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다. 휴먼의 2018 유럽여행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침.
여정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아쉬움에 잠을 설쳤는데도 꽤 이른 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체크 아웃 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호수변을 걷기로 했다.
어제보다 한 것 좋아진 날씨덕에 마르쉐 광장까지 레만 호수를 벗 삼아 걸으니 건너편의 알프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먼 산의 눈이 쌓인 알프스가 여정의 끝에 따라오는 아쉬움을 더 짙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마르쉐 광장까지 가니 주변의 가게들이 아침부터 문을 열었다.
아침 식사를 할만한 먹음직스러운 빵을 사고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돌아가 돌아갈 짐을 다시 한번 점검하였다.
빼놓은 것은 없는지, 오늘 공항 가서 쓸 여권은 잘 챙겼는지 등등
여행자가 매일 준비하는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바쁘지만 그것이 귀국하는 날이면 그것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추억은 남겨도 물건은 남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남은 맥주를 마셨다.
며칠 전 뮌헨에서 받은 생일콘을 뒤집어쓰고 뒤 늦은 생일 자축을 다시 해 보았다.
이제 정말 떠나는 시간이다.
호텔에서 역까지는 전날 유효기간이 끝난 스위스 패스 대신에 이 지역 호텔을 묵으면 무료료 발급해 주는 교통권을 사용하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며 리셉션에 오늘 교통권이 필요하다가 이야기하니 ‘Montreux Riviera Card’를 만들어 주었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도시 별로 호텔에서 제공해 주는 이러한 교통권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1박을 하더라도 체크인/체크아웃까지 2일 유효한 교통권을 주니 꼭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제네바 공항(Genève-Aéroport)까지 가는 직통 열차는 IR(Inter Regio)로 SBB 앱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둔 터였다.
몽트뢰(Montreux) 역에서 제네바 공항까지는 약 1시간 반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열차 안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며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제네바 국제공항은 (IATA GVA, Geneva Cointrin International Airport) 프랑스와 스위스가 공존하는 특이한 공항이다.
공항부지가 두 나라 영토에 걸쳐서 있기 때문인데, 내부에 면세점도 두 나라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물론 입국 시에도 프랑스 섹터(Franch Sector)와 스위스 섹터(Swiss Sector)로 나뉘어 있어 나오는 방향에 따라 입국 나라가 바뀌는 특이한 공항이다.
제네바 공항에 들어가자마자 KLM 데스크로 가서 바로 티켓팅을 하였다.
나에게는 3개의 구간이 표시되어 있는 1장의 항공 티켓이 주어졌다.
제네바(GVA)에서 암스테르담(AMS)까지는 KLM Cityhopper
암스테르담(AMS)에서 상해(PVG)까지는 KLM Royal Dutch
그리고 상해(PVG)에서 인천(ICN)까지는 동방항공을 타고 간다.
3개의 비행기를 타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는 건 즐거운 일이니깐.
무거운 짐을 맡기고 식사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돌아다니다 보니 눈에 익은 이름의 식당이 보였는데, 그 이름은 Montreux Jazz Cafe.
마치 마지막 여정지인 Montreux 가
‘식사 한끼 하고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점심은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들어가 메뉴를 차근차근 골라 보았다.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선택은 쉬웠다.
주문한 음식은 ‘Pièce du boucher’ 굳이 번역하자면 정육점의 한 조각이다.
소고기를 잘 구워서 야채와 프렌치 프라이와 나온 음식.
맥주와 어울릴만한 음식을 잘 고른 것 같다.
역시 순삭~
든든하게 식사를 먹고, 며칠 동안 적은 엽서와도 인사를 했다.
우리집을 포함한 각각의 목적지에 잘 전해지기를 바라며 통에 넣고 뒤 돌아 보지 않았다.
여정을 시작할 때는 공항에 가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여정을 마무리한 뒤 돌아갈 때는 반대의 느낌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정 내내 하루하루가 즐거웠지만, 그 하루하루가 지나가면 시시각각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비행기를 타기 위한 게이트로 가기까지 지나간 여정이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이랬었다면’이라는 생각을 되풀이 해 보았다.
결국 여행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
우리의 지나간 시간은 ‘참 아쉽다’
비행기 안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제 귀국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암스테르담과 상해를 거쳐서 한국까지 가는 기나긴 비행 일정이 남아 있어 여정이 조금은 남은 듯한 기분이라 왠지 모를 안심이 들었다.
제네바를 뜬 항공기는 스위스와 프랑스 그리고 독일 상공을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푸른 하늘을 보며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하나씩 다시 보니 참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상공을 날고 있는 2시간 동안 이번 여정의 하루하루를 기억해 본다.
‘아쉽지만 참 즐거웠다.’
경유지인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제네바 공항의 북적거림과는 다른 또 다른 북적거림.
전 세계의 항공사 중에서도 최초의 민항기인 KLM(네덜란드어 : Koninklijke Luchtvaart Maatschappij) 의 거점 공항.
이 모든 이유들이 하나로 모인 그런 북적거림.
그곳이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떠나는 장거리 비행의 자리는 50K로 비상구 옆의 창가였다.
좀 더 여유 있는 자리에서 편하게 비행을 할 수 있었고,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보고 편하게 마실 것을 부탁하였으며,
잠자리도 편하게 들 수 있었다.
언제부터 인가 나에게 있어 장거리 여행은 단순히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아닌 ‘의미를 부여하는 여행’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남기는 여행’이 되어 있었다.
12일간의 여정 동안 어떤 의미를 찾았고 어떤 것은 남겼는지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곰곰이 생각하고 메모장에 정리했었다.
그 메모장을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어 보니 오글거리는 것들이 참 많이 적혀있었다.
무언가는 이루었고,
무언가는 완전히 실패했다.
무언가는 다시 진행형을 만들었고,
무언가는 다시 준비하고 있다.
그 ‘무언가’를 다시금 꺼내어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늦었지만 2년 전의 여행기를 돌아볼 수 있는 지금 이순간이.
‘참, 소중하다’
사실 여정의 마지막 이야기를 정리하는 법을 모른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돌아다니며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며 다녔지만 그간 제대로 된 여정의 마무리를 연재 형태의 글로 정리해 본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2019년 1월에 시작한 이 여행기를 1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마무리를 하게 되니, ‘나도 참 게을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12일간의 이야기를 약 30개의 이야기로 나누어 기록하며 ‘여행을 되돌아보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이러한 것이 ‘2018년 유럽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많이 써온 구문이지만 다소 어색하게 보일지 모르는 한 문장으로 2018년 유럽여행의 ‘마지막 이야기’를 마친다.
‘여행은 만남입니다’
2018년 휴먼의 유럽 여행 Last Story, No.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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