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장.
박미현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온 몸이 나른했다. 그러나 정신만은 말짱했다.
침대 옆에 서 있는 이현석은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오래된 병원인지 벽면 여기저기가 낡아보였다.
드디어 마음을 먹었는지 현석은 끙 소리를 내더니, 미현의 침대 옆에 있는 아기 침대에서 한 아기를 안아 들었다. 아기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아가야, 미안하다. 형이 양보해다오.”
그런 현석을 보고 있는 미현의 얼굴이 울먹울먹하려 한다. 그러나 끝내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현석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미현의 친정 어머니, 나현주가 옆에서 안절부절하고 못하고 있었다.
현석은 손에 안고 있던 아기의 옷을 다시 한 번 잘 여몄다. 아기의 옷에는 조그만한 종이가 붙어있었고, 거기에는 ‘준영’이라는 글자가 씌여져 있었다. 그러나 성은 씌여져 있지 않았다.
현석은 미현의 등을 한 번 보더니, 아기를 데리고 병실을 나갔다.
미현의 울음 소리가 커질대로 커졌다.
* * *
“까꿍!”
최종환은 품에 안고 있는 아기에게 눈웃음을 보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차 있었다. 종환이 얼러대자 아기는 까르르 하고 웃어댔다.
“이것 봐. 이 녀석이 웃네?”
“그러게요. 천성이 착해 보여요.”
소파에 앉아 있는 종환의 옆에 나란히 앉아 있던 송순화가 맞장구를 쳤다. 그녀는 사과를 깍으면서도 연신 아기의 얼굴과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입양을 반대했던 그녀이지만, 이제 아기를 직접 보자, 마음이 확 바뀌었다.
“여보, 아기가 참 귀엽네요.”
순화도 남편 종환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그녀의 얼굴에도 역시 행복한 기운이 돌고 있었다.
그러나 종환과 순화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이현석의 얼굴은 우울 그 자체였다.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서, 아기를 입양보내기로 결정한 현석이지만, 그래도 자기 자식인데 어찌 마음이 편할까, 현석은 가슴이 먹먹했다.
“이제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현석은 아기에게 넋을 넣고 있는 부부에게 넌지시 암시를 주었다.
그러자 종환은 아이를 순화에게 건넸고, 순화는 포대기를 젖혀서 아기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다음 기저귀를 제쳐 남자 아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종환은 현석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다음, 양복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하얀 봉투를 꺼내 현석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약속한 금액입니다. 세어보시렵니까?”
현석은 봉투를 끌어당기더니, 살짝 열어서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니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봉투를 소중히 안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거 물론 불법이라는 거 저도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종환은 공무원이다. 법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종환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식을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제 손으로 사람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크고 중요한 인생 공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한 지 삼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종환은 커다란 결심을 한 것이다.
“아닙니다. 저도 이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현석은 종환에게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현석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자, 종환도 따라서 일어나더니, 손을 내밀어 현석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럼 여기서…….”
현석은 종환이 내민 손을 꽉 잡더니, 한참을 그렇게 잡고 있었다.
“잘 부탁합니다.”
현석은 종환의 손을 놓고 나서,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종환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살짝 현석을 보니,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울고 있구나.’
종환의 가슴이 찡해졌다. 그는 순화를 돌아보았다. 순화 역시 소파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숨죽이고 앉아 있었다. 가슴에는 새로 생긴 아들을 꼭 껴안은 채.
“아무 걱정도 하지 마세요. 우리가 잘 키울 겁니다.”
종환과 순화는 현석에게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한다.
“참, 이건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우리가 앞으로 볼 일이 있을까요?”
종환이 작은 목소리로 현석에게 말했다.
현석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아니오. 아마 다시 만날 일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종환은 두 눈을 한 번 꽉 감았다가 다시 떴다.
현석은 입술을 꽉 깨문 채, 거실의 중문으로 갔고, 그런 현석의 뒤를 종환이 따라 나갔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종환은 현석에게 인사를 건넸고, 현석은 그냥 고개만 숙였다.
‘이제 월세 계약하러 가야겠다.’
현석의 머리에는 원룸이 아닌, 비록 자기 소유는 아니지만, 진짜 집에서 미현과 진영 그리고 장모인 나현주와 함께 살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밖에 나오자, 아까까지만 해도 맑던 날씨가 이제는 구름 때문에 흐릿해져 있었다. 막 비라도 쏟아질 기세였다.
* * *
박미현은 학교 행정실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두 장의 종이가 들려 있었다.
휴학계와 자퇴서.
어느 것을 낼 것인가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남편 현석은 자기는 학교를 그만 두지만, 미현은 휴학을 하라고 했다. 일 년만 일하고 다시 학교에 복학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미현은 심경이 복잡했다.
‘과연 일 년 만에 다시 학교에 올 수 있을까?’
주위의 친구들을 봐도, 한 번 쉬기 시작한 여자 동기들이나 선배들을 보아도, 다시 학교에 돌아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제 알바도 구했다. 자그마한 햄버거 가게이지만, 그런대로 손님도 많아 보였다. 미현은 여기서 착실히 일도 배우고, 그렇게 해서, 다음에 자기의 가게를 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졌다.
