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좋아한다.
가끔 여행을 갈까 싶어 어디를 가면 좋을지 생각할 때도,
나무들이 많은 숲은 하나의 코스로 꼭 자리 잡곤 하고 이런저런 걱정으로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나무들이 가득하고 한적한 시골 오두막에 누워있다고 생각하면 곧 잘 잠들곤 한다.
오늘도 집에 오는 길에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을 보며
참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문득, 나는 나무가 왜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쌉싸름한 피톤치드향과 초록색이 주는 편안함 외에도
나무는 내가 힘들다고 느낄 때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매개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영롱한 색감의 단풍잎일 때에도,
거센 바람에 잎이 떨어질 때에도,
추웠던 겨울을 지나 잎을 틔울 때에도 항상 같은 자리에서 그저 서 있을 뿐이다.
나무가 가진 그 우직함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우선시하기에
감정소비가 많은 성향의 내가 지치고 힘들 때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 준다.
몸이 힘들 때 휴식이 중요하듯이, 마음이 힘들 때도 다시 잘해보자. 심기일전하는 것도
좋지만 힘든 나를 이해해주고 그저 멍하니 생각을 비워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행복할 때 바라보는 나무는 더없는 안정감을 주고,
내가 지쳤을 때 바라보는 나무는 금방 지나갈 거라고. 너무 애써 힘들어하지 말라고.
무언의 위로를 해주는 것만 같다.
내가 나무를 보며 위안을 얻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나무와 같은 존재이길.
또 나무와 같은 소중한 매개체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