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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Sep 13. 2018

아이폰 가격 대책 없이 비싸진 이유

애플만이 할 수 있는 출구전략의 시작

이 가격 실화인가요?


IT에 관심 있는, 아니 트렌드에 관심 있는, 아니 여러 계층의 많은 사람이 관심 있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제품명은 아이폰 XR/XS/XSM의 세 가지인데요, 제품 발표가 각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된 모양입니다. 이번엔 혁신이 있었냐고요? 예 혁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품 혁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가격에 혁신이 있었습니다.


이게 기존 아이폰 라인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폰 X시리즈의 파생품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폰 XR/XS/XSM의 가격은 굉장히 비쌉니다. 가장 아래 라인인 XR 32G가 749달러, 가장 비싼 XSM 128G는 1449달러나 합니다. 지금까지 애플의 한국 가격정책으로 볼 때 2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기존의 349~449달러 모델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커뮤니티 게시판이 아이폰 가격 실화냐고 도배가 될 수밖에요. 


그래서 나름대로 이유를 추론해 봤습니다


아이폰 XR 시리즈의 위용


굳어진 시장, 활로를 찾아라


이번에 나온 삼성의 야심작, 갤럭시 노트 9의 판매가 생각보다 부진하다고 합니다 (기사: 한겨레) 그런데 이게 갤럭시 노트 9만의 부진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어 있습니다. 우선 보급량이 크게 늘어났고, 교체할만한 기능적인 혁신이나 유인 요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시장이 거의 굳어졌습니다. 프리미엄 폰은 아이폰과 갤럭시 S 시리즈, 중가폰과 저가폰을 안드로이드 폰이 쥐었죠. 또한 제조사간의 위치도 굳어졌습니다. 애플은 최상위에 군림한 반면, 샤오미는 저가 브랜드로 완전히 굳어져버렸죠.


이런 상황을 뚫기 위해 제조사들은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엘지 같은 경우에는 제품 베이스만으로는 삼성을 초월할 수 없다고 내부적으로나마 인정했는지 음악적인 면에 집중합니다. 누구나 들어도 정말 음악 듣는 재미가 있는 폰을 만들었죠. 


반면 샤오미는 워낙 이미지가 이미지인지라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 고급 수요를 잡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저가형으로 진출했는데 인도의 주 소비층이 그렇게 값싼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아예 인도를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포코 폰이죠. 이는 도요타가 저가 자동차 이미지를 깨기 위해 렉서스를 만든 것과 유사한 전략입니다.


이렇게 시장의 영역은 굳어졌습니다.


여기서 애플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확실한 시장을 잡아라

스마트폰 시장이 가장 큰 곳이라면 본진인 미국 그리고 중국을 들겠습니다. 미국이야 이미 애플의 생태계가 자리 잡은 곳이고 그다음이 중국인데, 사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확실히 나눠져 있습니다. 프리미엄 군에 애플이 있고 준 프리미엄에 삼성 그리고 그다음 단계에 화웨이의 고급품 그리고 나머지로 내려가면 오포, 샤오미, 비보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시장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석이 있지요. 손목에 찬 시계, 몰고 다니는 차 그리고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그의 계급을 말해줍니다. 물론 애플이 프리미엄 이미지만으로 극복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문화장벽을 잘 극복한 우수한 소프트웨어가 큰 역할을 했죠. 하지만 현재 중국인 들은 손에 든 폰이 중국제냐 아이폰이냐로 사람을 가르고 있죠. 이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느냐?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상품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아이폰 XR/XS/XSM은 이 프리미엄 시장을 분리해 내기 위해 만든 제품입니다.


그 증거 중 하나로 다른 나라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정책에 의해 동일한 제품이 판매되지만 유독 아이폰 시장이 상위권 국가인 미국(북미권), 일본, 중국, 홍콩은 독자모델이 별도로 출시됩니다. 이런 독자모델은 제품군을 제조하면서 원가를 낮추는 전략에는 맞지 않죠. 오히려 이 시장을 대우해주는 정책에 가깝습니다. 물론 타국에서 직구 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지만요. 어쩌면 특정 국가의 독자 모델은 통신 주파수도 그 나라 전용으로 맞춰질 수도 있겠습니다.


즉 확실히 팔릴 만한 시장에 확실히 팔기 위한 제품이 이번 신작 아이폰입니다.


팀 쿡이라는 사람이 아이폰 X를 낼 때 어렴풋이 짐작했는데 (사실 전에도 비슷한 글을 썼죠) 그땐 프리미엄 아이폰을 만들어서 프리미엄 고객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고만 생각했지, 아예 이렇게 따로 낼 줄은 몰랐습니다. 무섭군요 팀 쿡.


