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길었어야 할, 이다지도 짧은 여행.
<아이 앰 히스레저>는 배우로서 히스레저의 궤적을 충실히 쫓아간다.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 친구,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인터뷰가 한 축이다. 또 다른 축은 생전의 히스 레저의 모습이 담겨있는 동영상이다. 그가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직후의 행보를 따라 펼쳐지는 영화에서 우리는 스크린 속의 델마, 조커 혹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배우가 아닌 일상 속의 히스 레저를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는 그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과 연기에 대한 열정,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의 생애가 그에게 주어진 재능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았기에 대부분의 일이 도전에서 그치는 것은 아쉬움과 슬픔이 남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밖에도 분명 유의미하고 명확한 성취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히스 레저를 떠올리면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먼저 생각할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크 나이트>에서 그가 보여준 명연기를 잊지 못 하고 그리워한다. 그리고 -사실이든 아니든- 그의 연기와 죽음의 연관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만약 당신도 그런 사람 중 하나라면 이 영화 속 히스 레저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는 내가 멋대로 상상한 혹은 미디어에서 자극적으로 그려낸 모습과는 달리 삶을 긍정하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같이 그에게는 여러 가지 면의 모습이 공존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만이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 있는 지금, 이 영화가 보여주는 히스 레저의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도입부, 히스 레저는 말한다.“안녕, 우리는 이제부터 여행을 떠날 거야. 나랑 같이 갈래? 가게 될 거야.” 그리고 그의 말처럼, 관객은 러닝타임동안 정말 그와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 여행의 이름은 청춘, 열정, 그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그런 다음 당신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즉 이 여행의 끝에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여정은 이렇게 짧으면 안 됐다고, 그와 조금 더 함께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