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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ul 13. 2018

아마존은 왜 한국에 무료배송을 시작했을까?

긴장해라 한국 유통

브런치의 <일본졸업> 매거진을 엮어서 대량 가필, 추가한 <일본졸업>,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발매 중입니다! 



1. 저번 주에 최저가 구매 커뮤니티에선 자그마한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미국 아마존이 한국에 무료배송을 시작한 겁니다.  FREE AmazonGlobal Shipping 서비스가 드디어 한국에도 열린 겁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글로벌 배송을 하는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은 전 국가가 대상이었지만요.


아마존의 배송 역사는 나름 뿌리가 깊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 배송되는 물건이 없었는데 이후에는 한국 배송이 되는 물건이 생겨났고, 무료배송 상품도 한국 배송이 가능하다면 바로 한국에 보내줬죠. 하지만 이후에는 상품에 따라서 9달러~30달러 심하면 150달러~300달러의 배송비를 꼬박꼬박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물건 사는데 제약이 많았어요. 의자 같은 건 90달러임에도 배송비가 200달러거든요. 


그런데 이런 배송비를 전면 폐지하고 한국에 상품을 보내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자 난리가 났어요. 노트북, 태블릿 같은 건 애교고 침대 매트리스를 주문하더니 급기야는 금고, 카약까지 주문합니다. 아마 아마존에서 차 팔았으면 자동차도 주문할 기세예요. 그런데 문제

왜 아마존은 한국에 무료배송을 시작한 걸까요?



뭐 엄밀히는 해외에 무료배송을...? 


2. 아마존의 시스템은 최첨단 IT기술에 근거를 둡니다. 예를 들어 A지역에 사는 여러분께서 A제품을 자주 산다면 아예 관련 상품을 A지역에 가까운 창고에 몰아넣지요. 이런 시스템은 특히 일본 같은 곳에는 완벽히 구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안 먹히는 지역이 최초로 등장하죠. 바로 중국이에요. 알리바바, 타오바오 등 기존의 자국 서비스를 보호한다는 중국 방침에 따라 두 곳에만 허가를 내줍니다. 바로 베이징과 징동이에요. 이렇게 아마존 최초의 위기가 시작되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품목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아마존은 자신의 영역을 착착 넓혀가고 있습니다.


징동의 아마존 물류 창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 하면 이 두 지역이 중국의 물류 소비를 위한 중심지기 때문이지요. 즉 징동과 베이징에만 창고를 두면 주요 소비도시인 순양, 순전, 상하이, 베이징 등에 배송이 가능한 겁니다. 이게 아마존의 힘입니다. 


그들은 빅데이터로 물류흐름의 맥을 짚고, 물류 흐름의 맥을 만들어냅니다.


3. 자 이제 아마존이 한국에 배송을 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아마존은 글로벌 배송이 가능한 나라를 괜히 선정한 게 아닐 겁니다. 아마 한국에서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자꾸 검색하는 걸 간파했을 거예요. 이렇게 자주 검색하고 가격을 보는 상품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이렇게 구매력이 있다고 생각되면 다양한 정책으로 실험을 해보는 거죠. 이번에 배송비 무료도 그 일환이에요. 


과연 배송비라는 물류적 제약이 없어지면 한국 사람들은 어디까지 지를 수 있을까?

그러자  한국 사람들... 그간 쌓인 소비의 한을 풀었습니다. 우선 고급형 PC 케이스. 국내 PC 부품 수입사는 해외직구가 안되던 시절에는 대놓고 폭리를 취했고, 직구가 가능해지자 배송비를 포함하면 국내가 약간 비싼, AS를 생각해보면 별 차이가 없는 가격으로 제품가를 설정했죠. 


하지만 무료배송이 가능해지자 그런 구매제한이 풀립니다. 배송비만 사라지면 PC 케이스는 관세/부가세를 물어도 국내보다 꽤 쌉니다. 그다음에는 금고. 의외로 국내에서 고인물 시장이라 가격대가 높은데 더 튼튼한 물건이 많죠. 그리고 레저용품 카약, 당구대가 눈에 보입니다. 그 외에도 더 엄격한 규제하와 치열한 경쟁하에 가격차가 천지차이인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 역시 국내에선 가격만 뛰는 고급 유모차 등 참 다양해요. 


이렇게 아마존은 한국의 특성, 주요 소비품목에 대한 정보를 손에 넣었습니다.


아마 시장성 평가 등급이 꽤 높게 나오지 않았을까요? 정말 생각도 못한 걸 다 지르는데?


4. 오늘, 2018년 7월 13일 드디어 아마존의 무료배송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드디어 원하던 데이터 수집이 끝났다는 이야기예요. 앞으로 아마존은 뭘 할까요?


현재 한국에는 아마존닷컴 코리아라는 조직도 일단 등록이 되어있고 도메인 등록도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아마 직접 들어오진 않을 거예요. 다만 한국 직배가 가능하게 물류를 확장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서비스할 가능성은 굉장히 높습니다. 아마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배송가능 물품이 크게 늘어날겁니다.


이건 소비자에게 굉장히 좋은 일이죠. 해외 오프라인 마켓, 두세 배 기준으로 판매하는 무역회사들은 긴장 좀 해야 할 겁니다. 거리와 지역문제로 인한 유통, 물류장벽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5. 자, 이렇게 되면 국내 유통업체는 분발해야겠군요. 본인들도 분발해야 한다고 느낀건지 11번가가 13일 무료배송이 끝나자마자 13일, 단 하루만 쓸 수 있는 PC, IT 용품 쿠폰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이 쿠폰, 제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SSD, 프리젠터, PC용 램, 외장하드, SD 메모리 등에 적용하려고 했는데 죄다 적용 불가 상품이네요. 주변에서도 이어폰, 헤드폰 등을 사려고 했는데 역시 적용 불가랍니다. 


이쯤 되면 대체 쿠폰이 먹히는 제품이 뭐가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그래서 주변에다가 대체 뭘 샀는지 알아보니까, 무려 오디오 케이블 하나. 하지만 다나와 등 오픈마켓을 거쳐서 가는 할인액과 차이가 없더군요.



6. 이번 아마존이 준 진짜 교훈이 뭔지 아세요?

소비는 소비자가 두 번 생각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마존 보세요. 90달러 무료배송이라고 딱 가이드라인만 주고 그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뭐든 보내주잖아요. 심지어 자전거, 아령같이 약 올리는 것 같은 것도 쿨하게 보내줍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아마존을 따라잡겠다는 11번가는 IT기기용 쿠폰이라고 나온 게 되는 품목이 없어요. 


이렇게 대상품목이 많은데 SSD, 램, SD카드, USB메모리, 프레젠터 중 할인대상인 품목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소비를 부추긴다고 내놓은 쿠폰이 오히려 머리를 써가면서 소비 효용성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어? 이것도 쿠폰이 안 먹혀? 아 이거 굳이 사야 하나? 지금 딱히 살 필요는 없겠지? 할인가라더니 오픈 마켓을 경유하는 게 더 싸네?


자꾸 소비를 고민하게 만드는 소비촉진 정책으로 과연 아마존 따라잡겠어요?


한겨레 : 11번가 분사,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울 것


이메일 : inswrite@gmail.com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Dv0ZRVwcRvI2xfpEh5EPBw/videos?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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