계 신기록도 세울 수 있겠어.’

“내가 아는 코치가 있어요. 이 사람도 금메달리스트에요. 내가 소개해 줄게요.”

하인리히 씨는 길버트 씨에게 명함을 주었고, 길버트 씨는 퇴근 후에 멀론스키 씨를 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길버트입니다.”

“어서 오세요. 하인리히 씨의 전화는 받았습니다.”

멀론스키 씨는 길버트 씨를 반갑게 맞았으나, 그의 눈빛은 약간 쌀쌀맞아 보였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에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럼 한 번 테스트해 볼까요?”

멀론스키 씨는 길버트 씨에게 위아래가 붙은 트레이닝복 한 벌을 내주었고, 길버트 씨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길버트 씨는 트레이닝복의 몸에 찰싹 달라붙는 그 감촉이 별로 좋지 않게 느껴졌다. 운동장으로 나가 멀리뛰기 시합장으로 간 길버트 씨는 녹색 선 앞에 멀론스키 씨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자, 보세요.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멀론스키 씨는 녹색 선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속력을 올리더니,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는 발 구름판을 차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의 두 다리는 허공에서 세 걸음 정도 걸었고, 그다음 공중에서 두 팔을 위로 들었다가 몸을 숙이며 다시 두 팔을 앞으로 던졌다. 멀론스키 씨는 부드럽고 약간 젖은 모래로 차 있는 착지구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거의 10 여 미터를 날아갔다. 그의 운동화에만 모래가 묻었을 뿐, 모래가 종아리에 튀지도 않았다. 멀론스키 씨는 모래에서 나오더니, 길버트 씨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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