행정실로 들어간 미현은 교직원에게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직원의 얼굴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미현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직원은 그런 미현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서류를 접수시켰다.
행정실 밖으로 나온 미현은 손에 들고 있던 남은 한 장의 종이, 휴학계를 짝짝 찢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어떤 것에도 미련을 갖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을 먹었다. 집에서 엄마가 데리고 있을 진영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현석도 학교에 가서 자퇴서를 제출했다.
행정실 교직원이 깜짝 놀랐다.
“어디 보자, 이현석 씨? 왜 학교를 그만두려 하지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현석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자 교직원은 다시 말을 꺼냈다.
“혹시 등록금 문제라면, 학교에서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전액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현석은 딱 잘라 말했다.
“허허, 은행에서 빌릴 수도 있고, 정부 보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고 나서, 다시 와도 되는데…….”
현석보다 몇 살 정도밖에는 많아 보이지 않는 젊은 교직원이다. 아마 현석의 학교 선배일 것이다. 보통 대학교 교직원들은 동문들이 많이 임용되니까.
“실은, 더 이상 공부에 미련도 없고……. 뭐, 그렇습니다.”
교직원은 이제 더 이상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서류의 한쪽에 있는 지도교수의 사인을 보았다. 담당 교수의 사인이 볼펜으로 명확히 쓰여 있었다.
“교수님은 뭐라고 하던가요?”
그러자 현석은 고개를 살짝 들어 천장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비슷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현석은 계속 말을 이었다.
“학교는 나중에 다시 다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퇴하려고 합니다. 그냥 처리해 주세요.’
교직원은 아쉬운 표정으로 현석을 찬찬히 보더니, 서류를 접수시켰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현석은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행정실을 나왔다.
이제 학교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공부 역시 이걸로 끝이다.
현석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이제야 정말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이제 내 손으로 돈을 벌어서 와이프와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그의 머리 속에서 온갖 상념이 요동을 쳤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어렸을 때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도 떠올랐다. 고아로 자라면서 부모의 정도 잘 몰랐으나, 하지만 공부는 그럭저럭했었으니, 대학교도, 물론 일류대학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현석은 자신이 살아온 과정에 대하여 그리 불만은 없었다. 2 학년이 되었고, 군대도 갔다 왔다. 3 학년이 된 이제 나이도 25 살, 스스로 생각해도 먹을만큼 먹었다.
여자도 생겼다. 박미현. 24 살. 학교를 늦게 와서 동기들 보다는 나이가 더 많았지만, 현석과는 미팅으로 만났고, 둘은 그렇게 눈이 맞았다. 홀엄마가 키운 미현도 사람의 정에 굶주렸고, 현석과는 만나자마자, 선을 넘어 버렸다. 그리고 아기가, 아들 쌍둥이가 태어난 것이다.
현석은 마지막으로 학교 건물들을 둘러보더니, 두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이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야지, 아예 마음 속에서 싹 지워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병승아, 이제 아빠가 너한테 인생에 대하여 몇 가지 가르쳐 주고 싶구나.”
손진태 태화 투자 신탁 회사 회장은 하나 뿐인 아들 손병승에게 손짓으로 앉으라고 했다.
병승은 열 평은 되어 보이는 회장실에 들어올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냐?”
이제 23 살인 대학생 병승은 자기의 전공인 미술에 대하여 생각했다.
“병승아, 예술은 예술이고, 인생은 인생인 거야.”
“아빠,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허허, 몰라서 그러냐? 너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 줄 아냐?”
병승은 고개를 저었다.
“요거는 말이야, 외할아버지가 물려주신 거야. 그러니 나도 너에게 물려줘야지.”
“아빠, 저는 화가가 되고 싶어요.”
진태는 벌떡 일어났다.
“미대 가는 건 허락했지만, 회사 일은 배워야 한다.”
병승도 소파에서 일어나 아버지 진태의 뒤에 대고 인사를 했다.
* * *
“여보, 이제 준영이도 사춘기에요.”
종환은 순화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당신이 좀 더 잘 대해주세요.”
“아니, 이 사람이? 내가 뭘 더 어떻게 잘 해주나?”
순화는 접시에 소담히 담긴 귤 한 조각을 들어 종환의 입에 넣어 주었다.
“엄마, 나도 먹고 싶어.”
이제 초등학교 6 학년이 된 선경은 제법 가슴도 나오고 키도 부쩍 컸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접시에 담겨있는 과일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선경은 그런 아이였다. 준영과는 완전히 다른 아이.
“그래, 선경이도 먹어라.”
종환은 귤을 들어 선경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런 아빠에게 선경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대체 애를 어떻게 키우는 거야?”
종환은 순화에게 책망을 했다.
“아빠, 오빠가 말 안 들어서 그래?”
“그렇단다. 너는 커서 그러면 안 된다.”
순화가 선경에게 다짐을 주었다.
“피, 나는 안 그래. 그리고 오빠가 얼마나 좋은데 그래?”
“대체 누굴 닮아서 그럴까? 점점 크면서 말을 안 들어 처먹으니…….”
