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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Nov 01. 2024

닉을 찾아서(Finding Nik)-25

45.


“줄리어스 애슬로우. 나와.”

독방 침상에 누워 있던 줄리어스는 기지개를 켰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창살 밖을 보았다. 경관이 독방 문을 열었다.

“갑시다.”


조사실 안으로 들어간 줄리어스는 탁자 앞 의자에 앉혀졌다.

“다들 나가봐.”

경관 두 명이 나갔다. 로이드 서장은 서 있었고, 건너편 의자에는 말쑥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어디 보자, 이름은 줄리어스 애슬로우. 나이 27 세. 직업도 없고, 주소도 없고.......”

경찰 조서를 훑어본 남자는 고개를 들어 줄리어스를 쳐다보았다.

“자, 이야기 해 봐. 도대체 어디서 그런 극비사항을 들었지?”

“당신은 누구요?”

줄리어스는 의자 등에 기댔다.

“조지 윌리엄스. 연방수사국 요원.”

“어, 그러셔?”

줄리어스는 입을 짭짭거렸다.

“그럼,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하지.”

윌리엄스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참, 담배는 안 핀다면서.......”

“.......”

연방수사국 요원은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말을 했다.

“지금 우리는 전쟁 중이야, 그렇지? 이거야 나도 알고 당신도 잘 알아. 그리고 우리가 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것. 이것에 대해서도 나도 알고 당신도 알지, 그렇지?”

줄리어스는 고개를 끄덕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얘기가 쉬워지지.”

윌리엄스는 로이드 서장을 돌아보았다.

“월터, 방금 봤지? 폭탄에 대해서 시인을 하잖아. 내 판단이 정확하단 말이야.”

“조지!”

윌리엄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알았어.”

윌리엄스는 줄리어스를 보았다.

“나는 당신이 독일이나 일본의 스파이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해. 그것도 며칠 전에 입국한. 외모로 보건데 아마 독일인일 테지. 일본도 관여가 되었을 거고. 당신을 만났던 경관들 말로는 말투도 처음 들어본데다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 했다면서?”

“나는 스파이가 아니오.”

요원은 탁자를 ‘탁’ 쳤다.

“당신, 정말로 일을 어렵게 하는군.”

윌리엄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좋아. 줄리어스 애슬로우. 여기서는 얘기가 하고 싶지 않다는 거네. 그렇다면 훨씬 더 좋은 장소가 있지. 거기는 기대해도 좋아. 참, 깡패들한테 쥐어 터졌다면서? 그런 건 애들 장난이지. 내가 약속하지. 분명 서로에게 즐거운 시간이 될 거야.”


둘은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곧바로 젊은 경관들 두 명이 들어왔다.


“잭슨 경사, 내 방으로 오시오.”

로이드 서장은 잭슨을 불렀다. 그리고 서장과 연방 수사국 요원은 서장실로 들어갔다. 잭슨도 따라 들어갔다.

“이봐, 조지, 이 문제를 시끄럽게 만들면 곤란해.”

“하하하, 자네 그거 아나?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특기야.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 내가 깨끗이 처리할 테니까.”

“.......”

“뉴욕시경 월 스트리트 경찰분서장님! 우리는 FBI랍니다. 찾고(Finding), 엮어서(Binding), 감옥에 보내버린답니다(Imprisoning).”

윌리엄스는 ‘껄껄껄’ 웃어댔다. 조지의 말에 월터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의자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그 노인네에게, 독일인지 일본인지는 모르겠으나, 관심이 있을까?”

로이드 서장이 말을 했다.

“이봐, 조지, 그 사람이 이런 전기에너지에 기반을 둔 세계를 만들었어. 그리고 자네도 잘 알겠지만, 군을 위해서 몇 가지 대단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했잖아. 그 사람은 천재란 말이야. 혹시 알아. 그 사람을 데려가려고 하는지도 모르잖아.”

“하하하. 그럴 리가. 자네는 상상이 지나쳐, 월터. 그 나이든 몸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그 사람을 여기 뉴욕에서 빼내간단 말인가?”

로이드 서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유럽의 어느 누구도 히틀러가 그렇게 전쟁을 잘 할 줄은 몰랐어. 게다가 우리도 진주만을 불시에 폭격 당했잖아. 나는 믿어. 이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일이 가끔씩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로이드 서장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의자에 앉아 있는 조지 윌리엄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봐. 그런 비밀을 이런 아무렇지도 않게 생긴 녀석이 알고 있잖아.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윌리엄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서장의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잭슨을 보았다. 잭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독방에 넣어 둬. 이따 저녁에 가지러 올 테니까. 서장님!”

그 말을 끝으로 찰리는 휭 하니 서장실을 나가버렸다. 로이드는 뒤에 서 있던 잭슨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잭슨 경사. 혹시 경찰이 나오는, 아니면 경찰과 관련된 멋진 유머를 아는 것이 있습니까?”

“서장님, 경찰이 유머에 나온다면 열에 아홉은 나쁜 경찰입니다.”

“뭐라고? 이런,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바보 경찰입니다.”



46.


존 스튜어트 중위는 세인트 조지 도서관 센터 2 층 테라스에 도착했다. 주위는 어두웠다. 그는 자신의 머신 옆 공간을 만져보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매끄러운 벽이 있었다.

“줄리어스의 머신인가?”

다시 자신의 머신 안으로 들어간 그는 두 대의 머신을 동기화시켰다. 그러자 패널 한쪽에 있는 손바닥 크기의 동그란 장치가 켜졌다. 그 위에 작은 파란 점이 나타났다.

“줄리어스로군.”

그 장치를 살짝 꺼낸 존은 소중히 외투 주머니에 그것을 넣었다. 다시 머신 밖으로 나온 존이 왼쪽 어깨를 누르자 그가 타고 온 머신이 스르르 사라졌다. 아지랑이만 너울거렸다.

존은 테라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테라스를 넘어서 건물 2 층에 달라붙었다. 절반쯤 내려가다가 밑으로 휙 뛰어내렸다.


위치 추적기를 터치하자 반짝이는 점 대신 화면에는 구불구불한 선이 나왔다. 그 선은 북동쪽으로 휘어졌다. 그 끝은 물이었다. 거기부터는 선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북쪽으로 올라갔다.

“이쪽으로 갔구나.”

존은 계속 걸었다. 그러자 페리 터미널이 나왔다.

“음, 이제 배를 타야 하는 건가? 대령의 말대로라면 돈이라는 것이 필요할 거야.”

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터미널 건너편 도로에서 한 남자가 비틀비틀 걸어왔다. 그는 갑자기 방향을 돌려 숲 속으로 걸어갔다.

“아주 좋아.”

존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 남자는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가더니 커다란 나무에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바지를 살짝 내렸다. 남자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다가갔다.


존은 지갑을 들고 터미널로 왔다. 열어보니 종이로 된 돈과 동전들이 상당히 들어 있다.

“바지라도 올려줄 걸 그랬나? 아니,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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