확실히 이 사람은 제조업 비즈니스의 천재입니다.



애플은 이제 프리미엄폰만 만들까?


그건 아닐 겁니다. 해외의 잘 나가는 기업들은 저가판을 만들든 소프트웨어를 만들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가형 시장을 만듭니다. 왜냐하면 제품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유인할 기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애플은 이걸 귀신같이 잘 하기로 유명했습니다. 이 회사는 아이폰을 낼 때 최저용량, 최고 용량 두 가지 모델을 내는데요, 사실 최저용량은 제대로 쓰기 힘듭니다. 조금만 뭘 깔면 용량 부족으로 허덕이거든요. 그런데 이 제품을 왜 만드냐 하면 낮은 가격을 미끼로 애플의 아이폰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마케팅을 제일 잘하는 회사가 이걸 차 버릴 생각은 안 하겠죠. 


저는 아이폰이 두 계층으로 나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X시리즈의 파생상품. 그리고 하나는 아이폰 SE 시리즈지요. 


처음에는 아이폰 9가 따로 나오려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9를 내버리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9 다음에 10이 나와버리면 X와 겹쳐버리는 문제가 있죠. 그리고 미국 본토에서 만든 제품에 9라는 숫자가 잘 안 쓰입니다. 왜냐하면 까딱 잘못하면 911 테러를 연상시키거든요. 괜히 미국 시장을 노린 제품이 9월을 피하고, 게임 출시가 11월 이후로 조정되는 게 아닙니다. 


아직 아이폰을 팔 수 있는 시장은 많고, 새로운 유저도 계속 창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가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고가 판매시장이 아직은 크지 않은 인도 같은 나라를 공략하려면 그에 맞는 제품이 필요해요. 그래서 투 트랙 전략으로 아이폰 SE 시리즈가 나올 겁니다. 물론 이 SE 시리즈의 발표는 기간을 두고 이뤄지겠죠. 괜히 아이폰 X시리즈랑 겹쳐지면 프리미엄 마케팅이 도로아미타불이거든요.


즉 뒤에는 아이폰 SE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만 원 넘는 폰이 팔릴까?


... 가 사실 우리에겐 큰 관심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천하의 애플이 하는 것이니 애플코리아는 자급제 기준 199만 원으로 끊으려고 노력하겠죠. 그런데 전 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이폰은 아무리 비싸도 팔립니다. 

인간은 누구나 남들이 자신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만이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이라는 제품은, IOS제품은 사용하는 사람들 간에 공감대가 있습니다. 이번 XR/XS/XSM의 발표는 이런 공감대에 '우리는 프리미엄 제품을 사는 프리미엄 구매자'라는 공동의식을 심어주기 딱 좋고요. 한국 사람들이 몰고 다니는 차, 사는 동네, 들고 다니는 시계 및 핸드폰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니 이런 부유층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은 사람에겐 분명히 팔립니다. 실제로 오늘자 팀 쿡 CEO의 인터뷰도 '이런 상품을 구매할 시장이 있다'는 식이었기도 하고요.


실제로 제가 회사원의 일원으로써 업체 미팅을 나갈 때도, 지식 서비스를 파는 사람으로서 업체 담당자와 만날 때도 주위에서 꼭 하는 말이 걸치고 다니는 것은 최고급으로 하라는 말이거든요. 실제로 '차는 싼 걸 모시네요'라는 말도 대놓고 듣고요. 한국사회에서 그런 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반증입니다.


뭐 그러니 아이폰 XR/XS/XSM은 분명히 팔립니다. 아마 사업하는 분들은 필수적으로 사는 제품이 될 거에요. 그렇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상품으로 자리 잡겠죠. 그리고 최고가는 분명히 200만원인데 XR기본형은 90만원 초반선이 될 겁니다. 이 정도는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투자할 수 있어요. 특히 한국, 중국 같은 문화권 사람들은


일본 가격을 보면 진짜 XSM은 200찍을 기세입니다.


네? 이를 따라 하는 회사 때문에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고요? 생각 외로 잘 안될 겁니다. 프리미엄 마케팅은 높은 가격, 희소성, 제품의 퀄리티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심미적 감각, 접근 장벽, 희소성으로 이뤄져요. 희소성이야 높은 가격으로 만든다고 쳐도 앞의 두 가지는 애플은 할 수 있어도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는 쉽게 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따라 하는 순간 재앙이 닥치겠지요.


이메일 : inswrite@gmail.com로 업무/제휴/기고 의뢰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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