종환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누굴 닮기는 닮았다고 그래요? 걔는 입양했잖아요.”
순화는 순간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꽉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옆에 있는 선경의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선경의 얼굴에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귤을 먹고 있었다.
‘못 들었구나.’
종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순화를 노려보기만 했고, 순화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아파트 문 전자 자물쇠에서, 삑 하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그 열린 문으로 준영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어왔다. 시간을 보니 아홉 시였다.
“준영아, 밥은 먹었냐?’
순화의 말에 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 놈의 자식! 엄마가 물어보는데…….”
그러나 준영은 신발을 휙 벗어 던지더니, 거실을 지나, 자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종환은 혀만 끌끌 찼다. 입양했다는 사실 때문에, 절대 준영이를 어릴 때부터 야단치거나 혹 때리거나 한 적은 없던 종환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씩 후회도 하고 있었다. 조금 버릇을 잡아 주었어야 했을까?
똑!똑!
삐이걱.
방문이 살짝 열렸다. 침대 위에서 뒤척이고 있던 준영은 눈을 크게 뜨고 문쪽을 쳐다보았다.
“오빠,나야.”
그제야 준영은 침대에 일어나 앉으며, 머리맡의 자그마한 등을 켰다.
“선경아, 지금 몇 시냐?”
“오빠, 지금 열 시.”
준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선경을 방으로 이끈 다음, 얼른 문을 닫았다.
“야, 너 엄마, 아빠 알면 어쩌려고 잠 안 자고 이러냐? 내일 학교 늦을래?”
“오빠, 잠이 안 와.”
준영은 선경을 침대에 앉히더니, 그 옆에 자기도 앉았다.
“오빠, 나 뭐 물어봐도 돼?’
준영은 이 세상에서 가장 이뻐하는 동생인 선경의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그럼, 뭐든지. 오빠가 다 말해줄께.”
“그래? 그럼……. 입양이 뭐야?”
순간 준영의 눈빛이 변했다. 두 눈이 확 부릅떠졌다.
“뭐?”
“오빠, 왜 그래? 무서워.”
준영은 선경을 꽉 안았다. 선경이 준영의 품에서 덜덜 떨었다.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너는 알 것 없어.”
선경은 준영의 품에서 조그맣게 말했다.
“근데 말 안 해줄 거야?”
준영은 선경을 놓아주었다.
“선경아, 입양이란 건 말이야……. 나도 잘 모르겠다. 한 번 찾아보렴. 그리고 이제 가서 자. 어서.”
선경은 준영의 마음을 알아챘다. 침대에서 발딱 일어나더니, 다시 살그머니 문을 열고 나갔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은 준영은 정말로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면 오늘 밤은 못 잘지도 몰랐다.
‘그랬단 말이지. 후……. 정말로 그랬단 말이지.’
* * *
“그때가 중학교 3 학년 때였다. 한참 민감한 때지. 부모님 말은 절대 안 들었으니까.”
준영은 허허 웃으며, 담뱃재를 털었다. 그의 얼굴에서, 뜨거운 인두로 콕 찍어버린 다음, 서서히 부풀어오르는 흉터 자국처럼, 허무가 떠올랐다.
“형, 그러니까 우리가 다시 만난 게 27 년 만이네. 그렇지?’
“그래. 그런 거 같다.”
진영은 황금빛 액체가 담겨져 있는 투명한 잔을 들어서 준영에게 건배를 제안했다.
‘“자, 형! 마시자! 이거 마시고 새로 출발하는 거야.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잖아. 그것도 디엔에이까지 같은 쌍둥이. 안 그래?”
진영은 술잔을 높이 들었고, 준영도 따라서 술잔을 들었다.
‘그래. 그래. 우리는 형제야. 그것도 완전히 똑같은…….’
준영은 진영의 잔에 술잔을 살짝 부딪친 다음, 천천히 위스키를 목으로 넘겼다. 타는 듯한 그 차가움에 27 년 간의 시간을 흘려 보내고만 싶었다. 눈에서 뭔가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형, 울지 마. 그러면 나도 슬퍼져.”
준영은 잔을 놓고, 얼른 고개를 돌렸으나, 진영은 그런 준영을 꼭 안았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안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마친 진영은 준영의 등을 보았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다가와서, 준영의 자켓을 벗겨버렸다.
“이제 이런 건 입지 마.”
준영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왜 그래? 이거는 선경이가 해 준 자리란 말이야.”
“선경이? 걔가 누군데 그래?’
준영은 진영이가 선경이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만히 진영의 손에서 자켓을 뺏으려 했으나, 진영은 도리어 뒤로 물러났다.
“이제 이런 건 필요없어.”
말이 끝나자마자 진영은 준영의 자켓을 그 자리에서 짝 소리와 함께 찢어버렸다.
[안던 택배]라는 글자의 가운데가 그대로 찢어지면서 자켓은 두 조각이 되었고, 그것과 함께 준영의 마음도 과거로부터 찢어져 버렸다.
“형, 이제 우리 날마다 만나자.”
준영은 고개만 끄덕이며, 대체 선경이에게 그리고 회사에는 뭐라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