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으로서 '덕혜'의 삶에 더 집중했더라면
<덕혜옹주>는 큰 흠결이 없는 영화입니다.
이야기 자체로만 보자면 걸리는 지점 없이 부드럽게 흘러가고, 영화적 재미도 충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미덕이라면 배우들의 호연에 있겠지요.
나오는 배우들 모두 저마다 훌륭한 연기를 합니다.
캐스팅이 정말 잘 된 작품인 것 같아요.
(특히 '이우' 왕자 역에 고수 배우는 의외이면서 딱 적합한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 이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손예진은 이미 연기경력이 상당한 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단 것을 보여줍니다.
아마 이 배우의 연기인생에서 올 해는 분명 기억될만한 시기일거에요.
(이 시기에 이경미, 허진호 감독과 함께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박해일은 존재만으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이지요.
라미란과 윤제문도 자기 역에서 할 수 있는만큼의 몫을 충실히 해냅니다.
그러나 <덕혜옹주>가 그 외의 면에서 영화적 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항상 작품이 주제에 함몰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런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덕혜옹주' 개인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고 부각했다면 훨씬 훌륭했을거에요.
말하자면 굳이 독립운동과 애국심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었달까요.
덕혜옹주란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절절함과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텐데 말이죠.
단지 '조국을 잃은 황녀'로서의 덕혜옹주의 삶만이 부각된 느낌입니다.
연출자가 허진호 감독인 것을 생각하면 더 아쉬움이 남네요.
추천지수: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